KAIST 석박사들 "와셋 몰랐다는 건 핑계, 도덕성 문제"

학내 현장 목소리 "가짜저널 몰랐을 가능성 0%···창피함에 수치심까지"
"KAIST 교수평가 'SCI급' 논문만 인정···허위 학술지 게재 이해 안 돼"
"와셋이 가짜저널인지 몰랐다는 것은 100% 핑계다. 학회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확인할 수 있다. 공금을 횡령해 해외로 놀러 가거나, 남아 있는 연구비를 빠르게 털어내려는 목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도덕성의 문제다."(A KAIST 박사과정생) 

"정상적인 대학원생들은 해외 학회를 결정하기 위해 매우 고심한다. 학회에 좌장으로 누가 오는지, 패널로 누가 발제하는지 등을 살핀다. 학회의 주제만 보더라도 엉터리 학술단체인지를 바로 안다. 언론에서 '몰랐다'고 변명하는 연구자들은 더욱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다."(B KAIST 석사과정생)

해적 학술단체 'WASET'(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 참여 연구진 처벌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KAIST 석·박사생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WASET이 가짜저널인지 몰랐다는 이야기는 100% 핑계이고 분명한 도덕적·윤리적 문제라는 것.

MBC 탐사기획팀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WASET 게재 논문 자료에 의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이공계특성화대학은 KAIST 44건, GIST 9건, POSTECH 8건으로 나타났다.

◆"허위 저널 게재 이해 안 돼"···'공금 횡령', '연구비 털어내기' 이유밖에 없어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KAIST 박사과정생에 따르면 전공마다 상이하겠지만 일반적으로 학과에 '타겟저널'이 존재한다. 학계에 알려진 상위저널(타겟저널) 이외에는 평가 항목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가짜저널은 커녕 하위저널에도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는 "상위저널·하위저널·가짜저널이 철저히 구분되는 상황에서 가짜저널인지 몰랐다는 것은 100% 핑계"라며 "평가항목에도 포함되지 않는 학회에 참석하고 논문을 게재한 것은 전형적인 공금 횡령이라고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100보 양보해서 학부생·석사생들이 가짜저널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고 하자"라며 "하지만 그들의 논문 교신저자에는 담당 교수가 들어간다. 가짜저널을 판별하지 못하는 교수는 결코 없다. 지도교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KAIST 학생은 "계량화된 평가 제도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학자들의 입장이 난처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와셋의 정체를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외유성 출장이나 연구비를 털어버리는 목적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동료 연구자의 도덕적 해이를 보고도 부화뇌동하는 것이 지금의 문화"라며 "언론에서 '몰랐다'고 변명하는 연구자들을 보면 창피함에 수치심까지 든다"고 말했다.
 
KAIST 학술정보 관계자에 의하면 학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KAIST는 교수 평가와 석·박사생 논문 인정이 SCI 저널로 한정돼 있다. 때문에 하위 저널이나 가짜저널·학회 목록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실제 교수나 학생 모두 SCI 이상 논문에 집중하고 있으며 KAIST 논문의 90%이상이 SCI 저널에 게재되고 있다. 

KAIST 학술정보 관계자는 "일부 10%의 논문은 나머지에 포함된다. 이는 평가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 재량에 따라 게재한다. 하지만 가짜저널에 실린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와셋 사태는 평가에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라 다른 가짜저널도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비롯해 출연연까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와 출연연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출장 여부를 파악 중이다. 또 이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준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교수·연구자들이 가짜저널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라며 "연구자 스스로 연구윤리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창피함을 아는 순간 연구윤리가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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