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ET 과기 목소리 "도덕적 해이" vs "가이드라인 必"

출연연, 건설연-ETRI-생기원 순···이공계 특성화대 KAIST 가장 많아
과기부 "실태 조사 중 가이드라인 제시 할것, 연구 현장 자정 기회로"
"논문 게재 절차만 봐도 엉터리 학술단체라는 것 금방 알수 있다. 보통의 연구자라면 그 비용과 시간으로 이런 학회에 가지 않는다. 결국 연구자 개인의 도덕성, 윤리성의 문제로 볼 수 있다."(출연연 연구자)

"학회, 저널은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롭게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연구자들이 이를 다 알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연구원, 교수들도 자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국내 상위 대학 교수들이 많은데 평가 문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저널 관계자)

가짜 학술단체로 실체가 드러난 WASET(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에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연구진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과학기술계 현장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MBC 탐사기획팀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WASET은 제대로 된 논문 심사 절차 없이 참가비만 내면 가짜 논문도 학술대회 발표 논문으로 채택하고 있다. WASET은 논문이 채택됐다며 등록비로 1인당 500유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된다.

매체에서 공개한 WASET 게재 논문 자료에 의하면 강릉원주대 126건, 서울대 122건, 성균관대 120건, 연세대 104건 등 대학이 다수를 차지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에는 18개 기관, 170개 논문과 초록이 WASET에 게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33건으로 가장 많고, ETRI 31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22건, 한국기계연구원 18건, 한국원자력연구원 10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9건 순이다. 과기부 소관 이공계특성화대학은 KAIST 44건, GIST 9건이며 POSTECH 8건으로 나타났다.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11건으로 집계된다.

각 기관별 논문 주저자로 반복해서(2번이상)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는 건설연 6명, ETRI 5명, 기계연 3명(4번이상 2명), 생기원 3명(3번 이상 1명), 지질자원연 3명, 원자력연 1명이다.  KAIST는 8명, GIST 2명 등이다.

◆ "누구라도 엉터리인것 알 수 있다" vs "연구자들이 다 알 수 없다"

"일부 연구자는 모르고 올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번 논문을 게재하고 출장을 다녀 온 연구자는 문제있는 학회, 저널이라는 것을 알았을텐데 연구자로서 그들의 도덕성이 의심된다. 연구원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출연연 연구자)

"그동안 내부 혁신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됐지만 제자리 걸음이었던 이유로 이런 적폐 인력의 고발로 이어진 셈이다.  내부적으로 중징계나 해임도 필요하다. 또 연구계 내부 자정 기회가 되고 변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정책 전문가)

다수의 연구자들이 WASET 관련 연구자의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혈세 낭비의 주범으로 징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출연연 정책 전문가는 "WASET에 여러번 논문 저자로 이름이 올라가고 출장까지 다녀온 연구자는 고의성이 짙다고 볼수 있다"며 "연구 현장의 자정을 위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며 처벌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구자 윤리와 도덕성을 바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이 수십만개의 학회와 저널을 다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제표준 연속간행물 번호(ISSN)에 의하면 2017년 말 기준 등록 번호가 200만건이 넘는다. 매년 6만에서 7만건이 새롭게 등록되고 있다.  등록된 정기간행물(일반 간행물 포함)은 140만건이 넘고 그중 학술지만 40만종에 이른다.

ISSN 등록은 정기 간행물로서 실존 사본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ISSN 등록 간행물 중에도 가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문제로 제기되며 전문 사서 제프리 빌(J. Beall)이 1200여개의 가짜(fake) 저널 리스트(일명 Beall's List)를 작성한 바 있다.

정보 관련 출연연 관계자는 "와셋이나 오믹스도 빌의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게 사실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저널도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면서 "연구자들이 학술대회에 참석해보지 않고 모든 학술대회와 저널을 다 알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와셋과 오믹스를 제외한 1200개의 다른 fake 저널에 이름이 올라간 연구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와셋사태에서 피해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연구계의 도덕성과 윤리적 정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기부 "실태 조사 중, 가이드라인 제시 예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와 각 출연연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출장 여부를 파악 중이다. 또 이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준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 9월께 배포할 예정이다.

이석래 과기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WASET에 논문을 실은 연구자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몇번씩 이름이 올라간 연구자는 별도로 리스트화 하고 있다. 전문가와 논의해 처벌할지 연구비를 환수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구기관은 질적 평가로 바뀌면서 이런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면서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학술지가 생기고 있는데 우리가 이를 다 분석하기는 어렵다. KCI 기준의 가이드라인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연 관계자는 연구자의 자정도 필요하지만 평가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와셋은 누가봐도 허술하다. 알고 낸 연구자는 스스로 도덕적 징계를 피할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으며 "지금처럼 정량적 지표로 위장된 평가제도는 자칫 책임을 회피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환경에 적응한 일부 연구자의 연구윤리 결여와 맞물린 사건으로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그동안 수면아래서 암암리에 이뤄져 왔는데 수면위로 부상하며 문제가 드러난 계기가 됐다. 연구현장의 자정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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