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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케모포비아' 공포···출연연 '융합연구' 해결 나섰다

생활화학제품, 생활방사선제품 관련 인체 유해성 입증 어려워
안전성평가연-원자력연, 융합연구 통해 관련 연구 실마리 제시
#1 대진침대에 이어 까사미아 침구류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생활방사선제품 사례)

#2 지난 2011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통해 피해자 구제가 진행되고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의학적 연관성을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생활화학제품 사례)

지난 달 3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까사미아 토퍼와 베개 세트에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상 가공제품 안전기준을 초과한 방사선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행정조치를 내렸다. 자연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침대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호흡기와 밀착해 관련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마찬가지다.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독성물질을 흡입한 것이 다수의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위 사례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생활 제품을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또 소비자의 불안감 확산과 공포증인 라돈포비아나 케모포비아로까지 확대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독성 물질에 대한 인체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피해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일단 사람 몸속에 흡입되면 독성물질을 추적하기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월 전북 정읍시에 조성된 출연연들이 융합연구를 통해 이뤄낸 흡입 독성물질의 체내 추적 기술 연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흡입안전성연구본부 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 물질 'PHMG'가 몸속에서 작동하는 형태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영상화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함께 하니 성과 커져···융합연구로 독성물질 이동 경로 파악

"독성물질을 자연스럽게 흡입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분석 화학적 방법으로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주성분인 PHMG 성분에 대한 몸속 이동을 확인하기 어려워 융합연구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흡입안전성연구본부 박사)

"기존에는 흡입된 성분의 분포를 알아내기 어려운데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해 표지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전종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박사)

전북 첨단과학단지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흡입안전성연구본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 등이 집적해 있다. 이러한 지리적 인접성은 연구진이 협력하게 된 배경이 됐다. 

이규홍 안전성평가연 박사팀은 지난 10여 년 이상 첨단방사선연 연구진과 교류를 해왔다. 여기에 공통의 목표 설정, UST 교수라는 매개체가 더해지며 전종호 첨단방사선연팀과 융합 연구를 추진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유해 화학물질을 흡입한 이후 몸속 이동 상황을 추적할 방법을 제시했다.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생활화학제품은 공기를 통해 부유하다가 사람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유입된다. 유입된 독성물질의 인체 위해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람 몸속에서 이동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체내 유해물질 분석은 주로 고분자특성시험(GPC)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성물질이 몸에 흡수되어 혈액 속으로 들어가면 피코그램 수준의 극소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입증하기 어려웠다.

가령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인 PHMG 흡입 이후 영향 여부뿐만 아니라 심장, 폐, 신장 등 다른 장기로의 영향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러한 가운데 방사성 물질을 표지하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첨단방사선연 내 RI-Biomics 시설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해 물질의 영상화와 장기별 정량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방사성의약품 합성이나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에 관련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이 방법을 흡입 독성 연구에도 적용하면 쉽게 체내 유해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독성 물질에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표지한 후, 첨단방사선연구소 공기 안에 부유하는 입자인 에어로졸 형태의 실험을 진행하면 이를 영상화하고, 정량화할 수 있다.

전종호 박사는 "기존 시설을 활용해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을 표지하고, 안전성평가연 연구진이 설계·제작한 에어로졸 제너레이터를 활용해 독성물질을 공기중에 분사하며 실험을 진행했다"라면서 "전신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등 노력 끝에 PHMG 성분의 이동경로를 확인하고, 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폐에 축적된 PHMG 영상.<사진=강민구 기자>폐에 축적된 PHMG 영상.<사진=강민구 기자>

◆화학제품 인체 유해성 가능성 존재···"기초연구+역학연구 더 이뤄져야"

"현재 화학물질 노출 기억에 의존한 조사가 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학문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합니다. 과학연구와 역학연구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감염 감수성을 낮추는 방안을 찾고, 발병원인도 규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구진에 의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학제품이 사람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기존 피해를 막고 앞으로 있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초 연구와 역학 조사, 독성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또 이를 통해 축적된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질환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필요성도 있다. 

이규홍 박사는 "역학, 임상, 독성 관련 연구자가 함께 팀을 이뤄 보다 많은 기초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라면서 "이를 기반으로 인체 유해성 연구를 진행하며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종호 박사도 "기존 방사선시설의 영상화기기를 통해 독성물질 체내 거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면서 "융합해 좋은 성과를 만든 만큼 기존 출연연 연구진과 협력이 더 활성화돼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연구는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는 미세먼지, 라돈, 생활화학제품 등에 대한 유해성과 체내 분포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장시간 관찰 실험 연구, 실제 환자 노출 환경 등을 통한 분석 등도 진행돼야 한다.  

전종호 박사는 "미세먼지 주성분 중 하나인 황산염의 체내 분포 연구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으며, 라돈 등 각종 성분의 바이오 마커 변화 등을 검증하는 데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규홍 박사는 "환경 유해인자, 화학물질, 미세먼지, 라돈, 가습기 살균제 등 독성 성분이 흡입되어 사람 몸 속에서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와 관련된 영향성을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라면서 "기초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해 독성연구 발전과 국민 건강 향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내 'RI-Biomics' 시설.<사진=강민구 기자>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내 'RI-Biomics' 시설.<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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