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13일끼지 현장 둘러보며 사업단 운영, 프로젝트 관리 등 자문
추진속도 놀라워···"지속적·주기적 감시 감독 필요"

"라온 건설 추진속도가 놀랍습니다. 부지만 있었던 것과 달리 현재 한류를 느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중이온가속기를 개발하고 배워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국제사회의 조언도 새겨들어야 합니다."(김영기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전 세계 가속기 권위자들이 라온(RAON) 중이온가속기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중이온가속기 국제자문위원회(위원장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0일부터 13일끼지 나흘간 중이온가속기 건설현장 등을 둘러보고, 사업단 운영과 프로젝트 관리 전반에 대해 자문했다.

라온 중이온가속기는 총 사업비 1조 4523억원을 투입해 대전 유성구 신동지구 일대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인 거대연구인프라를 건설·구축 사업이다. 

라온은 세계 최초로 ISOL(온라인 동위원소 분리)와 IF(비행 파쇄) 두 가지 희귀동위원소 생성방식을 결합한 설계를 바탕으로 빔에너지 200MeV/u(우라늄 핵자 당 2억 전자볼트)와 빔출력 400kW의 성능을 구현할 계획이다.

올해 5월말 기준으로 장치구축 공정률은 47.4%이며, 시설건설 공정률은 14.3%이다. 

김영기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의 중이온가속기 건설추진 현황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가속기 시설 지속적 개선과 역할 고민 ▲연구시설·성능 주기적 점검과 시험 검증 ▲국제교류 활성화 ▲대중소통 강화 ▲인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이번 회의 때 주로 어떤게 논의 되었는가. 앞으로 도출된 과제는 무엇인가.

국제자문위원회는 기술분과위원회와 총괄위원회로 구성된다. 기술 측면에서 도전적인 부분이 많을 것이다. 2020년안에 ISOL 시운전과 저에너지구간 초전도선형가속장치 SI빔 인출이 예정되어 있다. 이듬해까지 총 3개 빔라인 요소가 설치된다.

사업단 인력이 130여명인데 외국에서는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적은 인력이 기술을 배우면서 해야 한다. 산업체도 학습이 필요하다. 회사 입장에서도 해본 적이 없으니 성능이 잘 나올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위기관리팀이 절차를 단계별로 정확하게 만들고, 이를 확실하게 감시·검증해야 한다. 

라온활용협력센터를 통한 사용자 커뮤니티 운영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보다 활발한 국제협력과 외부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2020년 실험이 목표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외부에서도 관심이 많을 것이다. 국제 사용자(International User)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Q. 중이온건설사업단 내 직원 130명이다. 비슷한 규모의 시설에 대해 외국 인력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인력은 적다고 생각한다. 2배 정도는 더 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한국의 실정에 맞춰야 한다. 한국은 산업체와 협력하는 반면 미국은 주로 내부 인력으로 한다는 차별점도 있다. 전문가가 많은 미국, 독일, 캐나다, 중국 등과 국제 협력을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이온가속기연구단에 젊은 연구진이 많은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경험이 적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것처럼 국제협력 활성화와 학습 등으로 배우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Q. 중이온가속기 자문위원들은 이 시설의 가치를 어떻게 보는가. 

한국이 한 번 해볼 수 있는 정도이며, 월드클래스 수준의 시설이라고 믿는다. 도전적이다. 쉽게 될 만한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맞춰 과학과 기술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주로 핵물리 실험이 이뤄지지만 물질, 재료, 생물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70MeV 사이클로트론은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서 암진단 등 의학 발전을 이끌 수 있다. 여러가지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계속 좋은 연구하고, 사회 공헌 등 모색해야 한다.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본다. 

Q. 대전, 세종 등 지역 파급 효과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전이 국제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국제 사용자들이 실험하러 올 것이다. 외국인 과학자나 기술자가 대전을 찾을 것이고, 산업체도 더 몰릴 수 있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부지도 허허벌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국제 커뮤니티서 찾는 곳이 됐다. 연구소에서 훈련 받은 인력이 외부 산업체에서 활약한다. 과학기술도시로서 대전의 국내·외적으로 매력도나 잠재력이 향상될 수 있다.

Q. 라온을 통해 코리아늄과 같은 새로운 원소 발견 가능성은 어떠한가.

다른 가속기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속기를 만들고, 자연에 맡겨야 한다. 

Q. 거대과학과 소형과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둘 다 필요하다고 본다. 균형이 중요하다. 대형과학을 거부하고 소형과학만 하면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한국 정도의 지식층이 있고, 과학기술이 있으면 거대과학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능력은 충분하다.

가속기는 도전적이지만 국내 산업 기술에 주는 영향이 클 것이다.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앞선 기술을 해낼 수 있고, 개발된 기술들이 산업체에 활용된다. 

Q. 안정적인 예산지원, 정부 투자가 있기 위해서는 설득, 홍보활동이 요구된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국민들이 알기 쉽게 대중강연도 하면 좋을 것이다. 가속기 견학도 필요하다. 가령 초전도체로 만드는 자석, 가속관 등이 어떻게 쓰여지고 산업체에 활용되는지 설명할 수도 있다.

국민에게 계속 알려 나가야 한다. 쉬운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새로운 세대에게 과학·기술적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연구단에서 쉬운 콘텐츠를 찾고, 이를 홍보하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Q. 가속기에도 수명이 있는가. 

가속기도 물건이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수정해야 한다. 한 번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 아니다. 계속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여파가 크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속기를 활용하며 더 진보된 단계로 연결해서 활용한다. 라온이 30~40년 정도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연구하면서 시설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

Q. 경험이 부족한 산업체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절차를 명확하게 해야한다. 단계별로 모니터링하고 결과가 나오면 시험해야 한다. 그래도 오류나 실수가 나올 수 있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모든 것을 시험하고 잘못된 부분을 분석·개선해야 한다. 

Q. 다음 자문위는 언제 예정되어 있는가.

정확한 날짜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1년에 한 번 하려고 한다.  

김영기 중이온가속기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사진=강민구 기자>
김영기 중이온가속기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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