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은 '기계' 연구는 '바이오'···"뇌구조·기능 칩으로"

[과학청년, 부탁해 ㉖] 김홍남 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뇌 구조·기능 축소해 칩에서 구현 목표"···"젊은 과학은 우연한 융합"
융합연구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김 박사는 "혼자가 아니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힘이 되고, 그들을 통해 얻는 기회도 많다고 한다. 젊은 과학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우연한 융합"이라 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박사는 융합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에 볼 가치가 충분하다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융합연구가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김 박사는 "혼자가 아니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힘이 되고, 그들을 통해 얻는 기회도 많다고 한다. 젊은 과학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우연한 융합"이라 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박사는 융합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에 볼 가치가 충분하다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박사 1년차 방학에 찾았던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한 연구실. 국내에서 공수된 나노패턴에서 세포가 자라고 있었다. 세포 내부에서 어떤 신호전달이 이뤄져 세포의 움직임이 달라지는지가 연구되고 있었다. 

당시 나노패턴을 만들어 제공하던 박사생에게는 이들의 연구가 큰 충격이었다. 세포를 바라보는 관점이 국내 연구와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마치 선진 문물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하는 김홍남 KIST 뇌과학연구소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선임연구원. 

이는 기계과 '공돌이'가 바이오 '융합연구자'로 선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제가 생각했던 연구보다 훨씬 깊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같은 툴을 사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됐죠. 그때가 앞으로 할 연구방향을 결정하는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 기계과 '공돌이'의 이유있는 반란 

하이드로젤과 마이크로유체칩 기술을 결합해 제작된 브레인 칩(brain chip). 뇌의 세포 구성과 기능을 모사한 칩을 실험에 사용하게 되면 좀 더 신뢰성 있는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김 박사의 설명이다. <사진=박은희 기자>하이드로젤과 마이크로유체칩 기술을 결합해 제작된 브레인 칩(brain chip). 뇌의 세포 구성과 기능을 모사한 칩을 실험에 사용하게 되면 좀 더 신뢰성 있는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김 박사의 설명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학사부터 석·박사까지 기계과를 전공한 김 박사. 현재 뇌과학연구소 바이오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유 있는 변신이 궁금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내 연구실을 찾았다. 

김 박사의 연구 분야는 '장기칩(Organ-on-a-chip)'이다. 단어 그대로 장기를 축소해서 칩 위에 올려놓는 것을 말한다. 그는 세포를 콜라겐 같은 하이드로젤에 섞어서 3차원으로 배양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몸 밖에서 세포를 배양하는 연구가 진행된 것은 약 100년 전 일이다. 1965년 처음으로 세포 배양용 플라스틱 접시가 개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체외에서 세포를 키우는 연구가 가능해졌다. 

"플라스틱 접시는 대량으로 실험이 가능해요. 누구나 손쉽게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플라스틱 접수가 사람의 장기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세포에게는 매우 이질적인 환경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접시는 장기보다 약 10만 배 정도 딱딱하고, 평면 형태며, 체액의 흐름도 없어요."

플라스틱 접시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장기칩은 콜라겐 등의 세포외기질로 이뤄진 3차원, 체액이 흐르는 환경, 생체 물질의 농도 구배 등을 정밀히 조절해 몸 안의 장기와 유사한 환경을 세포에 제공하게 된다. 

"장기칩에서 세포는 원래 몸 안에서 행동하던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그러면 장기의 기능을 칩 위에서 그대로 발현 시킬 수 있게 됩니다. 장기칩은 사람 장기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만약 장기칩의 기능이 실제 장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구현될 수 있다면 동물 실험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에 따르면 신약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먼저 웰플레이트(Wellplate, 플라스틱 접시 축소판)에서 약 만개의 약물을 개략적으로 테스트하고 그 중 효과가 있어 보이는 수십에서 수백 개의 약물을 동물에 투여해 2차 테스트를 수행한다. 

동물 실험은 사람을 대신해 약물의 유효성, 독성을 테스트하는 중요한 단계지만 동물 실험이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김 박사는 "동물 실험을 통과한 약물이 실제 사람에게서 성공한 사례를 8% 미만이라는 보고가 있다"며 "아직 장기칩이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연구되지 않아 요원한 미래이지만 미래에 장기칩 기술이 성숙하면 동물 실험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도전 정신 키운 '융합연구'···"어렵지만 즐거워" 

김 박사의 좌우명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이다.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해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사진=박은희 기자>김 박사의 좌우명은 '후회를 남기지 말자'이다.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해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사진=박은희 기자>

"기계과 출신인데 바이오 관련 연구를 한다고 하면 어떻게 그렇게 됐냐고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어요. 지금은 융합연구가 활발하지만 당시만 해도 막 시작되는 시점이라 낯설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연구에 관심이 많았던 김 연구원은 화학공학전공인 교수가 기계과로 부임해 오면서 융합연구에 눈을 떴다. 그는 "학부 4학년 때로 기억해요. 새로 오신 교수님을 보면서 융합연구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겨났다"며 "기계공학에서 바이오연구까지 왔으니 사실 멀리 오긴 했다"고 피력했다. 

그가 속한 연구센터는 공학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센터지만 내부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예를 들면 뇌에 삽입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신경전극 개발부터 혈액 한 방울로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까지 다양하다. 

김 박사는 장기칩 연구를 뇌로 확장하고 있다. 뇌의 구조와 기능을 축소해 칩 위에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뇌혈관장벽 칩이에요. 뇌혈관장벽을 칩에서 구현하게 되면 약물 테스트에 활용할 수 있어요. 뇌혈관장벽을 개방하는 약물을 개발할 때 그 효과를 테스트 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유전적 결함이 있는 세포를 이용해 질병 모델을 만들어 기초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고요."

융합연구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어렵지만 재미있는 일"이라며 웃어 보인다. 기계공학 관련 논문보다 생명분야 논문을 더 많이 보고, 바이오 분야 관계자의 만남이 많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제비가 흥부한테 박씨를 물어다 주잖아요. 제 경우는 주위 사람들이 많은 기회를 물어다 준 것 같아요. 융합연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있다면 겁내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새로운 연구 분야는 생각지 않던 기회가 더 많이 생길 수 있어요."

앞으로 김 박사는 뇌혈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외 뇌 모델을 개발해 뇌신경 질환, 뇌 발달 연구 등에 활용하고자 한다. 그는 "아직은 연구자로서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 생각한다. 생명과학자, 의사 등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해가며 연구를 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 김홍남 박사는? 
2003년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해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KIST 뇌과학연구소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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