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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이싱 '사고 직전'만 포착···KAIST팀의 엉뚱한 '덕질'

김재우 쓰리세컨즈 대표 "데이터 과학으로 모터스포츠 비밀 푼다"
KAIST 학·석·박사 출신 프로 카레이서 '자동차 덕후' 스타트업 도전기
쓰리세컨즈(대표 김재우)는 데이터 과학으로 모터스포츠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쓰리세컨즈(대표 김재우)는 데이터 과학으로 모터스포츠의 비밀을 풀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눈 깜짝할 순간 최고의 스피드로 굉음을 내며 트랙 위를 미끄러지는 수십 대의 레이싱카. 이곳은 스피드의 격전지다. 경기장마다 다르지만, 서킷 1바퀴의 거리는 3~5km 수준이다. 드라이버들의 레이싱 속에는 재미난 비밀이 숨어있다. 바로 '3초'.

3초의 비밀은 레이싱 경주 결과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1등 레이서와 꼴찌 레이서의 서킷 1바퀴 랩타임 차이는 대략 3초다. 사고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에서 3초 차이를 보인다. 프로끼리 경주해도 3초 차이, 아마추어끼리 경주해도 3초 차이다.

"랩타임 3초의 차이는 선수들의 재능도, 자동차의 성능도 아닙니다. 알 수 없는 3초의 비밀을 쓰리세컨즈가 데이터 과학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대덕소재 스타트업 쓰리세컨즈 김재우 대표의 이야기다. 국내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KAIST 학·석·박사 과정을 졸업하며 올곧은(?) 이공계의 길을 걷고 있던 젊은이가 카레이싱 헬멧을 쓰고 핸들을 잡았다.

그는 아마추어 카레이서가 아니다. 레이싱 선수 경력만 5년 차다. 지난해에는 KSR(코리아스피드레이싱)이 주최하는 '2017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에서 종합챔피언을 거머쥐기도 했다.

김재우 대표가 지난해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에서 종합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줬다.<사진=쓰리세컨즈 제공>김재우 대표가 지난해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에서 종합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줬다.<사진=쓰리세컨즈 제공>

그는 KAIST에서 일명 '레이싱 덕질'을 좋아하는 덕후들만 찾아 쓰리세컨즈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들은 다년간의 선수 경험으로 레이서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쓰리세컨즈는 현장 서킷의 감각에 데이터 과학을 입혀 '모터스포츠 인공지능 운전코치'를 개발했다.

쓰리세컨즈가 말하는 랩타임 3초의 비밀은 바로 '트랙'이다. 예로 완벽한 음악 연주를 하려면 '완벽한 악보'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레이싱에도 '완벽한 트랙 답안지'가 존재한다. 선수들의 각자 트랙 답안지에 따라 3초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

"예를 들어 첫 번째 코너에서 100m 이전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가장 빠르다는 정답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브레이크를 늦게 밟을수록 랩타임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80m에서 브레이크를 밟죠. 수십번 연습해도 랩타임은 줄지 않습니다. 선수 스스로 일종의 완벽한 악보를 그려야 합니다. 잘못된 악보는 결국 사고로 이어집니다. 완벽한 악보를 인공지능 코치가 그려줄 수 있습니다." 

쓰리세컨즈가 개발한 '모터스포츠 인공지능 운전코치'는 선수의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완벽한 트랙 답안지를 제공한다. 기존 선수들의 주행 데이터를 모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대조하는 방식이다. 선수에게 적절한 지점에서 가속·제동이 이뤄졌는지 등을 코치한다.

김재우 쓰리세컨즈 대표는 "3초의 비밀을 푼다는 것은 꼴찌에게 3초가 느린 이유를 분석해 주는 것"이라며 "3초의 차이는 선수의 타고난 재능의 차이가 아니며 트랙의 차이다. 아마추어가 아무리 재능이 없어도 제대로 된 방식의 코치가 된다면 프로선수 수준으로 랩타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선수 1000명' 시장규모 작다?···"한계주행 데이터, 미래 자율차 시동 열쇠"

김재우 대표가 차량 정보 수집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엔진의 회전, 액셀 브레이크 조작, 엔진의 온도, 핸들각도, 현재 차량의 탑승인원, 안전밸트 유무, 전조등 온오프 등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사진=쓰리세컨즈 제공>김재우 대표가 차량 정보 수집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엔진의 회전, 액셀 브레이크 조작, 엔진의 온도, 핸들각도, 현재 차량의 탑승인원, 안전밸트 유무, 전조등 온오프 등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사진=쓰리세컨즈 제공>
국내 카레이서는 1000여명 남짓. 취미로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8000여명 수준이다.

스타트업으로서 이들에게만 인공지능 운전코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시장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쓰리세컨즈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공지능 운전코치 서비스에서 얻어지는 '한계주행'(사고를 넘나드는 주행) 데이터 활용이다.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담보되는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는 한계주행 데이터가 필수불가결 요소라는 것.

레이싱 경주에서 자동차는 항상 미끄러지기 바로 직전 단계에서 달린다. 코너에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일부러 미끄러지기도 한다. 일반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미끄러지기 바로 직전의 상황과 같다.

일반인들은 일생 동안 자동차 미끄럼 사고를 몇 번이나 경험할까. 반면 레이싱 경기에서 한 선수는 1시간 동안 최소한 10번의 사고위기를 얻는다. 쓰리세컨즈는 사고 직전의 차량·운전자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쓰리세컨즈는 선수들의 레이싱 사고 직전의 모든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 차량이 사고 직전 상황에 이르렀을 때 차의 민감한 움직임과 운전자의 다양한 반응들에 따라 사고의 경중이 달라짐을 분석하고 있다.

김재우 대표는 "쓰리세컨즈는 한계주행 데이터들을 수집해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에 접목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라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은 안전성이다. 한계주행 데이터들이 실제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직전의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통사고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듯 다른 차량의 오일로 인한 미끄러짐, 돌발적 추월, 운전자의 판단 오류 등의 데이터를 카테고리화하고 있다"라며 "선수들의 운전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면 자율주행 자동차의 안전성 핵심 알고리즘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쓰리세컨즈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추월 알고리즘'까지 확보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개발된 자율주행 자동차는 추월이 불가능하며 앞차만 따라가는 형태"라며 "현실적으로 도로에서 추월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계주행에서 추월의 성공·실패를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데이터도 도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KAIST 공학도 '레이싱 덕질팀' 모였다···"모터스포츠 SW 혁신 이끈다"

"쓰리세컨즈는 7명의 레이싱 덕후들로 구성됐습니다. 공학도로서 기술발전이라는 로망을 품고 있습니다. 모터스포츠는 이미 기계적으로 한계상태에 다다랐습니다. 데이터 과학의 소프트웨어로 혁신을 이끌어가겠습니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성능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레이싱 우승컵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어느 회사라도 자동차를 아주 빠르게 만드는 기술력은 갖추고 있다. 오히려 평균 이상으로 빠른 자동차는 선수들이 컨트롤하지 못해 좋은 기록을 내기에 어렵다.

쓰리세컨즈는 기계적 한계를 뛰어넘어 데이터 과학으로 모터스포츠 혁신을 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 모터스포츠 시장에서도 한국은 최변방에 속한다"라며 "한국에서 만들어낸 최고의 서비스로 선진국을 놀라게 만들고 싶다. 한국 축구가 독일을 놀라게 하는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쓰리세컨즈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문제를 푸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현재 자율주행 알고리즘 문제를 전 세계가 풀고 있다. 우리가 같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확신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우 대표가 올해 개최된 레이싱 경주에서 동료 레이서와 찍은 기념사진.<사진=쓰리세컨즈 제공>  김재우 대표가 올해 개최된 레이싱 경주에서 동료 레이서와 찍은 기념사진.<사진=쓰리세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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