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코엑스서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개최
송승환 감독 "中 대비 10분의 1 예산, 추위 등 환경 이겨내"

#1.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에 투입된 예산은 600억원.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예산 60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 다른 나라에서 열린 올림픽 평균 예산 약 2000억원에 비해서도 적다. 인건비 등 부가비용을 제하면 실제 콘텐츠 제작에 투입된 예산은 약 200억원이다.

 #2.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은 상부 지붕이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천장에서의 연출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기술팀과 런던동계올림픽 기술팀은 협력해 전선 등을 만들고 미디어링크를 연결해 비행 시연 무대가 설치됐다. 폐회식 최종 예행연습까지도 강풍이 부는 등의 악조건을 견뎌내야 했다.

송승환 평창동계올림픽 총감독은 27일 열린 '대한민국 과학기술 연차대회'에서 성공적인 국제행사를 이끈 과정을 소개했다. 송 감독은 올림픽 개·폐막식 준비 과정에서 예산 부족, 강풍 등 악조건을 극복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올림픽 준비는 초기부터 순탄치 않았다. 감독을 맡았지만, 예산·준비 기간이 부족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술팀과 수시로 소통하고, 미국·영국 기술진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각종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송 감독은 한국 전통문화 가치관인 '조화'와 현대 한국 문화예술의 특징인 '융합'을 기본적인 개념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열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인의 역동성, 평화 등을 모두 고려해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가 주제로 설정됐다. 이후 5명의 아이가 평화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스토리텔링이 진행됐다. 이어 과학기술과 예술가의 상상력을 결합해 ▲Lift 무대 ▲무대 바닥 맵핑 영상 ▲증강현실 ▲드론시연 등이 기획됐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예산, 시간 등이 부족하고, 추위나 강풍 등의 악조건도 방해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는 발상을 전환하며 주어진 환경 속에 최대의 방법을 찾는 노력을 지속했다.

 "과학기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식당이나 카페의 자동문을 보면서도 과학기술을 생각할 수 있죠. 최첨단 기술(High Technology)이 어렵게 되자 예산 안에서 낮은 기술(Low technology)이지만 기술한국을 보여주도록 노력했습니다."

무대에는 신속한 전환을 위해 24m와 7m 규모의 Lift가 도입됐다. 출연자들이 동시에 등장하고 퇴장하며 역동적인 장면을 선보였다. 장구, 거문고, 기타 연주자들이 이 장치를 활용해 등장하기까지 기술팀은 추운 지하무대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무대 바닥 맵핑은 배경설치 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추진됐다.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35개 카메라 등이 투입되고, 미국 중계진과의 협력도 이뤄졌다. 한국 근현대사를 상징하기 위한 봉평 메밀꽃밭 등이 영상으로 시연되며 호평을 받았다.

송 감독은 증강현실 기술 비화도 밝혔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현장보다 TV 중계에 초점을 맞춰 연출이 이뤄졌다. 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 활용됐다. 평창 하늘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별자리가 증강현실로 표현됐다. 실제 현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올림픽의 명장면 연출을 위해 드론 비행 기술이 활용됐다. 하지만 각종 드론 관련 법률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공무원들도 '왜 안 되는 것을 하려고 하냐'라며 송 감독을 말릴 정도였다.

하지만 드론 비행 법률이 일부 개정되고, 사전 비행 녹화를 통해 이 장면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었다. 정선 알파인 스키장서 올림픽 개막 2주 전 새벽 2시에 사전 비행 녹화가 이뤄졌다. 강풍 등의 악조건을 이겨내면서 촬영한 연출은 실제 개막식 현장에서 진행된 것처럼 사실적인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송 감독은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기술이 기술 측면을 넘어 문화에도 큰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과학계가 보다 디자인, 예술 등에 관심을 두고 학문적 경계를 타파하기를 기대했다.

송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융복합 성과를 도출한 것처럼 한국의 과학기술, 예술, 인문학적 장벽이 없어지기를 희망한다"라면서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하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차별적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는 이날 행사에서 올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시상식도 개최했다.

수상자 강봉균 서울대 교수는 "뇌과학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에 시냅스 연구를 수행하며, 다양한 유전자 전사인자 기능을 규명했다"라면서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세금으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으며,  과학자의 명예와 긍지를 높이는 이 제도가 잘 유지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도 "화학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라면서 "강토소국 기술대국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헌신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영민 과기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과기부 출범 1년은 혁신성장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으며, 앞으로는 성과 가시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국가 R&D 혁신을 통해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미세먼지와 지진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한 과학기술적 해결책 제시, 5G 기반 미래 먹거리 창출 등을 통한 새로운 혁신을 이뤄내자"라고 말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과학기술계는 내부적으로 융합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할 임무를 갖고 있다"라면서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는 과학기술을 만들고, 포용적 성장과 혁신의 개척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개회사를 밝혔다.

이날 행사의 마무리는 가수 로이킴이 재능 기부로 노래를 선사, 과학기술인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송승환 평창동계올림픽 총감독.<사진=과총 제공>
송승환 평창동계올림픽 총감독.<사진=과총 제공>

과총은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2018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행사를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과총은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2018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행사를 개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2018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강봉균 서울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에서 네번째)<사진=과총 제공>
'2018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강봉균 서울대 교수(왼쪽에서 세번째)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에서 네번째)<사진=과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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