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빙연구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들으며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어 멀리 남쪽에 있는 섬에 다녀왔다. SONY ILCE-6000, FE 90mm F2.8 Macro G OSS, f/9.0, 1/250 s, ISO100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들으며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어 멀리 남쪽에 있는 섬에 다녀왔다. SONY ILCE-6000, FE 90mm F2.8 Macro G OSS, f/9.0, 1/250 s, ISO100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이해인 – 여름 일기-1 중)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외손녀가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모처럼 며칠간의 자유를 얻은 우리 부부도 부푼 마음으로 어디론가 떠날 계획을 세웠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들으며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어 남쪽 섬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어디를 갈까 고심을 하던 우리는 TV에서 방영되는 '한국 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들어보는 '연도'라는 섬을 알게 되었다. 방송을 본 후 인터넷 서핑을 통해 이 섬이 '자연이 아름다워야 하고, 한적하며, 너무 힘든 트레킹 코스가 없어야 한다'는 아내의 요구 사항을 잘 만족할 것 같다는 확신을 하고 그곳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남해의 금오열도를 이루는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인 연도는 여수에서 배로 2시간 거리라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적고 한적할 것이라는 보상심리가 작동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SONY ILCE-6000, 16 mm with E 16-70mm F4 ZA OSS, f/11.0, 1/500 s, ISO100
남해의 금오열도를 이루는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인 연도는 여수에서 배로 2시간 거리라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적고 한적할 것이라는 보상심리가 작동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SONY ILCE-6000, 16 mm with E 16-70mm F4 ZA OSS, f/11.0, 1/500 s, ISO100
연도(鳶島)는 여수시에 속하는 섬으로 안도·금오도·대부도 등과 함께 금오열도를 이루는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섬이다. 섬이 솔개같이 생겼다고 해서 '소리도'라 불리다가 솔개 '연(鳶)'자를 써서 '연도'가 되었다.

여수에서 배로 2시간 거리라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적고 한적할 것이라는 보상심리가 작동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카페리이어서 처음에는 자동차를 가지고 갈까 망설였다.

하지만 섬이 작고 마을 버스도 있어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괜찮다는 민박집 주인의 안내에 따라 차를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에 두고 출발하였다. 배가 한 시간 가량을 달려 '비렁길'이라는 섬 일주 트레킹 코스가 유명한 금오도를 지나자,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속이 울렁거리고 불편하기도 하였지만 바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여 선실 밖으로 나가 보았더니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몸을 가누기 힘들어 바로 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조금 힘겨운 2 시간의 항해 끝에 연도의 북쪽에 위치한 역포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던 마을버스를 타니 우리의 민박집이 있는 섬 중심인 연도리까지 10여분이 채 안 걸려 대려다 주었다.

숙소에 짐을 놓고 동네를 한바퀴 산책하기로 했다. 하얗게 피어나는 갯기름나물(방풍나물) 꽃이 가득한 섬 마을은 예상대로 무척 한적했다. 바람이 좀 강했지만 요즈음 보기 힘든 맑고 푸른 하늘과 허브 향처럼 싱그러운 공기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SONY ILCE-6000, FE 90mm F2.8 Macro G OSS, f/3.5, 1/125 s, ISO100
숙소에 짐을 놓고 동네를 한바퀴 산책하기로 했다. 하얗게 피어나는 갯기름나물(방풍나물) 꽃이 가득한 섬 마을은 예상대로 무척 한적했다. 바람이 좀 강했지만 요즈음 보기 힘든 맑고 푸른 하늘과 허브 향처럼 싱그러운 공기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SONY ILCE-6000, FE 90mm F2.8 Macro G OSS, f/3.5, 1/125 s, ISO100
숙소에 짐을 놓고 동네를 한바퀴 산책하기로 했다. 하얗게 피어나는 갯기름나물 꽃이 가득한 섬 마을은 예상대로 무척 한적했다. 바람이 좀 강했지만 요즈음 보기 힘든 맑고 푸른 하늘과 허브 향처럼 싱그러운 공기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른 봄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풍나물이 섬의 주 재배 작물인데 수확이 끝나고 밭 가장자리에 남겨 둔 아이들이 자라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갯기름나물은 뿌리는 防風(방풍), 잎은 防風葉(방풍엽), 꽃은 防風花(방풍화)라 하며 약용 한다고 한다.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그랗게 마을을 이루고 그 마을들이 모여 하나의 섬을 이루는 꽃이다.

그저 맑디맑은 공기만 마시고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될 것 같은 섬의 여름엔 강한 바람에도 서로를 붙들고 하얗게 피어나는 갯기름나물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다.

다음날엔 연도리를 출발하여 섬의 남쪽 끝 마을인 덕포리를 거쳐 연도 등대와 섬의 맨 끝 소룡단까지 다녀오기로 하였다. 갈 때는 마을 버스가 다니는 작은 찻길을 따라 덕포리까지 간 후 등대에 오르기로 하였다.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붉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으며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덕포리에 도착하였다. 언덕을 넘으니 조그만 포구 마을이 나타나고 그 너머로 몽돌 해변과 푸른 바다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삼성 갤럭시 s9 플러스, 4.3 mm, f/2.4, 1/2000 s, ISO50
다음날엔 연도리를 출발하여 섬의 남쪽 끝 마을인 덕포리를 거쳐 연도 등대와 섬의 맨 끝 소룡단까지 다녀오기로 하였다. 갈 때는 마을 버스가 다니는 작은 찻길을 따라 덕포리까지 간 후 등대에 오르기로 하였다.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붉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으며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덕포리에 도착하였다. 언덕을 넘으니 조그만 포구 마을이 나타나고 그 너머로 몽돌 해변과 푸른 바다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삼성 갤럭시 s9 플러스, 4.3 mm, f/2.4, 1/2000 s, ISO50
다음날엔 연도리를 출발하여 섬의 남쪽 끝 마을인 덕포리를 거쳐 연도 등대와 섬의 맨 끝 소룡단까지 다녀오기로 하였다. 갈 때는 마을 버스가 다니는 작은 찻길을 따라 덕포리까지 간 후 등대에 오르고 돌아올 때는 해변을 따라 연결된 남부탄방로로 돌아왔다.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붉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으며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덕포리에 도착하였다. 언덕을 넘으니 조그만 포구 마을이 나타나고 그 너머로 몽돌 해변과 푸른 바다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덕포리에서 등대가 있는 필봉산에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산책길이었다. 오른 쪽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숲이 있는 멋진 길이었다.

등대에 오르니 탁 트인 바다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소리도 등대는 1910년에 설치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새로 지은 현대식의 세련된 모습을 한 백색의 등대가 푸른 남쪽 바다를 향해 서 있었다. 삼성 갤럭시 s9 플러스, 파노라마 촬영
등대에 오르니 탁 트인 바다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소리도 등대는 1910년에 설치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새로 지은 현대식의 세련된 모습을 한 백색의 등대가 푸른 남쪽 바다를 향해 서 있었다. 삼성 갤럭시 s9 플러스, 파노라마 촬영
등대에 오르니 탁 트인 바다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소리도 등대는 1910년에 설치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새로 지은 현대식의 세련된 모습을 한 백색의 등대가 푸른 남쪽 바다를 향해 서 있었다.

등대에서 용의 꼬리를 바다에 담그고 있는 형상이라는 소룡단으로 내려가니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의 진경은 환상적이었다. 방송에서 보았던 바로 그 풍광이었다. SONY ILCE-6000, 20 mm with E 16-70mm F4 ZA OSS, f/11.0, 1/160 s, ISO100
등대에서 용의 꼬리를 바다에 담그고 있는 형상이라는 소룡단으로 내려가니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의 진경은 환상적이었다. 방송에서 보았던 바로 그 풍광이었다. SONY ILCE-6000, 20 mm with E 16-70mm F4 ZA OSS, f/11.0, 1/160 s, ISO100
등대에서 용의 꼬리를 바다에 담그고 있는 형상이라는 소룡단으로 내려가니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의 진경은 환상적이었다. 방송에서 보았던 바로 그 풍광이었다. 우리를 그곳에 가게 만든 풍경을 실물로 대하니 더욱 감동스러웠고 방송으로 보던 것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아름다웠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고, 또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뒤 하루에 두 번 밖에 없는 여수로 오는 배를 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은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고 왼편에는 산이 있는 본격적인 산길 트레킹이었다.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조금 힘든 길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잠깐씩 쉬면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풍경과 시원한 바람은 언제나 우리를 응원해주었다. SONY ILCE-6000, 24 mm with E 16-70mm F4 ZA OSS, f/11.0, 1/125 s, ISO100
돌아오는 길은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고 왼편에는 산이 있는 본격적인 산길 트레킹이었다.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조금 힘든 길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잠깐씩 쉬면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풍경과 시원한 바람은 언제나 우리를 응원해주었다. SONY ILCE-6000, 24 mm with E 16-70mm F4 ZA OSS, f/11.0, 1/125 s, ISO100
돌아오는 길은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고 왼편에는 산이 있는 본격적인 산길 트레킹이었다. 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조금 힘든 길이었다. 하지만 비교적 길이 잘 정비되어 있고 잠깐씩  쉬면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풍경과 시원한 바람은 언제나 우리를 응원해주었다. 천천히 걸었더니 자그만치 4시간 3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피곤하기는 하였지만 경치는 정말 최고였다. 하지만 꽃사진을 찍는 나로서는 길가에 야생화나 들꽃이 거의 없어 아쉬웠다. 가끔씩 눈에 들어오는 꽃이라고는 광나무의 흰 꽃과, 절정기를 지난 백화등 그리고 숲 속에 피는 노란 괭이밥뿐이었다. 하지만 꽃들이 많았다면 시간이 훨씬 더 걸렸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로 하였다.

힘들게 내려와 숙소에 도착하니 민박집 주인이 때 늦은 점심을 맛있게 차려주었다. 밥을 먹고 있노라니 제비 한 마리가 마당에 쳐 놓은 빨랫줄에 앉아 지지배배 노래를 부르더니 처마 밑에 지어 놓은 제비집에 들어가 알을 품기 시작하였다. 어릴 때 보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추억의 한 장면을 꺼내 보는 것처럼 반가웠다.

여수로 돌아오는 배는 강풍으로 인해 섬에 도착할 때 내렸던 역포항에 접안할 수 없어 섬의 안쪽에 위치한 연도항으로 선착장이 바뀌었다. 그래도 다행히 강풍과 파도를 뚫고 무사히 여수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배에서는 처음부터 선상에서의 바다 구경을 포기한 채 아예 가장 낮은 선실의 마루에 누워 편히 오기로 하였다.

남쪽 섬 연도에서의 짧은 여름 1박 2일은 조금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대신 아름답고 여유로우며 모처럼 아내와 단 둘이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 포기하고 내려놓으면 때로는 더 좋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자동차를 두고 가 편리함을 포기함으로써 아름다운 풍경 속을 많이 걸을 수 있었고, 바람 때문에 배에서의 바다 구경과 사진 찍기를 포기함으로써 편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 꽃이 별로 없어 꽃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나니 바다 풍경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아내와의 보조도 맞추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어처럼 남쪽 섬 연도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SONY ILCE-6000, 17 mm with E 16-70mm F4 ZA OSS, f/11.0, 1/125 s, ISO100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어처럼 남쪽 섬 연도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SONY ILCE-6000, 17 mm with E 16-70mm F4 ZA OSS, f/11.0, 1/125 s, ISO100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어처럼 남쪽 섬 연도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여름 일기-1/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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