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지 않는 '개척정신' '학문'···세대를 잇는 연구실

KAIST 초세대 협업연구실 개소 이후 한 달 "첫 변화는 풍성한 대화"
이상엽·성형진 교수 "학문의 대를 잇다···지속가능한 연구 혁신"
KAIST 초세대 협업연구실에 선발된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왼쪽)와 성형진 기계공학과 교수(오른쪽).<사진=박성민 기자>KAIST 초세대 협업연구실에 선발된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왼쪽)와 성형진 기계공학과 교수(오른쪽).<사진=박성민 기자>

"주니어 교수에게 꺼지지 않는 개척정신과 축적의 학문이 전수되고 있다. 초세대 협업연구실 개소 이후 첫 번째 변화는 풍부한 대화다. 시니어 교수가 사회적 경험을 밀착 전수하고 주니어 교수는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한다. 세대를 이어가며 주니어 교수가 맨땅에 헤딩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이상엽 KAIST 교수)

"축적의 학문을 이어가는 자체가 즐거움이다. 하나의 연구실에서 교수·연구자·학생들이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이들도 각자 나름대로 주전공이 있다. 협업연구실에서 연구 영역을 확장하며 자신의 분야를 초월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성형진 KAIST 교수)

KAIST(총장 신성철)가 지속 가능한 연구혁신을 위해 'KAIST 초세대 협업연구실'을 개소하고 한 달이 지났다. 협업연구실에 선정된 두 명의 시니어 교수의 소감을 들어보니 일단 출발은 좋다. 시니어-주니어 교수들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물리적 접촉을 만들어내며 학문의 대를 이어가기 위한 토대를 한 단계씩 마련하고 있다.

19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독일의 화학자 빌헬름 오스트발트는 1923년 화학상을 받은 발터 네른스트를 가르쳤다. 이후로도 1960년까지 5대에 걸쳐 제자가 노벨상을 받으며 학문적 계승을 이어갔다.

또 1901년에서 1972년까지 미국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92명의 수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48명이 노벨상 수상자 밑에서 연구를 했거나 지도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스승과 제자 사이에 학문의 계승으로 성과가 축적되며 노벨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최초로 시행된 KAIST 초세대 협업연구실 제도는 그동안 교수가 은퇴하면 함께 사라지던 축적된 연구 업적과 노하우 등의 학문적 유산을 후배 교수들이 계승·발전해나가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세대를 뛰어넘어 연속적 협력을 통해 학문의 대를 잇겠다는 제도다.

초세대 협업연구실에 처음 선발된 연구실은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가 책임을 맡은 '시스템 대사공학 및 시스템 헬스케어' 연구실과 성형진 기계공학과 교수가 책임을 맡은 '헬스케어 음향미세유체' 연구실이다.

초세대 협업연구실에는 1명의 시니어 교수와 2~3명의 주니어 교수가 함께 연구한다. 선발된 연구실은 약 5년간의 기간 동안 공간과 운영비를 KAIST로부터 지원받고 필요시 지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KAIST는 초세대 협업연구실을 2021년까지 30개, 2031년엔 60개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 "과학자 '인류의 기여 개척정신' 계승" 이상엽 KAIST 교수팀

'시스템 대사공학 및 시스템 헬스케어' 연구실은 시스템 대사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상엽 교수가 시니어 교수로, 같은 학과 김현욱 교수가 주니어 교수로 참여한다. 이상엽 교수는 1964년생, 김현욱 교수는 1982년생으로 18년의 연령차가 있다.

'시스템 대사공학 및 시스템 헬스케어' 연구실의 이상엽 교수.<사진=박성민 기자>'시스템 대사공학 및 시스템 헬스케어' 연구실의 이상엽 교수.<사진=박성민 기자>
초세대 협업연구실 개소 이후 이상엽 교수가 느낀 변화는 '풍부한 대화'다.

그는 "그동안 제자 교수들과 미주알고주알 대화하는 기회가 적었다"라며 "협업연구실 출범 이후 하루에 한 번 이상 서로 마주한다. 잦은 대화에서부터 학문의 계승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초세대 협업연구실의 의미를 설명하며 그는 "유형·무형으로 축적된 학문을 후대에 전수하는 것은 주니어 교수의 시행착오 시간을 줄여주는 것과 같다"라며 "대부분 조교수급의 교수들이 축적의 시간을 전수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수십 년간 만들어 놓은 미생물 연구 노하우와 축적된 사회적 경험을 김현욱 교수가 흡수하고 있다"며 "맨땅에 헤딩하는 시간을 줄여 창의적 아이디어와 성과가 빠르게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초세대 협업연구실의 목표는 '인류의 기여 개척정신' 계승이다. 이상엽 교수는 주니어 교수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개척정신을 전수하고 있다. 연구 철학을 '인류의 기여'로 새기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에게 현재 '글로벌 리스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꾸준하게 던진다"라며 "에너지·물·식량·부존 자원 등이 대표적이다. 제자들의 연구 토픽이 모두 다르다. 시스템 대사공학을 주제로 각기 다른 연구주제로 글로벌 리스크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분야를 초월하는 연구 목표" 성형진 KAIST 교수팀

'헬스케어 음향미세유체' 연구실은 유체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성형진 교수가 시니어 교수로, 같은 학과 조연우·김형수 교수가 주니어 교수로 참여한다. 성형진 교수는 1954년생, 조연우 교수는 1973년생, 김형수 교수는 1981년생으로 27년의 연령차가 있다.

'헬스케어 음향미세유체' 연구실의 성현진 교수.<사진=박성민 기자>'헬스케어 음향미세유체' 연구실의 성현진 교수.<사진=박성민 기자>
성형진 교수는 제자들이 '분야를 초월하는 연구'가 실현되도록 학문의 대를 이을 전망이다.

협업연구실에서 연구 장비·문화·성과 등을 공유하며 각자의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자신의 연구 분야를 초월하는 수준의 연구실 풍토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음향미세유체 관련해 9년간의 국가프로젝트가 올해 종료된다. 그동안 축적해온 R&D 성과들을 은퇴와 동시에 주니어 교수들에게 넘겨줄 것"이라며 "서로가 협업하며 학문의 대를 잇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성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교수 시스템은 미국의 교수 독립제 시스템과 같다. 반면 독일과 일본에는 학문의 대를 이어가는 시스템이 탄탄하게 마련돼 있다.

그는 "응용연구 분야에서는 과거의 지식에 묶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못해 학문의 계승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라며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이 일본 시스템으로, 일본이 미국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니어 교수들이 아무것도 없는 연구환경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헬스케어 음향미세유체 연구실이 지속적으로 세계를 리딩할 수 있도록 연구 노하우 전수에 매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초세대 협업연구실은 KAIST 비전 위크 기간인 지난 3월 21일에 5명의 교내·외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인 클라우스 폰 클리칭 박사(독일 막스플랑크 고체물리학 연구소, 198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와 쿠르트 뷔트리히 박사(스위스 취리히공대 교수, 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가 포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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