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한 KAIST 명예교수, 음향학, 과학·예술 융합 강연으로 인기
연단공포증 극복···"교수,학생 '자존감' 가져야"

수업 평가 점수는 5점 만점에 4.8점. 낮아도 4.6점을 내려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업에 참여한 학생만 1600명. 노(老) 교수의 강의는 언제나 인기만점이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온라인 강의로 국제적인 인지도도 높아졌다. 해외 유명 출판사에서 전공서적 출판을 제안해 왔다. 

음향학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양한 KAIST 명예교수. 김 교수는 음향학뿐 아니라 과학과 예술의 융합 등 분야를 넘나들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제 교수들도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세계 유수 대학 교수들과 경쟁하며 지식의 생산자이자 확산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대학 교육도 혁신이 요구된다. 교육은 점차 강의실 없이 온라인이나 토론식 방법으로 대체되고 있다. 미국 혁신의 상징인 미네르바대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거꾸로교실 등이 대표적이다. 과기특성화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KAIST, DGIST, UNIST, GIST 등 과기특성화대학은 'STAR-MOOC' 강좌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KAIST는 지난 3월 발표한 'Vision 2031'을 통해 온라인 토론식 수업 '에듀케이션 4.0'을 현재 581개에서 2031년까지 전체 교과목의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무료 온라인 강좌(MOOC)를 300개로 확대하고,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강좌를 지도하는 가상 캠퍼스를 늘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양한 KAIST 명예교수.<사진=강민구 기자>
김양한 KAIST 명예교수.<사진=강민구 기자>
◆지식도 완전경쟁···집단지성도 활용

김양한 교수는 지난 30여년 학생들과 함께하며 축적한 연구 노하우를 교육받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 연구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강의에 참여했다. 

탄탄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로 전 세계 학생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강연을 진행하며 저술 요청을 받는 등 보상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최근 김 교수는 오프라인 강연에서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교수가 진정성을 갖고 지도하고, 학생들이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실제 강연에서 발표와 토론을 도입하는 등 집단지성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제는 MOOC 수준을 넘어선 지식 공유가 필요하다"면서 "블록체인이 행정에 활용되어 전과정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국내 또는 전세계 연구자들이 함께 경쟁하며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AIST는 지난 2014년 코세라와 협약을 맺고 MOOC 강의를 진행해 왔다. 코세라는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세계에 공유하기를 원했던 스탠포드대 교수들이 설립해 전세계 150개 대학, 공공기관 등에서 참여하고 있다. 수강생은 2500만명에 이른다.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전 세계인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글로벌 경쟁 시장이자 기회의 장인 셈이다.

김정아 KAIST 교수학습혁신팀 연구원은 "김 교수님의 강연이 인기가 높아 새로운 강좌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MOOC를 통해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다양한 학생들에게 좋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중 강연 활동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대중 강연 활동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연단 공포증 극복···"정년 퇴임은 새로운 출발점"

"마술사가 스스로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마술은 통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이 믿어야 합니다. 음향학을 어떻게 하면 잘 연구하고 전달할지 상상을 거듭했습니다."

김 교수는 고등학생 때까지 연단 공포증을 갖고 있던 내성적인 학생이었다고 고백했다. 상대방의 반응을 생각하다보니 말하기가 어려웠다. 태권도 학원, 웅변학원 등을 다녔다. 뒷산에 올라가서 독립 선언문을 외치며 호연지기를 기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음 속에 내성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생각도 많이 하고, 고치려고 노력했다"면서 "학습법도 내가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이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터득한 표현법을 조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명문대 학생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 학생들은 MIT와 같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지방이나 시골에 가서 물리를 가르친다"면서 "반면 한국의 명문대 학생들은 지방에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높여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 교수는 기업가라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쌓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실생활에 응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기술 창업에 나섰지만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탈피하기 위해 제자 등에게 경영을 맡겼다. 현재 회사는 차량용 오디오 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차 업계에서도 주목받는 회사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예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예술작품을 직접 보고 배워오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정년퇴임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면서 "기업이 성공하도록 이끌고, 앞으로도 많은 대중을 만나 지식을 전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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