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기획]과기인 2세들 '예술·과학·산업' 등 활약 기대
'대덕키즈' 국제 벤처 투자사 대표···獨명문악단 종신악장 임명 등

과학기술인 자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과학기술인 자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쏟아지는 햇살이 한없이 따사로운 5월. 이번달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성년의날 등의 가족 관련 기념일이 집중돼 있어 온기가 넘쳐나는 '가정의 달'로 불린다.

평생을 함께하는 영원한 동반자인 가족. 세상에 수많은 인연이 있지만 부모와 자식만큼 귀한 인연이 있을까. 부모의 유전자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자녀가 부모를 닮아가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대덕연구개발특구 과학동네 부모들의 '남다른 에너지'가 자녀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인 자녀들이 예술계·과학계·산업계 등의 글로벌 무대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기대주로 성장하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이규호 前 원장의 아들인 이준표씨가 이번달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로 선임됐다.

이규호 前 화학연 원장의 아들인 이준표씨.<사진=대덕넷 DB>
이규호 前 화학연 원장의 아들인 이준표씨.<사진=대덕넷 DB>
이준표 대표는 '대덕키즈'로 불린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초·중·고·대학을 모두 대덕에서 나왔다.

KAIST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남달리 창업에 열망이 컸다. 지난 2000년 KAIST 입학 이후 출연연과 벤처기업에서 연구프로젝트 수행과정을 두루두루 배워왔다. 재학 중이던 2002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에빅사를 창업했다.

창업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의 실패를 맛보고 대덕이라는 지역적 어려움도 겪었다. 그때 만난 것이 소프트뱅크벤처스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에빅사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고 순식간에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이후 이 대표는 멀티미디어 인식 기술 전문 기업인 엔써즈 창업에도 합류했다. 엔써즈 역시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투자를 받아 KT에 높은 가격으로 매각됐다.

대덕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온 그는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대덕의 훌륭한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투자하자는 요청이다. 대덕에 축적된 인재와 기술의 가치를 알리는 기회를 잡았다.

이때부터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인연을 맺었다. 지금까지 대덕의 숨겨진 기술을 발굴하는 일을 맡아왔다. 대표 취임 이후 대덕단지 기술 사업화와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기 前 생명연 원장의 딸인 이지윤씨.<사진=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제공>
이상기 前 생명연 원장의 딸인 이지윤씨.<사진=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제공>
과학기술인 자녀가 글로벌 예술 무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이상기 前 원장의 딸인 이지윤씨가 주인공이다.

이지윤씨는 작년 9월부터 독일 명문악단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최연소 악장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다.

이번달에는 오케스트라 단원 전원의 만장일치 찬성투표로 '종신악장'으로 임명됐다. 입단 9개월 만이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1570년 창단돼 4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멘델스존, 바그너, R 슈트라우스 등 작곡가들이 음악 감독으로 활동했고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등 전설적 지휘자들이 이끈 유서 깊은 악단이다. 1992년부터는 거장 바렌보임이 이끌며 그 전통과 명성을 잇고 있다.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는 만 4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했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를 거쳤다. 지난 2013년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콩쿠르 1위, 2014년 윈저 페스티벌 국제 콩쿠르 1위, 2016년 칼 닐센 국제 콩쿠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양성광 이사장의 딸인 양예린씨도 국제무대 활약이 기대된다. 양예린씨는 지난해 미국 아이비리그대학 가운데 하나인 다트머스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양성광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의 딸인 양예린씨.<사진=양성광 이사장 제공>
양성광 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의 딸인 양예린씨.<사진=양성광 이사장 제공>
이뿐만 아니라 올해는 미국 로스쿨 1~5위를 차지하는 예일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콜롬비아대, 시카코대 로스쿨에 모두 합격하는 행보를 보였다. 로스쿨 과정은 3년이며 9월 가을학기 입학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다트머스대 수석 졸업식에서 학생 대표로 연설대에 오른 양예린씨는 "아빠처럼 국가에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원외고를 졸업했으며 다트머스대학에서 심리학·행정학과를 전공했다.

국내 1호 바이오벤처 바이오니아를 이끄는 박한오 대표의 딸인 준박(June Park)씨가 세계 유수 대학에서 인정받고 있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의 딸인 준박(June Park)씨.<사진=매사츠세츠공과대학 제공>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의 딸인 준박(June Park)씨.<사진=매사츠세츠공과대학 제공>
그는 올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가 제공하는 '게이츠 케임브리지 장학금'(Gates Cambridge Scholarships)에 선정되며 케임브리지대 박사 학위 취득에 나선다. 폐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3D 프린팅 연구를 맡는다.

올해 게이츠 케임브리지 장학금 신청에 전 세계 엘리트 8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 중 35명이 최종 선택됐고 학위 취득 기간 동안 모든 학비가 지원된다. 게이츠 케임브리지 장학금은 지난 2000년도 '빌 게이츠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의해 설립됐다.

준박씨는 지난 2012년 매사츠세츠공과대학에 입학해 화학·생물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음악학을 부전공했다.

이후에도 초음파 관련 연구소인 'Langer Lab', 고분자 박막을 연구하는 'Novartis-MIT Trout Lab' 등에서 학생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5년에는 에너지·재활용 산업 연구소인 'Kepler Tech Laboratory'를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미국 생물 의약품 전문 회사인 'Putnam Associates'에서 종양학·희귀질병 등의 생명공학 컨설턴트로 활동해왔다.

'과학 가족'으로 알려진 정규수 前 ADD 박사와 정광화 前 기초지원연 원장 부부의 자녀인 정혜민씨도 국제무대에서 과학기술 분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에 재학하면서 개발한 연구 결과가 영국 잡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알려지면서 과학기술계가 주목하기도 했다. 현재는 자녀를 출산하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지역 생태계를 위해 힘써온 과학기술인 자녀들도 있다. 국가표준제도 확립의 주역이었던 故 김재관 표준연 초대소장의 아들인 김원준 KAIST 교수는 대덕과학문화센터 부지에 오피스텔 건축을 막아내는 데 일조했다.

그는 대덕특구의 생태계 보전이 대한민국 과학계를 이끄는 힘이라고 주장하며 건강한 과학계 공동체를 만드는 데 노력해 왔다. 현재는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경영경제학 등을 교육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인 자녀들이 국제·국내 무대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기도 하며 미래 기대주로 주목되고 있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 과학자는 "이들이 국내 과학기술계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라며 "과학동네 열정과 에너지가 지속되며 대덕 출신들이 세상을 이끄는 핵심 인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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