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마사타카 고토 AIST 박사, 타케오 이가라시 도쿄대 교수
전문가 영역 허물어져···스스로 음악 환경 구축, 집단 지성도 활용

설계를 전혀 할 줄 모르거나 음악을 잘 모르는 대중들도 전문성을 갖고 이를 활용하거나 즐길 수 있을까? 복잡한 리모컨 등을 통합해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물론 '가능'하다고 말한다. 최근 컴퓨터공학, 뇌과학, 가상·증강현실 등의 기술 발전은 기술 차원을 넘어 인간과 장치의 상호작용을 확장하며 일상생활과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17일 KAIST에서 열린 'CTSCAPE 2018' 행사의 일환으로 방한한 세계적인 문화기술 전문가들은 문화기술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 대부분은 '개발된 기술, 연구성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의 연구성과는 대중에 공유해 활용되거나, 기업체에 이전돼 실생활에 접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컴퓨터공학, 뇌과학, 가상·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들은 디지털 환경과 물리적 환경의 차이를 점차 좁히고, 실생활에서 편리성을 강화하며 전문가-비전문가의 경계까지 허물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이 비전문가도 쉽게 물체를 디자인하는데 이용된다. 음악기술도 시민들이 참여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시키는 등 집단지성으로 활용된다.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일본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이 사회에 접목돼 활용되는 사례를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CTSCAPE 2018'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국제 심포지엄 진행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CTSCAPE 2018'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국제 심포지엄 진행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지능형 음악 인터페이스 발전···일반 대중에게 모두 공개, 활용

일본에서 과학기술이 문화에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지능형 음악 인터페이스이다. 기사 검색부터 자막 자동 송출·표현, 영상 자동 생성 등 다양한 기능을 기반으로 관련 플랫폼이 발전하고 있다.  

마사타카 고토 AIST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마사타카 고토 AIST 박사.<사진=강민구 기자>
미래 디지털 음악의 발전과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1992년부터 관련 분야를 연구한 마사타카 고토(Masataka Goto) 일본산업기술종합연구소 박사(Prime Senior Researcher).

마사타카 고토 박사는 "대학시절 드럼을 좋아해서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이를 연구하다보니 전체 음악 인터페이스 관련 연구를 30여년 지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으로 음악 신호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음악의 이해를 확장시킬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과 협력으로 나온 대표적인 사례가 음악검색포털 'Songle', 음악 시청 지원 서비스 'Songrium', 가사 싱크 서비스 'TextAlive' 등이다. 

마사타카 박사는 "연구자로서 비전문가도 소프트웨어를 적극 활용해 새로운 음악경험을 체험하도록 한다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 왔다"면서 "그동안 노력으로 드럼 소리 조절, 내가 원하는 음악 구역으로 이동 등 사용자 자율에 맞춰 인터페이스를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사타카 박사팀이 개발한 플랫폼은 온라인에서 누구나 활용 가능하도록 무료로 공개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SNS, 크라우드 시스템 등과도 연계돼 다양한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또 각종 콘서트 등에도 활용되며 널리 호응을 얻고 있다. 

마사타카 박사는 "대중을 위한 문화기술이 대중에 공개되고, 이들의 참여로 활성화된다"면서 "최근에는 가사 싱크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해 제품으로도 출시됐다"고 말했다.

'Songrium' 음악 플랫폼. 개인이 원하는 음악을 검색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Songrium' 음악 플랫폼. 개인이 원하는 음악을 검색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개인 제작 시대로···비전문가도 쉽게 그래픽 만들고, 클라우드로 콘텐츠 모아 

음악 외에도 개인용 제품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기술이 활용된다. 특히 컴퓨터 기술 발전으로 일상생활 속에도 조금씩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컴퓨터그래픽, 인간컴퓨터인터페이스(HCI) 관련 전문가인 타케오 이가라시 도쿄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개인 제작 시대를 위한 디자인 도구'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다.

타케오 이가라시 도쿄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타케오 이가라시 도쿄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타케오 교수는 그림을 그리고,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좋아해서 일반 대중이 원하는 물체를 쉽게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

그가 20여년전 만든 '테디(Teddy)'라는 프로그램은 스케치하면 3차원 모델로 자동 변환되며, 쉽게 조작해서 활용할 수 있다. 

이후 개발한 프로그램으로는 그림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거나 의류를 모델에 입혀볼 수도 있다. 컴퓨터 시스템이 사용자가 원하는 흐름을 쉽게 시각화해서 표현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실제 개인이 제품으로 생산해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3D 프린터 뿐만 아니라 펜, 롤러 등 다양한 장치로 출력도 가능하며, 내구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령 행글라이더 등은 자동으로 모델링을 통해 비행할 수 있는 최적의 역학을 구현해준다. 또 건축가의 동작을 인식해 건축에 활용하는 것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가능하다.

시각 디자인을 위한 세부적인 콘텐츠는 크라우드 소싱으로도 제공된다. 다양한 시민, 전문가들이 이미 구현해놓은 집단지성을 활용해 짧은 시간안에 미세한 디자인 소스까지 활용할 수 있다.

타케오 이가라시 교수는 "컴퓨터가 계속 발전하면서 인간과 컴퓨터 간 거리를 하나하나 좁히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머신러닝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기술과 결합되어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우리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술 개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제품이 비행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사진=타케오 이가라시 도쿄대 교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제품이 비행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사진=타케오 이가라시 도쿄대 교수>
한편,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이 개최하는 'CTSCAPE 2018' 행사는 오는 18일까지 열린다. ​남주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에 이어 개최되는 올해 행사는 입시설명회, 심포지엄, 데모데이를 하나로 통합해 진행한다"면서 "세계 문화기술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기술의 현황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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