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신 KAIST 교수 "단백질 기반 다양한 신약에 적용 기대"

탄닌산으로 제조한 단백질 복합체가 심장 조직에 전달되는 모식도.<사진=KAIST 제공>
탄닌산으로 제조한 단백질 복합체가 심장 조직에 전달되는 모식도.<사진=KAIST 제공>
국내 연구팀이 와인의 떫은맛을 내는 '탄닌산'으로 심장조직에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이해신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탄닌산을 이용해 간단한 정맥주사만으로도 약물을 심장 조직에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탄닌산을 단백질·펩타이드 등의 약물과 혼합시켜 입자화하는 방법으로 심장조직을 표적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심장 질환의 효율적 치료를 위한 표적화 약물전달 기술은 단백질 기반의 다양한 신약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장은 인체 내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분당 60~100회의 박동을 하는 동안 약 5리터의 혈액을 뇌를 포함한 전신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심장은 심근이라는 근육을 이용해 끊임없이 박동하는 운동성이 높은 기관이다.

심장과 관련 혈관 질병을 '심혈관계-순환계 질환'이라고 하는데 이는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등 현대인의 불규칙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으로 인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심장으로 가는 관상동맥이나 미세한 혈류들이 좁아져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발생하는 심근경색이 있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심혈관계 질환 극복을 위한 화학 약물요법이나 치료용 단백질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직접적인 수술이나 스텐트 삽입 등에 의존하고 있으며 일반 정맥주사로 개발된 약물을 심장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심장의 강한 운동성으로 인해 정맥으로 주사된 약물이 순환하는 동안 심장으로의 전달 효율이 급격하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탄닌산으로 제조된 단백질 복합체의 심장 세포 내의 전달 효과와 심근경색 동물 모델에서의 바이러스 유전자 발현 효율과 치료기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사진=KAIST 제공>
탄닌산으로 제조된 단백질 복합체의 심장 세포 내의 전달 효과와 심근경색 동물 모델에서의 바이러스 유전자 발현 효율과 치료기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사진=KAIST 제공>
연구팀은 과일 껍질, 견과류, 카카오, 와인 등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탄닌산 물질을 이용했다. 탄닌산은 와인의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 분자의 일종으로 혀에 존재하는 점막 단백질과 결합해 떫은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탄닌산과 단백질 사이의 강한 분자 간 결합력을 이용해 치료용 단백질, 유전자 전달체인 바이러스 또는 기능성 펩타이드 약물 등을 간단하게 섞어주는 방법으로 입자화에 성공했다. 이를 주사했을 때 심장을 표적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탄닌산을 이용한 단백질 입자화 기술의 원리는 일종의 '분자 수준에서의 코팅' 기술이다. 입자화된 단백질 복합체 표면에 코팅된 탄닌산이 심장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밀집돼 있는 엘라스틴·콜라겐 단백질과 부가적으로 강한 상호작용을 하며 심장 조직에 부착된 상태로 오랜 시간 머무는 심장 표적화 기술이다.

이러한 탄닌산-단백질 복합체는 단백질만을 주사했을 때와 비교하면 5일 이상 장기적으로 혈관 내에서 순환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탄닌산을 비롯한 접착성·코팅성을 갖는 다양한 폴리페놀 재료를 응용해 의료용 생체 재료를 개발해 왔다. 실제로 심근경색 동물 모델에 탄닌산과 섬유아세포 증식인자를 섞어서 만든 약품을 주입하고 4주가 지난 뒤 심근경색이 일어난 크기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좌심실 압력과 심박출량 등이 정상에 가깝게 호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해신 교수는 "지금까지 심장질환 관련한 많은 약물들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약물을 심장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라며 "이번 기술은 기존 약물들을 새롭게 공식화해 개량신약으로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김기석 안전성평가연구소 예측모델연구센터 박사와 공동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지난달 30일 자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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