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연구에 일생을 바친 13명의 위대한 영웅들
저: 폴 드 크루이프 / 역: 이미리나 / 출판: 반니

◆ 놀라운 성취뿐 아니라 인간적인 좌절과 윤리적 고민까지를 손에 잡힐 듯한 경쾌하고 인상적인 문체로 풀어낸 13명의 초기 미생물 연구자들에 대한 이야기

저: 폴 드 크루이프 / 역: 이미리나 / 출판: 반니.<사진=YES24 제공>
저: 폴 드 크루이프 / 역: 이미리나 / 출판: 반니.<사진=YES24 제공>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각종 법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맞아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백신을 맞게 된 것은 불과 3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미생물학의 놀라운 발전을 통해 전염성 질병의 원인균을 밝혀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스퇴르, 메치니코프뿐 아니라 많은 미생물학자가 놀라운 발견을 해내지 못했다면 영국은 아프리카 식민지를 진즉에 포기했을 것이며 파나마 운하는 절대 건설될 수 없었을 테고 아직도 소아마비, 말라리아와 콜레라, 황열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수천 명의 아이와 성인이 죽어나갔을 것이다.

이 책은 현미경을 발명해 최초로 미생물의 세계를 들여다본 안톤 반 레벤후크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류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는 죽이기도 하는 놀라운 작은 동물의 세계를 생명을 걸고 탐험한 13인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마치 우리가 그 미생물학자들의 곁에서 같이 현미경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듯이 친절하게 우리의 손을 잡고 연구실의 생생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안내해준다.

스팔란차니의 실험대 가득 놓여 있는 플라스크와 화려한 실험, 파스퇴르의 수많은 영광과 고뇌,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코흐의 엄격함과 탄식, 수천 마리의 기니피그를 죽여가며 실험하던 루와 베링의 미친 것 같은 광기, 놀라운 천재적 감각으로 총론에서는 맞았지만 각론에서는 늘 헤맸던 메치니코프, 들판을 실험실로 만든 테오발드 스미스, 미생물 연구를 로맨스로 꽃피워낸 데이비드 브루스, 죽을지도 모르는 실험에 기꺼이 참여한 군인들에게 경례를 보내는 월터 리드, 과학자이면서 연금술사로 독을 약으로 바꿔 마법의 탄알을 찾아낸 파울 에를리히 등의 이야기를 경쾌하고도 인상적인 문체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곁들여 풀어내고 있다.

가히 13인의 초기 미생물 사냥꾼들이 어떻게 미생물과 싸워왔는지 그 놀라운 과정을 과학적 재미뿐 아니라 감동까지 엮어 풀어낸 90년이 넘은 매혹적인 과학 타입캡슐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제일 먼저 추천해주는 저서로 유명하며 수많은 과학자, 의사, 일반 독자들의 찬사와 지지를 받아 수십 년간 대중 과학도서의 스테디셀러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또 의사들이 의학자의 길을 걷도록 한 책으로 손꼽은 명저로 의학전문대학원의 추천도서이자 전 세계 18개 국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 과학자가 해야 하는 일, 진정한 과학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대중 과학도서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과학'은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을 말한다. 당연히 '과학자'는 이런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사실들을 따져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과학, 과학자'라는 단어가 언제 생겼는지 알고 있는가? 바로 19세기 사람인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와 윌리엄 휴얼(William Whewell, 1794~1866)이 처음으로 만들어낸 용어다.

17세기부터 과학은 서서히 철학에서 독립해 오직 관찰과 실험이라는 무기로 무장하고 사실만을 신봉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가기 시작했다. 막연한 추측이나 터무니없는 관습이라는 미신을 타파한 이후 과학계는 가히 '과학자로 위장한 화성인의 시대'라고 할 만큼 이전과 비교해 말도 안 되는 비약적인 발견과 발명을 속속 발표하기에 이른다.

진화론, 상대성이론, 양자이론의 발견뿐 아니라 마취술, 전기, 전파, 전등, 전화, 기차, 전기의 발명까지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 병리학, 천문학, 의학 등에서 엄청난 성취가 쌓여갔다.
 
미생물학계도 마찬가지다. 17세기 안톤 반 레벤후크는 최초로 현미경을 발명해 치즈진드기보다 백만 배는 작은, 맨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미생물의 세계를 처음으로 들여다보았다.

이후 몇 십 년간 엄청나게 반복적이고 지루한 관찰로 미생물의 종류를 구분하고 크기를 쟀으며 혈관을 발견했다. 레벤후크는 누구보다 정직하고 정확하게 미생물 과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 선구자였다.

스팔란차니는 엄격한 실험 조건과 관리를 통해 미생물도 부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내며 생물이 생장에너지라는 얼토당토않은 것에서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을 무너뜨렸다. 오직 실험으로 증명해낸 사실만이 과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안톤 반 레벤후크부터 스팔란차니, 파스퇴르, 코흐, 메치니코프에서 파울 에를리히에 이르기까지 초기 미생물학자들이 어떻게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을 발견해내고 실험을 통해 전염 경로를 파악했으며 마침내 예방법까지 알아냈는지를 자신도 과학자인 저자가 과학적이면서도 재치 넘치는 문체로 알려준다.

이를 통해 과학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과학을 해야 하는지, 과학자가 추구해야 하는 이상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과학이나 의학 관련 학과를 지망하는 십대뿐 아니라 모든 과학자가 꼭 한 번은 읽어야 하는 필독서다.

◆ 13인의 초기 미생물 사냥꾼들의 짧은 전기이자 미생물과학 발전의 연대기

각 장은 미생물과학의 역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과학자들에게 바치는 전기이자 우리 시대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날카로운 통찰력을 주는 과학 발전의 연대기로 주요 과학자의 업적과 그들이 행한 연구 방법을 담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안톤 반 레벤후크(1장)는 현미경을 최초로 발명했고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작은 동물의 세상을 처음으로 들여다본 사람이 되었다. 이후 그는 영국 왕실협회와 꾸준히 서신을 주고받으며 자신이 발견한 수많은 사실을 충실하게 보고했다.

18세기 북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라자로 스팔란차니(2장)는 법률가가 되는 대신 과학자가 되기로 선택했고 자연발생설이 틀렸음을 실험으로 입증해냈다. 그는 극도로 작은 미생물을 한 마리만 분리해내는 방법을 알아내기도 했다.

19세기로 넘어와서는 위대한 미생물학자 파스퇴르(3장)가 발효는 어떻게 발생하며 이스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냈다. 또 프랑스의 실크산업을 구해냈고 맥주를 맛있게 만들었으며 영국 외과의사 리스터는 파스퇴르의 세균설로 안전한 수술실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에 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로베르트 코흐(4장)는 프러시아의 시골의사로 당시 농부들에게 큰 문제가 되던 탄저병원균을 발견하고 매년 인구의 7분의 1을 죽이던 결핵원인균을 연구했다. 그리고 콜레라의 원인균도 발견했다.

이후 파스퇴르(5장)는 탄저병을 앓다 살아남은 동물은 면역을 얻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병원균을 약독화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또 광견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내고 백신을 개발했다. 루와 베링(6장)은 디프테리아 항독성 혈청을 만들어냈고 메치니코프(7장)는 미생물을 걸신들린 듯 먹는 백혈구 포식세포에 대한 연구를 했다.
 
미국 미생물 연구의 대장인 테오발드 스미스(8장)는 들판을 실험실 삼아 4년간의 연구를 통해 소들을 괴롭히는 텍사스열을 옮기는 주범이 진드기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미생물 연구에 현장 연구라는 새로운 방법이 등장한 것이다. 이제 무대는 아프리카로 옮겨진다.

영국 군인이자 의사인 데이비드 브루스(9장)는 아프리카에서 수면병을 옮기는 범인으로 체체파리를 체포한다. 멀리 인도에서는 로널드 로스가 말라리아를 연구하고 그라시는 이탈리아에서 말리리아를 옮기는 특정 모기를 확인한다(10장).

미생물 연구의 역사에서 연구자들 간의 다툼이나 시기는 종종 있었다. 로스와 그라시도 마찬가지로 누구의 공적이 더 많은가를 두고 유치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황열을 막은 공로는 월터 리드(11장)와 그의 팀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그 뒤에는 위대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황열 또한 모기를 매개로 옮겨지는데 동물은 걸리지 않고 오직 사람만을 죽인다. 이 말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야 한다는 뜻이다.

용감한 자원자들의 도움으로 인류는 또 한 번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 장은 비소화합물로 특정 질병에만 작용하는 마법의 치료제를 만들어낸 파울 에를리히(12장)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드 크루이프는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미생물학자들이 아직 발견해내지 못한 많은 미생물의 비밀을 연구해내 마법의 탄알을 더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하며 책을 끝낸다.

<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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