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정상회담 본 과학자들 '기대7·우려3' "남북 R&D 새판"

국내 과학자들 '남북 신뢰 구축에 한몫 기회' 목소리
"남북 과기 협력 실패 사례 분석해 세심한 전략 구상해야"
길애경·강민구·박성민 기자 sungmin8497@hellodd.com 입력 : 2018.04.29|수정 : 2018.05.03
"과학자들이 스스로 남북 협력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남북 과학기술 협력에는 '하고 싶은 연구'와 '할 수 있는 연구'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 하고 싶은 연구만 요란하게 내세우면 안된다. 할 수 있는 연구의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 과학자들은 목숨을 내놓고 협력할 만큼 과학기술 협력은 예민한 분야다."(이춘근 STEPI 국방과학기술정책단 박사)   

"남북 과학기술 협력은 70년 넘도록 서로 막혀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 과학자들은 폐쇄적인 연구문화와 통제된 정보사회에서 살아왔다. 적극적인 협력에는 한계가 있다. 점진적으로 쉬운 분야부터 협력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며 남북 R&D 새판을 짜야 한다."(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

'2018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27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과학자들은 광물 지질 자원 공동연구를 비롯해 미세먼지, 천연물, 철도연결 등 공동현안 연구에 탄력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70년 동안 교류의 단절 속에서 추진되는 협력에 남북 과학자들 간의 적지 않은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 '남북 신뢰 구축'에 한몫 기회"···科技 협력 '기대의 목소리'

백두산 화산 전문가인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과학자에게 기회가 주어졌다'고 언급했다. 남북 협력에는 깊은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과학자들이 식량·산림·질병 문제 등을 하나둘씩 해결하며 남북 신뢰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길 바란다. 과학자들에게도 '신뢰 기반'을 만드는데 좋은 훈련이 될 것"이라며 "남북의 현안을 슬기롭게 풀어 가는데 과학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시간표준센터장도 '남북 표준의 통일'에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서 '서울·평양 표준시 우선통일'을 합의했다. 30분 차이로 엇갈리던 남북의 시곗바늘이 하나로 일치된다. 

유대혁 센터장은 "남북이 평화체제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려면 표준 분야의 통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시간표준 뿐만 아니라 다양한 표준분야의 협력을 맞춰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경을 넘어가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분단선은 침범할 수 없는 경계선이라고만 생각해왔지만 간단하게 넘어가는 장면이 감동이었다. 과학계도 그어놓은 선에 불과한 분단선을 쉽게 넘나들며 협력을 만들어가자"고 덧붙였다. 

고영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위한 비가역적 화학반응(돌이킬 수 없는 반응)이 시작됐다"라며 "과학기술계는 이 반응에 촉매가 되고 에너지가 돼야 한다. 과학기술연구와 혁신의 범위와 방식이 다를 것이다. 새로운 평화 공존과 상생 번영의 미래를 여는 지속가능한 남북 통합적 혁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북 R&D의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은 "북한의 부존자원을 활용한 기초·원천 기술 연구를 함께할 수 있다"라며 "폐쇄적인 북한 연구 문화와 협력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쉬운 분야부터 협력해야 한다. 새로운 R&D 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정순 과학기술연우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고려하면서 과학계가 양국 협력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특히 연구 인프라 측면에서 농업, 산림, 광물자원, 문화재, 지질 관련 연구 등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북한에서도 연구 논문이 조금씩 나오고 있으며, 한국의 1980년대 초반 수준으로 본다"라며 "앞으로 국제 관계, 국가 보안 등을 고려하면서 과학을 기반으로 남북한 관계 개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의 인공위성 사진.한반도의 인공위성 사진.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연구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한 박사는 "북한의 에너지 문제는 식량 문제와 마찬가지로 다뤄져야 한다"라며 "북한의 지하자원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 관련 공동 연구할 수 있는 부분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경제·인문사회 분야의 서중해 KDI(한국개발연구원) 박사도 과학기술계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가속기 등의 거대한 시설을 갖추며 연구환경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과학자 우대정책으로 좋은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남북이 과학기술을 기반한 협력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방재욱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남북 과학기술 협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고려해 접근해야 하며, 시간도 필요하다"면서 "남북한 연구자 합동 컨퍼런스 등이 하나의 협력 사례가 될 수 있으며, 앞으로 생물자원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한인과학자는 "독일에서는 뉴스 편성시간이 없는 새벽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주요 뉴스 채널이 남북대화 뉴스를 전하고, 뉴스 편성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면서 "이날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아바 그룹이 35년 만에 재결성 앨범을 낸 뉴스가 풍성했음에도 회담 소식이 큰 의미로 부각됐다"고 소개했다.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과제 구분해야···科技 협력 '우려의 목소리'

남북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공감대를 지속하며 과학기술 협력을 확대하기 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춘근 STEPI 박사는 "과학자들이 내실 있는 협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요란하지 않게 추진되지 않고 세심하게 추진돼야 한다"라며 "그동안 남북 과학기술 협력이 중단됐던 이유 중 하나가 현실에 안 맞는 주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고 싶은 과제'와 '할 수 있는 과제'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정부 정책과 잘 연동되면서도 현실과 벗어나지 않는 협력이 돼야 한다"라며 "협력은 서로가 얻는 것이 있어야 이뤄진다. 남북이 서로 얻어낼 수 있는 협력 고리를 세심하게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탈북자 출신의 한 KAIST 학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기가 북한에서 올라갈 것으로 본다. 그런데 핵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라며 "'총대 위에 조국의 안정이 있다'고 자라면서 배웠는데 이게 과연 본질적으로 바뀔지 모르겠다. 앞으로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어 대북 제재가 완화되어 경제적으로 풍요해져도 독재체제에는 변화가 있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덕 소재의 한 기업인은 통일을 대비한 국가 재정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예산은 429조원"이라며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보건, 복지, 노동으로 총 재정의 30% 이상이 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 만들어진 복지제도는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고 국민적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라며 "한정된 국가 재원을 어떻게 슬기롭게 재분배할 것인지 등이 현 정부가 시급하게 경험할 국가경영의 커다란 도전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북한을 비롯한 대외 관계를 정리할 사람들은 그 일에 집중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남북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내부의 불가피한 변화 또한 미리 준비하고, 이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계 원로는 "남북 협력에는 과학자를 비롯한 지식인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과학기술계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길애경·강민구·박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