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 찾는 과학자, 암세포 분열 조절한다

송은주 KIST 박사, 탈유비퀴틴화 효소 'USP35' 세포조절기능 규명
암세포 분열 억제 및 항암제 연구 응용 기대
송은주 박사는 100여 개가 넘는 USP 효소들 중 탈유비퀴틴화 효소 USP35의 세포분열 조절기능을 규명했다.<사진=이원희 기자>송은주 박사는 100여 개가 넘는 USP 효소들 중 탈유비퀴틴화 효소 USP35의 세포분열 조절기능을 규명했다.<사진=이원희 기자>

"연구의 원동력은 항상 새로운 걸 찾아내고자 하는 호기심과 도전의식입니다. 작은 발견이라고 해도 저에게는 성취감이, 과학기술계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이 느끼는 체감의 정도는 제각각이다. 실생활에 바로 적용이 되는 기술 혹은 제품의 완성도에 따라 체감도는 크게 달라진다. 인터넷, TV와 같은 매체에서 자주 접하는 드론, 로봇, AI, VR 등은 기술이 주로 관심을 많이 받는 이유다. 

반면 이론으로 증명이 되거나, 기초 단계에 해당하는 연구는 '나와는 아직 상관 없는 먼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기초란 중요하지 않을 수 없고, 과학기술계에서 새로운 기초는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송은주 KIST 분자인식센터 박사팀이 규명한 탈유비퀴틴화 효소 'USP35'의 세포분열과정의 조절기능도 기초연구에 해당한다. 치료제로써 상용화·보급화와는 거리가 먼, 이제 겨우 기초 단계지만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이 생긴 것이다.

◆100여 개 중 하나, 대세가 아닌 35번

잘 알려져 있듯 '암'은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을 통해 종양을 형성하고, 인체의 주요 조직 및 장기들의 구조와 기능을 파괴한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며 암으로부터의 생존율은 많이 상승했지만, 그래도 부동의 사망률 1위라는 이름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세포분열 과정엔 수많은 요소가 참여해 복잡한 작용이 발생한다. 그 중 'Aurora B'는 필수적인 단백질이다. Aurora B가 존재하며 세포분열 과정에 참가할 경우 정상적인 세포분열이 일어나지만, 반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단백질인 Aurora B의 존재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유비퀴틴화'와 '탈유비퀴틴화'다. 유비퀴틴은 7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단백질로써 체내에서 필요가 없어진 단백질에 달라붙어 분해를 일으킨다. 이 분해 작용이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반대로 탈유비퀴틴화는 유비퀴틴을 제거함으로써 단백질의 분해를 막는다. 즉, 유비퀴틴화와 탈유비퀴틴화를 조절할 수 있다면 Aurora B의 안정성 확보 및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포분열이 시작되면 탈유비퀴틴화 효소인 USP35가 유비퀴틴화 효소(APC/CDH1)에 의한 Aurora B의 분해를 막고 안정화시켜 Aurora B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준다. 이 후 세포분열 말기에 유비퀴틴화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Aurora B를 유비퀴틴화시켜 프로테아좀(proteasome)에 의한 분해를 촉진시킨다.<사진=KIST 제공>세포분열이 시작되면 탈유비퀴틴화 효소인 USP35가 유비퀴틴화 효소(APC/CDH1)에 의한 Aurora B의 분해를 막고 안정화시켜 Aurora B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준다. 이 후 세포분열 말기에 유비퀴틴화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Aurora B를 유비퀴틴화시켜 프로테아좀(proteasome)에 의한 분해를 촉진시킨다.<사진=KIST 제공>

하지만 유비퀴틴화와 달리 탈유비퀴틴화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수준이다. 탈유비퀴틴화에 관여하는 효소인 'USP'는 현재 약 100여 개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를 제외하면 미지의 효소라고 볼 수 있다.

송 박사팀이 이번에 규명한 'USP35' 역시 그 중 하나다. 송 박사는 "탈유비퀴틴화 효소인 USP들 중 현재 대부분의 연구는 'USP7'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라며 "USP35는 이번 연구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논문이 2편에 불과할 정도로 정보가 적은 효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연구가 많다는 도전의식도 생겼다"며 "아직 세포수준의 기초 단계지만 조직단위나 특정 질병을 대상으로 항암제와 같은 치료제로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USP35에 의해 Aurora B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정상적인 세포분열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는 Aurora B가 세포분열이 시작되기 전까지 분해되는 걸 막는 것뿐만이 아니다. 세포분열이 끝났다면 Aurora B 역시 시기에 맞게 적정량이 분해되어야 한다. 즉 단백질과 효소들의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송 박사는 "암과 같이 필요 이상의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질환은 억제를, 반대로 부족한 질환은 촉진을 할 수 있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USP35를 비롯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USP들이 다양한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상 새로움을 찾는 연구

송 박사의 학부생 시절 전공은 약학이었다. 주변에서 보기엔 흔히 말하는 먹고살 걱정 없는(?) 창창한 전공이었지만, 송 박사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학부생 시절 대학병원, 제약회사 등에서 약사로서의 많은 실습을 해보았지만 모두 똑같았다. 질환에 따라 정해진 약물을 정해진 양에 맞게 배분만 하면 됐다"며 "정해진 일만 기계처럼 수행하는 일이 아닌,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치료제 연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남들이 많이 연구하고, 이미 진척이 많이 이루어진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여야 했다. 송 박사는 "항상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싶다"며 "박사후연구원 과정도 일부러 탈유비퀴틴화 효소 연구를 하는 연구실을 찾고찾아 UC버클리에 닿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박사는 "남들이 모르는, 관심이 적은 연구는 힘이 들기 마련이다. 실험에 실패하는 악몽도 자주 꾼다"며 "하지만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은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USP35를 비롯해 앞으로도 많은 연구자와 대중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은주 박사는 USP35의 세포조절기능 규명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의 KIST인’ 상을 수상했다.<사진=이원희 기자>송은주 박사는 USP35의 세포조절기능 규명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의 KIST인’ 상을 수상했다.<사진=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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