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명상과학연구소, 명상과 과학의 만남 첫 시리즈 진행

명상 전문가 미산 스님(왼쪽)과 자연과학 학습 운동 대가 박문호 박사(오른쪽)가 과학과 명상 주제로 대화 시간을 가졌다.<사진=길애경 기자>
명상 전문가 미산 스님(왼쪽)과 자연과학 학습 운동 대가 박문호 박사(오른쪽)가 과학과 명상 주제로 대화 시간을 가졌다.<사진=길애경 기자>
"명상과학연구소가 KAIST에 들어선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명상을 과학적으로 잘 접목한다면 지구상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이 되겠죠. 하지만 과학계에서 환영하기 힘든 사례이기도 하죠. 그래서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박문호 박사, 자연과학세상 대표)

"대덕에는 탁월한 연구자들이 많습니다. 그들과 교류하며 좋은 관계 속에서 소통하고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3, 4차 산업은 공유하면 가치가 배가되거든요. 아직 태동기이지만 융합의 핵심에 인간이 있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건드려 주는데 명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미산 스님, KAIST 명상과학연구소장)

자연과학 학습 운동의 대가 박문호 박사와 명상 전문가 미산 스님이 과학과 명상을 주제로 솔직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박 박사는 과학자로서 KAIST 명상과학연구소(이하 명상과학연구소)에 대한 과학계의 우려를 전하면서 미산 스님에게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미산 스님은 우려의 시선을 기꺼이 인정하며 앞으로 명상연구소가 가야할 방향(구체적 안은 5월말 예정)을 설명했다.

KAIST 명상과학연구소는 23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시민과 연구자, 학생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명상과 과학의 만남 시리즈' 첫 모임을 가졌다. 지난달 21일 문을 연 명상과학연구소는 이날 모임이 공식적인 첫 행사이기도 했다. 5월 모임은 '뇌과학 관점에서 본 인간의 의식' 주제로 준비 중이다.

미산 스님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미산 스님은 20세 이전에 단명한다는 이야기에 12세 무렵 부모에 의해 백양사로 보내진다. 중학교 시기 접한 주지스님의 죽음에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다. 스리랑카와 인도에서 종교 언어를 익히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 세계종교연구소 포닥 후 한국에서 승려 교육을 받았다. '하트스마일 명상' 창시자이기도 한 그는 명상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 강연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전통교육만 받다보면 우리는 자기 견해에 갇히고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게 된다"면서 "탈무드에도 언급됐듯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늘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배우는 자세로 들을 때 가장 많은 것을 얻고 지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 4차 산업은 공유하면서 가치가 지속적으로 배가된다. 연결망 속에서 나 혼자 갖고 있기보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유하는 그런 시대"라면서 "박 박사님 수업을 통해 최근 미토콘드리아 명상(이하 미토 명상) 아이디어를 얻었다. 들숨에 감사, 날숨에 사랑이라고 말하며 명상을 하다보니 미토콘드리아가 엔진을 돌리고 있는게 느껴졌다. 감사함을 말하니 자비의 마음이 가득해졌다"고 설명했다.

박문호 박사는 미산 스님의 미토 명상에 공감을 표했다. 박 박사는 "숙주 세포와 미토콘드리아는 운명 공동체다. 미토콘드리아는 숙주에게 DNA의 대부분을 넘겨주기 때문에 숙주세포가 죽으면 미토콘드리아도 죽게 된다"면서 "때문에 협력과 감사가 기반인 미토 명상은 생명의 근원으로 잘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는 "과학계의 심장부인 KAIST에서 명상으로 스님이 일을 시작한 것은 모두가 반신반의할 사례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과학은 전우의 시체를 넘어 성립되는 것으로 철두철미하다. 그래서 과학적 접근이 아니면 발을 붙이지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 개원 첫날 스님이 종교보다 과학 중심으로 명상 메커니즘을 밝히겠다고 해 믿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KAIST 명상과학연구소 운영은 어떻게?

이날 행사는 시민, 연구자, 학생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길애경 기자>
이날 행사는 시민, 연구자, 학생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길애경 기자>
미산 스님이 든 명상과학연구소 운영의 큰 방향은 과학 중심의 명상 연구다. 또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한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의료와 교육에도 명상을 접목해 좋은 발현이 일어나도록 할 예정이다.

명상과학연구소의 정확한 운영 방향과 비전은 5월말 쯤 구체화 될 전망이다. 현재 명상과학 현황과 연구소 방향을 그리기 위한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다.

미산 스님은 "KAIST에는 임상병원이 없는데 뇌과학 기반 명상과학연구소가 세워졌다. 그 이유는 4차 산업은 인문학, 자연과학, 공학 등이 융합되는데 그 핵심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면서 "융합을 위해 인간 하나하나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건드려줘야하는데 그런면에서 명상이 필요하다"고 명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 바탕에서 명상과학 태동과 프로그램 등 명상 현황과 의료, 교육 등 적용 분야를 찾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볼 것"이라면서 "어떤 방향으로 융합을 해 나갈지, 각 핵심연구분야들이 명상과의 발현이 어떻게 일어나도록 할지 이제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태동기다. 리포트가 나오면 구체적으로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미산 스님은 종교적으로 쏠리지 않을까하는 과학계의 우려에 대해 달라이 라마와의 경험을 들며 대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인류에게 행복을 주는 주제, 관계성에 관한 연구, 현재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는 전제 속에서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종교의 정의는 궁극적으로 진리를 향해서 가는 것이지만 문화현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종교 문제로 단정하지 않고 과학에 경청하고자 한다. 물질적 입장이 아니라 정신적 현상을 연구할 때 사람의 시냅스도 두텁게 활성화 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하트스마일 명상 창시자이기도 한 미산 스님은 맞춤형 명상 프로그램 계획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명상은 무겁과 딱딱했다면 하트스마일 명상은 느긋하고 재미있고 쉽게 접근하는 명상"이라면서 "사람은 모든 것을 내려 놓을 때 이완이 잘된다. 세타파에서 각성상태가 유지되고 그 상태에서 통찰력을 경험하게 되는데 전전두엽이 건강할때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이는 뇌의 공감성 명료성 적절성 등이 있을때 몰입이 이뤄지고 통찰이 이뤄지는데 이런 훈련은 개발 방법이 중요하고 어떤 메커니즘인지 뇌과학으로 밝히면 맞춤형 명상 프로그램도 가능해진다"면서 "명상과학연구소에서는 그런 분야를 실험하는 큰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문호 박사는 "뇌과학이 발전해 초월의식을 다루지만 초월의식이 과학 영역에 이제 막 들어간 상태로 조심스럽다. 하지만 유니크하기도 하다"면서 "이는 뇌과학의 프론티어 영역으로 언어, 종교학, 철학이 융합되고 언어적 실체들이 얼마나 공고한가에서 의미와 맥락이 생긴다. 이를 통해 초월의식을 과학적 기반위에 올려놔야 한다. KAIST가 명상과학연구소 문을 연 이유도 그때문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박문호 박사는 현재 진행중인 'ETRI 빅히스토리 공개학습 프로그램'의 단백질 구조, 미토콘드리아 등 학습을 요약 정리해 설명했다. 박 박사는 DNA는 유전되고 바뀌지 않지만 환경의 영향에 따라 발현이 달라질수 있다며 후성 유전학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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