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향기를 맡다···16일간의 '이색 과학여행'

[현장체험 ②]과학으로 웃고, 만들고, 떠든다
에든버러 과학축제 '쇼킹 이벤트' 풍성···"유럽, 소셜사이언스 활동 왕성"
영국 에든버러 = 김요셉 기자 joesmy@hellodd.com 입력 : 2018.04.17|수정 : 2018.04.23
에든버러 국제과학축제가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5일까지 16일간 과학체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1989년 축제가 탄생한 이후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주제로 270여개의 과학이벤트가 펼쳐졌다.

유럽 최대 규모 과학축제로 성장한 에든버러 국제 과학축제 현장을 취재했다. 영국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한국 과학문화의 방향타가 될 수 있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과학이 사회, 문화, 예술과 함께 어우러져 삶의 중요한 한 축임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에든버러 과학축제 현장르포(1편)에 이어 이색 과학이벤트 현장체험(2편), 축제 총책임자 인터뷰(3편) 순으로 연재한다.[편집자의 편지]

'시체의 비밀 탐구' 프로그램의 탁상 데코레이션. 웬지 뼈가 진짜 같다.(左) 죽음의 향기가 봉지 안에 담겼다. 참가자들은 인내하며 용기를 내 봉지를 연다.(右) <사진=김요셉 기자>'시체의 비밀 탐구' 프로그램의 탁상 데코레이션. 웬지 뼈가 진짜 같다.(左) 죽음의 향기가 봉지 안에 담겼다. 참가자들은 인내하며 용기를 내 봉지를 연다.(右) <사진=김요셉 기자>

지난 3일 저녁 영국 에든버러의 前 왕립수의과학교 서머홀(SummerHall)의 해부실(Dissection room). 문을 열자 스산한 분위기가 몸을 감쌌다. 탁자 위에는 사람 뼈같이 생긴 구조물들이 널부러져 있다. 무대 화면에는 '시체의 비밀 탐구'(Unearthing the secrets of Corpses) 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80여명의 성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어떤 시체의 비밀이 공개될지 숙덕였다. 영국 허더즈필드 대학의 법의·인류학과 안나 윌리엄스(Anna Williams) 박사는 시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패하면서 방출하는 다양한 화학 물질을 설명했다. 단순한 소개가 끝이 아니다.

탁자 위 비닐봉지에 화학물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시향지가 담겼다. 사람들은 시체 부패의 정도에 따라 달리 나오는 화학물질에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밀폐된 봉지를 열고 시향지를 꺼내들었다. 

안나 윌리엄스 박사 "시체 부패 시기에 따라 다른 화학물질이 나오죠".<사진=김요셉 기자>안나 윌리엄스 박사 "시체 부패 시기에 따라 다른 화학물질이 나오죠".<사진=김요셉 기자>

부패 초기 단계에 배출되는 인돌(indole)의 냄새부터 맡았다. 무겁고, 머스키하다. 좀약과 같은 냄새가 코에 꽂혔다. 그 다음 헥사날(hexanal)은 좀 더 자극적이다. 얼마나 역겨웠으면 주변에서 '우웩~'하는 메스꺼움(오심)의 소리를 연발했다.

낙산(酪酸)이라고도 불리는 뷰티르산(butyric acid)도 불쾌함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안나 윌리엄스 박사는 뷰탄올(butanol)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향기이자 인생의 마지막 향기라고 정의했다. 다소 강한 알코올 내음이 진동했다. 

시체의 비밀을 탐색하는 이 과학이벤트는 평소 접해보지 못한 죽음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특히나 인체표본이나 얼굴복원과 같은 시체 관련 색다른 과학기술을 접할 수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실험실에 등장한 로버트 피얏트 박사 '목소리도 웃기다'.<사진=김요셉 기자>우스꽝스러운 실험실에 등장한 로버트 피얏트 박사 '목소리도 웃기다'.<사진=김요셉 기자>

2일 밤 8시 서머홀 계단식 강의실에 마련된 '우스꽝스러운 실험실'(The lab of ludicrious)에서는 말그대로 터무니없는 연구과정과 결과가 공개됐다.
 
자신을 '스탠드업 과학기술자'(Standup Scientist)라고 소개하며 등장한 로버트 피얏트(Robert Pyatt) 박사는 지금까지 시행된 가장 이상한 과학 연구과제들을 소개했다. 하나 하나의 기괴한 연구아이디어에 관객들은 박장대소했다. 

저스틴 오벨 슈미트(Justin Schmidt) 미국 곤충학자가 연구한 곤충통증지수 이야기에 유독 관심이 쏠렸다. 어떤 곤충의 독침이 가장 큰 고통을 주는지 연구한 결과 가장 낮은 단계의 고통을 주는 곤충은 불개미와 꼬마꽃벌이다. 꿀벌과 호주 불독 개미의 한 종인 잭 점퍼 개미(jack jumper ant)가 불개미 보다 더 센 고통을 준다.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곤충은 총알개미(Bullet ant)와 타란튤라호크 말벌(Tarantula Hawk Wasp)이다. 총알개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들에게 쏘이면 총에 맞은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저스틴 슈미트의 연구 중 꿀벌의 독침이 어느 부위에 쏘이느냐에 따라 고통 지수가 다르다는 연구 이야기에 청중들은 자지러졌다. 꿀벌 독침을 신체 부위별로 쏘이는 실험에 자원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웃었고, 독침을 맞았을 때 콧구멍‧윗입술‧성기 순으로 아프다는 결과에도 강연장이 왁자지껄해졌다. 꿀벌과 키스하지 말고, 코에 꿀벌 올려놓지 말라는 연구의 결론에도 다시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알렉산드라 라우도 큐레이터의 느낌있는 강연 '스토리텔링이 강하다'.<사진=김요셉 기자>알렉산드라 라우도 큐레이터의 느낌있는 강연 '스토리텔링이 강하다'.<사진=김요셉 기자>

지난 1일 저녁 에든버러 박물관에서는 '시간'을 주제로 이색 강연이 열렸다. 바르셀로나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라우도(Alexandra Laudo)는 박물관의 한 어두운 방 한켠에서 탁상조명을 켜고 앉아 참관객들과 마주했다. 그녀의 강의는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일방적 강연방식이 아니다. 일종의 쇼같았다.

그녀의 강의는 시간의 사회적 구성과 측정, 시계의 역사, 메트로놈과 음악의 상관관계 등 시간에 대해 풍부한 관점을 넘나들었다. 크게 3개 단락으로 구성된 강연에서 테마가 바뀔때마다 때로는 발레리나가 시간을 상징하는 춤을 췄고, 때로는 비누방울을 흩뿌리며 환상적 공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10명 남짓 관객들에게 7~8명의 강연 기획자들이 온 정성을 쏟았다. 연어참치 쿠키도 선물했다. 한 관객은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눈과 귀가 호강하는 느낌의 쇼를 맛본 것 같다. 스토리텔링의 힘이 대단하다"고 소감을 나눴다. 

에든버러 과학축제는 죽음의 향기를 맡고, 과학으로 한바탕 웃는 이색 이벤트 뿐만 아니라 총 270개의 다양한 공연과 강연, 토론, 체험 과학이벤트가 16일간 쉴새없이 펼쳐졌다.

하나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준비하는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간 준비한다. 35명의 축제 사무국 전담 직원들은 축제를 위해 1년을 준비한다. 축제 기간에는 수백여명의 스태프들이 별도로 동원된다. 총 100만 파운드(약 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에든버러 과학축제 이벤트 개발자 "과학이 대중에게 다가간다면 누구나 소통"<사진 = 김요셉 기자>에든버러 과학축제 이벤트 개발자 "과학이 대중에게 다가간다면 누구나 소통"<사진 = 김요셉 기자>

에든버러 과학축제 이벤트 개발자 제니퍼 로저 카스바우(Jennifer Rodger-Casebow)는 "우리는 축제를 추진하기 위한 과학적 백그라운드가 매우 좋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과학이 대중들에게 흥미있고 인기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과학자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한다"고 말했다. 

박미근 재영과학기술자협회장은 "Horizon 2020 융합형 프로젝트라는 엄청난 R&D 플랫폼이 유럽에서 가동되고 있는데, 각 연구 프로젝트에는 연구활동 뿐만 아니라 소셜사이언스를 위한 활동과 노력이 왕성하다"라며 "영국은 특히 누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 대학과 연구소에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 연구시너지가 날 수 있는 연계가 잘 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유럽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과학커뮤니케션이 강조되고 있다"며 "칸막이 문화가 여전한 한국 과학기술계는 보다 오픈마인드의 자세로 다양한 과학커뮤니케이션 노력이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근 회장 "한국 과학계, 과학커뮤니케이션 다양한 노력 필요".<사진=김요셉 기자>박미근 회장 "한국 과학계, 과학커뮤니케이션 다양한 노력 필요".<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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