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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로 시작 측정 분석, '육아맘' 바이오 표준 이끈다

[과학 청년, 부탁해⑮]정지선 표준연 박사···연구, 학생지도, 대중활동 등 적극 수행
일과 가정에 충실···건조혈액여지시료 활용 임상진단 측정표준연구 박차
'젊은 과학은 오지랖이다'. 정지선 박사는 과학적 사유과 끊임없는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강민구 기자>'젊은 과학은 오지랖이다'. 정지선 박사는 과학적 사유과 끊임없는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지난 2016년 '페임랩코리아(FameLab Korea)' 본선 대회 현장. 젊음과 패기로 무장한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 30대 중반의 한 연구자가 무대에서 '과학토크'를 진행하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생아 질환 검사를 사례로 측정결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발표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관련 영상 링크)

당시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바이오분석표준센터에서 재직하고 있는 정지선 박사. 정부출연연 연구자로서는 최초로 일궈낸 본선 진출 소식은 표준연 직원들이 뽑은 당해 10대 뉴스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유발했다.

정지선 박사는 평범한 '육아맘'을 자처(?)하는 연구자다. 정 박사는 연구자, 교수, '유진, 유민이 엄마'로서 일과 가정에 충실하며 누구보다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환자의 혈액에서 각종 질병을 분석·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페임랩', '꿈나무 과학교실', 'Science Slam D' 등 과학 대중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측정 표준 과학의 중요성을 알리는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젊은과학에 대해 묻자 '오지랖'이라고 정의한 정 박사. 그의 표현에는 젊은 과학자들이 주변 환경과 사물에 호기심을 갖고 질문·탐구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살려나가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정 박사를 만나 연구자가 된 과정, 연구자로서의 삶,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

◆문과 출신으로 약대서 고생하기도···정확한 측정과 분석 연구에 호기심 가져

"학업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유기화학 등 과목이 특히 어려웠죠. 책의 내용을 거의 암기하다시피 해서 시험을 보러 갔지만 당일 머릿속이 새햐얗게 되었죠. 결국 교수님께 장문의 편지를 답안지에 적은 끝에 D를 받기도 했습니다(웃음)."

정 박사가 처음부터 연구자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문과였던 그는 이과계통 진학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고, 누군가와 대화하며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당시 학생들에게 유행했던 문화 중 하나가 친한 친구들이 함께 '비밀일기'를 작성하고 공유하는 것이었다. 감성이 풍부하고 대화하는것을 즐겼던 정 박사도 여느 학생들처럼 비밀일기에 시나 그림을 그려 공유하곤 했다.  

정 박사는 비밀일기에 적었던 잡초에 대한 시를 보여주며 이와 관련된 일화도 소개했다. 정 박사는 "잡초들이 단지 활용성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각자의 이름조차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면서 "도서관에서 잡초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며, 각자의 고유의 이름과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잡초와 관련된 연구자를 꿈꿨다"고 말했다.  

경희대 약대 한약학과에 진학했다. 학과 공부는 그의 목표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애초 약초 공부를 하겠다는 포부와 달리 실제 학과 교육과정은 주로 화학과 관련된 과목들이 많았다. 문과출신이라는 점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었다. 약대생으로서 고등학교 이과 과정의 화학, 생물 공부도 다시해야 했다. 교과목 성적이 'D'나 'F'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학업과 연구를 향한 의지는 지속됐다. 정 박사는 천연물화학을 전공했으며, 동대학에서 석·박사를 모두 마쳤다. 

정 박사는 음양오행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천연물 성분 분석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다. 분석을 하다보니 측정 결과들이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됐다. 이후 정확한 측정과 측정 신뢰성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측정 표준 분야로 연구를 이어나가게 됐다.

질병 등의 검사에 활용하기 위한 건조혈액여지시료(왼쪽)와 혈장 인증표준물질(오른쪽).<사진=강민구 기자>질병 등의 검사에 활용하기 위한 건조혈액여지시료(왼쪽)와 혈장 인증표준물질(오른쪽).<사진=강민구 기자>

정 박사는 한방 병원 취업, 한약국 개업 등 다양한 진로 방향에서 성분 분석과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기를 희망했다. 평소 측정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던 상황에서 표준연은 최적지였다. 박사 졸업 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포스닥 연구원을 거쳐 정직원이 됐다.

현재 정 박사의 주요 연구 분야는 건조혈액시료여지 측정 등 혈액 시료를 분석하고 임상 검사의 측정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가 측정 표준의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정 박사는 "현재 한국에서는 모든 신생아들이 국가 지원을 통해 신생아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간단한 채혈을 통해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때 사용되는 시료가 건조혈액여지시료인데, 과거 신생아에게만 한정적으로 활용됐던 시료가 분석 기술 발달에 따라 최근에는 어른들에게도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 박사는 혈액여지시료 속 단당류와 아미노산류를 분석하고 있다. 이 때 샘플링에 따른 오류를 추적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채혈량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없는 시료의 특성상 어떠한 것들을 고민해야 할지에 따라 시료의 활용성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육아맘 생활···"가족과 많은 대화하며 아이디어도 얻어"

여성과학자이자 육아맘으로서 일과 가정을 양립해서 생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정 박사는 학문에는 경계가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대 등에 여성이 보다 많이 진학하고, 남녀 틀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미래에 도전하기를 희망했다.

정 박사가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연구와 삶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가족의 힘이 크다. 현실적으로는 야근, 회식 등도 적잖은 부담이 된다. 아이들을 모두 원내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데 시부모님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박사가 실험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정 박사가 실험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육아를 하면서 평소 생각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과거 라디오를 즐겨 듣던 그는 이제 최신 유행 동요 전문가가 될 정도로 아이들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대신 일상속에서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활용해 일정 부분 연구에 반영하기도 한다. 가령 정 박사 가방에서 채혈과 관련된 연구 발표자료를 본 아이가 '피가 나면 아프겠다'고 말을 하고, 이것을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안 아플까'라고 되묻는 것에서 시작해 고통없는 채혈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정 박사는 "아이의 체온을 측정하며, 왜 숫자가 나오는지 묻는 질문에 37.6도라는 숫자가 어떻게 왔으며, 이 값이 왜 믿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아이와 만담하듯이 주고 받는다"면서 "이를 통해 측정 신뢰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정 박사의 앞으로의 꿈은 크게 두가지다. 정부출연연 연구원으로서 바이오임상진단 관련 측정 표준 확립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완성도 있게 수행하는 것과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 

연구 측면에서는 바이오 임상 진단 관련 검사의 측정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일을 주도해 국가 측정 표준 체계 안에서 더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정 박사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도 다양한 활동을 꿈꾸고 있다. 출산 이후 연구와 생활에 다소 지쳐있던 그에게 '페임랩'은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처럼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다가가며 소통할 계획이다.

향후 소극장에서 1인극을 하는 것과 글쓰기에 대한 꿈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실험실 이야기 등 과학 키워드를 모아서 에세이도 집필하고, 초등학생이 이해하고, 아줌마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학 콘텐츠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육아의 과학을 갖고 소극장에서 1인극도 해보고 싶어요. 대부분의 육아맘들이 신생아를 키우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죠 '아이의 울음소리는 왜 엄마에게 더 잘들릴까' 등을 주제로 대화하며 육아에 지친 분이나 소외된 이들을 위한 힐링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요."

정 박사가 수행한 다양한 활동들의 모습.(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어린이도서관 강연, '다들배움강연', Science Slam D 발표 모습, UST 지도학생 흐엉과 정지선 박사.<사진=정지선 박사 제공>정 박사가 수행한 다양한 활동들의 모습.(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어린이도서관 강연, '다들배움강연', Science Slam D 발표 모습, UST 지도학생 흐엉과 정지선 박사.<사진=정지선 박사 제공>

◆정지선 표준연 박사는?
경희대 약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끊임없이 과학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연구자다. 지난 2016년 페임랩 코리아에서 정부출연연 연구자로서는 처음으로 본선대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현재 표준연 바이오분석표준센터 선임연구원과 UST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와 학생지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덕넷은 젊은 과학자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추천할 젊은 과학자의 ▲이름 ▲소속(연락처 포함) ▲추천 사유를 적어 이메일(HelloDDnews@HelloDD.com)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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