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과기' 연구 20년 "남북 협력 윈윈 접근"

최현규 KISTI 본부장, 'NK테크' 교류 플랫폼 구축 운영
1만여명의 북 과기인력과 학술지 한눈에 볼 수 있어
'깬돌, 거꿀분극, 예민색판, 열터짐, 넓은 각렌즈, 핵마당론 등등.'

알듯 모를듯, 북한에서 사용되는 과학기술 용어들. 우리나라에서는 아연 도금된 철, 역편극, 감지색판, 가열균열, 광각렌즈, 핵분열로 표현되고 있어 일부 용어는 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칫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며 원활한 대화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미 대화에 속도가 붙으며 남북 과학기술 교류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도 과학기술 기반 남북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 현장 과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최현규 KISTI 본부장. 북한 과학기술 정보통으로 꼽히는 최 본부장은 북한 과학기술 정보를 알고 싶으면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이하 NK테크)' 사이트를 참고하라고 추천한다.

NK테크는 2002년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정권에 따라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최 본부장이 20여년간 북한 과학기술 정보를 모으고 연구한 자료들이 축적돼 있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과학기술 용어부터 각 분야 연구자, 연구성과와 동향, 발간된 학술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KISTI 서울 분원에는 북 과학기술 분야 오프라인 자료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활용 가능하다.

◆ 中에서 처음 본 北  과학기술 용어집에 궁금증 발동, 자료 수집 시작

 
북한 과학기술 정보통으로 꼽히는 최현규 본부장.<사진=길애경 기자> 북한 과학기술 정보통으로 꼽히는 최현규 본부장.<사진=길애경 기자>
 "남북 과학교류가 이뤄지려면 협력할 연구자는 누가 있는지, 연구분야는 무엇인지 정보가 있어야죠. 과학기술 분야의 남북 협력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북쪽 과학기술 정보를 확보하며 플랫폼을 만들어 왔습니다."

최 본부장이 북한의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초다. 출장 갔던 중국에서 북한의 과학기술 용어집을 보게 되면서 자료 수집과 연구가 시작됐다.

그는 "책자 두께도 두께지만 7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책자가 예사롭지 않았고 우리와 너무 많이 달랐다"면서 "자칫 서로 다른 용어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군가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제를 만들고 과학서적, 학술지 등 자료를 수집하게 됐다"고 밝혔다.

NK테크 사이트에는 1만여명의 북한 과학기술인 정보가 수록돼 있다. 또 1960년대부터 최근 학술지와  자연과학 잡지, 발명 특허, 기술정책, 법령 등이 기술별, 주제별, 년도별로 정리돼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상담 코너도 별도로 마련해 놨다. 북한과 협력 전 기업 등에서 궁금해 하는 점을 실시간 상담해 주기 위해서다.

최 본부장은 "남북 협력 방안을 모색하지만 과학기술 분야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연구하는지 모르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면서 "그래서 분야별 전문가를 발굴해 정리해 놨다.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전반에서 앞서 있지만 기초과학, 응용수학, 물리 등 특정 분야는 북한도 국제 수준에서 크게 뒤지지 않아 협력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방 분야는 국가과학원과 별개로 국방과학원에서 연구개발을 맡고 있어 자료 확인이 어려웠다"면서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인력 양성은 우수 인재에게 집중 투자하는 편으로 그동안 자료와 정보를 분석한 결과 70~80년대에 논문을 낸 연구자 중에 우수 과학자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분석됐고 그들이 국방 분야 연구에 투입된 것으로 유추됐다"고 말했다.

◆ "일방적 지원 보다는 서로 윈윈하는 전략으로"

"남북 관계는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 많아 조심스러운게 사실입니다. 과학기술 분야는 정치색을 배제한 상태에서 조금씩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일방적 지원보다는 서로 윈윈하는 전략으로 협력을 해 나가려고 하죠."

최 본부장은 북한과의 협력 방향으로 '윈윈'과 '퍼오기'를 들었다. 과거 퍼주기식 정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며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남북이 윈윈하며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최 본부장은 북한의 지하자원과 약재 등 생물자원, 신뢰를 기반한 인적 자원을 꼽았다. 또 북한의 과학기술은 실생활 중심이 많아 기업에서 활용할 분야도 많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의 지하자원 매장량이 상당히 높다. 이를 우리가 정련해 고품질화 하면 부가가치가 높을 것"이라면서 "천연 재료 약재도 우리 수준으로 높여 개발하면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인력 양성은 사회주의 특성상 우수 인재 중심이다. 수학과 과학분야 교육과 기초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 그 분야 인력이 다수 배출 되고 있다. 특히 김일성종합대학, 리과대학, 김책공대에는 별도의 수재반을 운영하며 인재를 선별해 육성한다.

그는 "북한의 초중고 학생은 수학과 과학 교육 강도가 높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특목고에 해당하는 제1중학교를 각 지역마다 두고 기초과학 분야 교육을 받은 우수인력이 배출되지만 그들이 일할 곳은 많지 않다"면서 "인력 활용은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논의하면 협력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끝으로 "남북 과기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남북 관계가 정상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처럼 안좋은 사례가 반복 될 수 있다"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위해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최 본부장은 부분적으로 남북 과학기술 협력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자들과 포럼을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포럼은 격월로 열리며 22일 3월 포럼이 열린다.

최 본부장이 20여년간 자료를 발굴하며 구축한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사이트. 인력부터 학술지, 연구분야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사진=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최 본부장이 20여년간 자료를 발굴하며 구축한 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사이트. 인력부터 학술지, 연구분야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사진=북한과학기술네트워크>

 
길애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