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연-대구한의대, 동물 모델 경혈 일치도 71% 확인

에반스 블루 투여 후 실험동물 체표에 가시화된 부위.<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에반스 블루 투여 후 실험동물 체표에 가시화된 부위.<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팀이 한의학에서 침·뜸을 놓는 자리인 '경혈'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종열)은 류연희 임상의학부 박사와 김희영 대구한의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질병에 따른 피부 민감점과 경혈이 약 70% 이상 일치함을 증명해 경혈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연구팀은 대장염·고혈압 동물모델에서 신경과학적 방법의 특수 염색을 통해 피부 표면에 발현되는 경혈을 가시화했으며 가시화된 경혈에 침 자극을 주었을 때 질병이 치료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경혈의 실체 규명을 위해 대장염과 고혈압을 각각 유발한 동물모델에 에반스 블루1) 색소를 이용해 피부 민감점을 가시화한 후, 이를 실제 경혈과 비교해 일치도를 파악했다. 경혈에 침 자극을 주어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와 치료기전을 연구했다.
 

에반스 블루1) : 청색 색소로 혈장의 주요 성분인 알부민을 염색하는데 쓰인다. 대장염과 같은 내장통은 피부에 민감한 반응점을 만들고 그 부위의 혈관이 커지며 알부민이 빠져나오는 현상이 발생한다. 파랗게 염색된 알부민으로 피부 민감점의 위치를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먼저 연구팀은 대장염 질환을 유발한 실험용 쥐에 에반스 블루 약물을 정맥 주입해 피부 표면의 민감점을 살폈다. 가시화된 민감점은 십이경락2) 중 대장통과 같은 소화기 질환과 연관된 경락인 족태음비경3) 부위를 따라 발현했으며 약 75%가 혈 자리 부위와 일치했다.
 
십이경락2) : 한의학에서 침구치료에 사용되는 중요한 치료점 또는 장부 이상상태가 체표에 나타나는 반응점인 경혈이 서로 연결되어 체표와 장부를 연결하고 있는 것을 경락이라고 하며 인체에는 12경락이 존재한다.

족태음비경3)(足太陰脾經) : 십이경락중 하나로 비·심·위·목구멍·혀 등과 연계된다. 족태음비경에 병이 생기면 명치 끝이 아픈 증세, 설사, 소화 장애, 복명(腹鳴), 메스꺼움, 식욕 부진, 복부 팽만, 황달 등 소화기 계통의 병증과 두통, 머리 무거운 감, 전신 피로, 혀의 운동장애, 팔다리 근육 위축, 다리 안쪽이 찬 감,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 부종 등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족태음비경에는 21쌍의 혈이 있다.

그중 가시화된 빈도가 높은 공손혈4)에 침 자극을 주어 실제로 대장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 침 자극을 준 실험군이 침 자극을 주지 않은 대조군보다 염증 수치와 설사 감소 등의 효과가 뚜렷했다.
 
공손혈4)(公孫穴) : 발 안쪽에서 제1발몸뼈바닥의 안쪽 전하방과 단모지굴근 사이에 있는 우묵한 곳에 있는 경혈이다. 주로 위장과 비장 질환 치료에 쓰인다.

또 고혈압을 유발한 동물 실험에서도 에반스 블루로 민감점이 가시화된 부위가 수궐음심포경5) 등의 경혈 위치와 67% 이상 일치했으며, 가시화된 부위의 경혈에 침 자극을 준 실험군에서 혈압이 유의하게 감소됐다.
 
수궐음심포경5)(手厥陰心包經) : 십이경락 중 하나로 대체로 심장과 위장·가슴·신경계통의 질환에 효능이 있는 경맥이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면역 염색을 통해 에반스 블루가 공통적으로 가시화된 부위에서 민감해진 생체조직에 발현되는 신경펩타이드인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가 발현한 것을 확인해 실제로 경혈에서 세포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류연희 박사는 "경혈경락체계는 한의약의 근간을 이루는 이론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실험모델이 없는 상황이었다"라며 "경혈경락체계의 실체를 설명한 이번 연구는 학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그 의의가 크다"라고 말했다.

김종열 원장은 "그동안 침·뜸 임상연구가 매년 수백 편씩 국제학술지에 발표됨에도 불구하고 경혈경락체계의 과학적 근거에 의문의 여지가 있어 왔다"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향후 경혈경락체계가 새로운 생체조절시스템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의학연이 지속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류연희 박사 연구팀은 향후 경혈 가시화 기술을 개발 완료해 10년 이내에 가시화된 경혈을 이용한 한방진단과 치료기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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