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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운 벗고 '실험복' 입은 의사 '기초연구' 도전장

[과학 청년, 부탁해 ⑫]신정환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연구 호기심에 잠 못 드는 밤 지속···연구실 문 두드린 계기
'임상·기초' 두 마리 토끼 "파킨슨병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만든다"
신정환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생은 "임상과 기초연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파킨슨병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사진=박성민 기자>신정환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생은 "임상과 기초연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파킨슨병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사진=박성민 기자>

대학병원 최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한 신경과 의사가 병원 가운을 벗고 '실험복'으로 갈아입었다. 파킨슨병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며 '기초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인공은 신정환 KAIST 의과대학원 박사과정생. 그는 2004년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해 6년의 학위과정을 마치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1년, 전공의 4년 과정을 밟았다. 이후 전문의 국가고시를 합격하며 신경과 의사로 거듭났다. 모범적인(?) 의사 과정을 거쳐온 그가 2015년 KAIST 박사과정생으로 입학했다. 왜일까?
 
"파킨슨병 치료의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만들겠습니다. 기초연구가 의학계에 언제쯤 치료에 적용될지는 모르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되며 발생한다. '운동증상'인 경직, 떨림, 자세불안정 등과 '비운동증상'인 치매, 우울증, 무감동증 등으로 나뉜다.

서울대병원에서 파킨슨병을 전문으로 치료했던 신정환 박사과정생은 '비운동증상'에 주목했다. 의학계에 운동증상 치료법은 다양하게 보고됐지만, 비운동증상의 치료법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우리가 흔히 파킨슨병 증상을 몸이 경직되는 등의 운동증상이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치료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등의 비운동증상도 함께 나타난다"라며 "이는 삶의 질을 많이 떨어트린다. 비운동증상에 대한 연구나 치료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실제 사람의 뇌를 조작해가며 비운동증상을 연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그는 임상연구에 한계를 느끼고 동물실험 등의 기초부터 도전해보자는 의지로 '기초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파킨슨병 치료는 수십 년간 발전해왔지만, 새로운 약물보다 현재의 약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기초연구를 통해 뇌와 질병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치료의 돌파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병원 현장에서도 임상의사와 기초연구자 사이에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라며 "임상과 기초를 모두 경험해야 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연구결과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연구 호기심에 잠 못 드는 밤···KAIST '실험복' 입은 과정

신정환 박사과정생이 기초연구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신정환 박사과정생이 기초연구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신정환 박사과정생이 파킨슨병에 관심을 두기까지 두 번의 충격(?)적인 전환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서울대 의과대학 3학년 시절 신경외과 수술 참관 실습 때의 일이다. 당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파킨슨병 환자 머리를 고정하고 두개골에 전극을 삽입했다.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 자극을 시작하니 굳어있던 환자의 몸이 거짓말처럼 반응하기 시작했다. 뇌심부자극술이다.

파킨슨병을 비롯해 치매 등의 질병은 증상이 갑자기 좋아지는 '극적인 치료' 방법이 많지 않다. 물론 약을 투여하면 증상이 서서히 좋아지지만, 단시간에 치료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그는 "뇌심부자극술로 파킨슨병을 극적으로 치료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뇌심부자극술을 좀 더 공부하고 개선해 파킨슨병에 적용하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욕구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환점은 전공의 3년 차에 찾아왔다. 논문을 검색하다 우연히 광유전학 분야의 논문을 접했다. 특정 레이저 파장을 통해 파킨슨병 모델 쥐의 증상을 회복시키는 내용이다. 뇌심부자극술과 같이 극적인 치료법이다. 쥐의 뇌에 빛을 쪼여주면 단시간에 파킨슨병 증상이 회복됐다.

그는 "광유전학을 통한 파킨슨병 치료의 원리를 연구해보고 싶었다. 연구 호기심에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라며 "기존의 뇌심부자극술 치료법까지 발전시킬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박사과정생은 전문의를 취득하고 국내 신경학·광유전학 전문 교수를 찾았고 연구 목표와 방향이 맞는 KAIST 생명과학과 정민환 교수와 인연이 닿았다. 이때부터 KAIST 생명과학과 실험실에 발을 디디게 됐다.

◆ KAIST 입학하고 우여곡절 "코딩교육부터 다시 했죠"

신정환 박사과정생은 젊은 과학을 '융합과 도전'으로 정의한다.<사진=박성민 기자>신정환 박사과정생은 젊은 과학을 '융합과 도전'으로 정의한다.<사진=박성민 기자>

"최상의 실험 조건을 유지하려면 실험 계획을 잘 알고 있는 본인이 연구 장비를 직접 만들어야 했죠. 누군가가 만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기판조립, 납땜, 코딩 등을 스스로 해야 했습니다. KAIST에 입학하자마자 우여곡절이 시작됐습니다.(웃음)"

초등학교 이후 트랜지스터를 처음 접했단다. 고등학교 이후 10년 넘도록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였던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병원 현장에서는 엑셀 데이터를 다루는 게 전부였지만 실험실에서는 신경 데이터를 처리하고 모델링하는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그는 KAIST 전산과 수업부터 신청했다. 수업은 딥러닝으로 새로운 과학적 원리를 밝혀내는 방식이었다. 기초코딩조차 버거웠던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학기를 수료하기도 했다. 하나둘씩 연구실 환경에 맞춰가며 기초연구를 위한 발판을 닦아왔다.

연구실에 적응하기 위해 동료들을 끊임없이 찾아가고 물었다. 연구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고 광유전학을 이용한 파킨슨병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신정환 박사과정생은 3년 만의 기초연구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광유전학을 이용해 기저핵의 정보처리를 밝힌 논문을 게재했다. 국내 생물학 연구 커뮤니티인 브릭(BRIC)에서 선정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선정되기도 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연구팀 록밴드 그룹인 '헤비멘탈'의 활동모습.<사진=신정환 박사과정생 제공>KAIST 생명과학과 연구팀 록밴드 그룹인 '헤비멘탈'의 활동모습.<사진=신정환 박사과정생 제공>
 
KAIST 생명과학과 연구팀이 크고 작은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팀 분위기가 한몫했다. 연구팀원들은 '헤비멘탈'이라는 록밴드도 만들었다. 지도교수가 드럼을 치고 연구자들은 기타와 마이크를 잡는다.

광유전학 연구에서 원하는 채널을 세포로 발현시키는데 2주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이론적으로는 어렵지 않은 실험이지만,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연구팀은 이같은 실험 난제들을 가사에 반영해 작곡하고, 개사하며 음악을 만든다. 연구의 애환을 노래로 표출하며 긍정의 시너지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신 박사과정생은 연구와 문화·예술의 융합을 강조한다. 그는 "실험도 24시간 집중하는 것보다 문화와 예술과 연대를 이룰 때 빛을 발한다"라며 "기초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연구와 연대 고리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과학을 '융합과 도전'으로 정의했다. 신 박사과정생은 "최근 아이돌 가수들도 노래·춤·연기 다방면에서 우수하다"라며 "젊은 과학자들도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생명과학과 실험실에도 물리과·수학과 출신자들이 모이고 있다. 모든 학문에는 다양한 분야의 통찰력이 요구되고 있다"라며 "한 분야로의 훌륭한 연구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실력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박사과정생은 "의료계는 현실 세계에 가깝다. 반면 순수한 학문을 추구하는 과학자들을 보며 감동받았다"라며 "박사과정을 마치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 기초과학의 연구결과를 임상에 활용하는 진정한 중개연구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신정환 KAIST 박사과정생은

2004년 서울대의대에 입학해 2015년 2월 신경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15년 3월 KAIST 신경과 박사과정(전문연구요원)에 입학했다. 올해로 4년차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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