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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으로 水혁명···"원천기술 융합 결실"

박현웅 경북대 교수팀, 해수담수·폐수정화·수소발생 동시 가능한 시스템 개발
이산화탄소 고부가 물질로 바꾸기 위해 개발한 '광촉매'에 '탈염' 기술 융합
햇빛을 받으면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고 폐수를 정화하는 동시에 청정 연료인 수소 가스까지 만드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박현웅 경북대학교 교수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태양광을 이용해 세 가지 기능을 동시에 구동하는 '삼중 복합시스템'이다. 삼중 복합시스템은 물탱크, 광촉매, 분리막, 세 종류의 물로 구성된다. 물탱크 왼쪽 칸에는 폐수가, 가운데 칸에는 바닷물이, 오른쪽 칸에는 일반 물이 담긴다.
 
광촉매가 태양광을 받아 전자를 이동시키면 바닷물은 염분이 분리되면서 제2용수(음용수 등)로 변한다. 이어서 바닷물에서 분리된 염소 이온은 폐수를 정화수로 만든다. 동시에 오른쪽에서는 화학 반응으로 수소 가스가 발생한다.
 
삼중 복합시스템은, 햇빛과 바닷물은 풍부하지만 식수가 부족한 국가나 해수담수화와 폐수 처리가 필요한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성과는 연구팀이 개발한 '광촉매'에 '탈염' 시스템을 접목해 탄생했다. 박 교수팀은 지난 2016년 우연히 한 세미나에서 '미생물이 전기를 만들어 바닷물의 소금기를 제거하는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됐다. 연구팀은 미생물 대신 광촉매를 탈염 시스템에 도입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탈염과 광촉매 연구는 서로 관련 없는 것이라 여겼는데, 이번 연구결과는 두 분야의 우연한 융합을 통해 나왔다"며 "이 덕분에 우리 연구팀은 더 많은 연구를 재미있게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바닷물에서 분리된 두 이온은 양이온과 음이온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막을 각각 통과한다. 왼쪽 칸으로 이동한 염소 이온은 광촉매 표면에서 활성염소종이 되어 폐수를 정화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물에서 수소 가스가 발생한다. 광촉매가 전자를 이동시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반응이 빨라진다. <사진=연구팀 논문 'Solar desalination coupled with water remediation and molecular hydrogen production: a novel solar water-energy nexus'.>바닷물에서 분리된 두 이온은 양이온과 음이온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막을 각각 통과한다. 왼쪽 칸으로 이동한 염소 이온은 광촉매 표면에서 활성염소종이 되어 폐수를 정화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물에서 수소 가스가 발생한다. 광촉매가 전자를 이동시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반응이 빨라진다. <사진=연구팀 논문 'Solar desalination coupled with water remediation and molecular hydrogen production: a novel solar water-energy nexus'.>

◆ 이산화탄소 전환하기 위한 '광촉매' 연구, 폐수정화·탈염까지 확장

박 교수팀 연구성과는 에너지&인바이러멘탈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2월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사진=Energy&Environmental Science 홈페이지>박 교수팀 연구성과는 에너지&인바이러멘탈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2월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사진=Energy&Environmental Science 홈페이지>
박 교수팀은 광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고부가 물질로 만들기 위한 연구에 주력해왔다. 연구팀은 2016년, 3차원 광촉매를 개발하고 인공광합성의 반응 경로를 규명했다. 당시에 기존 대비 100배 높은 효율로 이산화탄소를 고부가 물질인 포름산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광촉매와 염소를 이용한 수처리'도 연구해왔다. 이 시스템은 광촉매가 전기를 발생하면서 염소를 활성염소로 만들고, 활성염소가 폐수를 정화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이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염소를 지속적으로 주입해줘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탈염 기술을 더한 삼중 복합시스템은 바닷물에서 자동으로 염소 이온을 얻어서 작동된다.
 
박 교수는 "그동안 광촉매 관련 연구성과를 쌓아왔기 때문에 미생물 탈염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광촉매는 미생물의 여러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무기물인 광촉매는 염소 농도가 높을수록 활성이 좋아지고 물의 pH 변화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유기물인 미생물은 pH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염소 이온이 많아질수록 활성이 저하된다. 또한 미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미생물의 밥인 아세테이트를 넣어줘야 한다.
   
◆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연구···글로벌 협력으로 성공
 
박현웅 경북대 공과대학 에너지공학부 교수. <사진=한효정 기자>박현웅 경북대 공과대학 에너지공학부 교수. <사진=한효정 기자>
아이디어가 논문이 되기까지는 약 1년 반이 걸렸다. 이 연구에는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지도 않았고, 기초 연구 결과와 실험 세트는 이미 갖춰져 있었기에 박 교수는 5~6개월 만에 논문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연구를 시작하자 예상 외로 많은 복병을 만나 시간이 지체됐다.
 
박 교수는 "문헌을 찾아봤지만 우리가 하려는 분야와 비슷한 연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오히려 아직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라는 점에서 학생들이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내외 연구자가 함께 이뤄냈다. 국내에서는 박 교수 연구실의 김성훈 박사과정생과 박광협 박사과정생이 각각 제1·2 저자로 참여했다.
 
세미나를 통해 이번 연구의 단초를 제공한 한동석 카타르 Texas M&A 대학 박사는 삼중 복합시스템의 사업화와 중동에 적용할 방법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했다. 손호경 시드니과학기술대학(UTS) 교수는 해수담수와 멤브레인 분야 전문가의 시각에서 연구의 경쟁성 등을 평가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 논문 발표 후 국·내외서 문의 이어져···해외 특허 준비 중

연구팀의 논문은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대와 LBNL(The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등 탈염 분야 연구가 활발한 미국 기관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연구 진행 방법, 성능, 의심스러운 점 등에 대해 주로 질문했다. 미국화학회는 오는 8월 열리는 '물 에너지 융합 포럼'의 특별세션 연사로 박 교수를 초청했다.
 
박 교수는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갔는데 참석한 사람들이 우리의 논문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며 "미국에서 곧 대규모 탈염 국가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 마침 이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중공업과 발전소가 관심을 보였다. 박 교수는 "발전소는 냉각수(해수), 이산화탄소, 폐수 처리가 한 번에 해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박 교수팀은 삼중 복합시스템 효율을 높이고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 후속연구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내특허는 출원했으며 해외특허도 준비 중이다.
 
이번 연구는 KCRC(한국이산화탄소포집및처리연구개발센터)의 KOREA CCS 2020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박상도 KCRC 센터장은 "박 교수팀의 성과는 혁신적 원천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는 좋은 사례"라며 "이번 성과가 실용화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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