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재 지질자원연 연구원팀, 1억 1000만년 전 도마뱀 발자국 화석 분석
두 발로 황급히 달려···고생물학 연구 쾌거

1억 1000만년 전 도마뱀은 두 발로 달렸다. 발자국 화석의 주인공은 세계 최고(最古)의 도마뱀으로 경남 하동군에서 발견됐다. 이번 성과는 10여년의 연구 끝에 다가온 결실로 척추동물 진화사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신중호)은 이항재 지질자원연 지질박물관 연구원 팀이 두 발로 달렸던 도마뱀의 최초 직접 증거화석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의 시작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융남 지질자원연 박사(現 서울대 교수)와 당시 계약직 신분이었던 이항재 연구원은 남해안 백악기 척추동물 화석지 조사를 수행했다.

연구 특성상 야외조사는 기본. 더운 여름철 땀을 흘리며 인근의 큰 암석들을 운반하고 분석, 촬영하는 연구가 계속됐다.

그러던 중 경남 하동군 하동화력발전소 인근을 찾게 됐다. 이 일대는 1억 2700만년에서  1억 1000만년 전 사이의 전기백악기 하산동층에 해당된다. 하산동층은 공룡과 익룡, 악어, 거북 등 다양한 척추동물 화석이 산출되는 지층을 의미한다.

이 지층에서 의미있는 화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때 나온 익룡 화석은 2008년 연구 성과 발표로도 이어졌다. 또한, 가로 약 70 cm, 세로 약 30 cm의 이암 블록 표면에 보존된 도마뱀 발자국도 발견됐다.

연구에 활용된 도마뱀 발자국은 기존 발자국과 구별되는 해부학적 특징이 있어 '사우리페스 하동엔시스(Sauripes hadongensis)'로 명명됐다. 사우리페스(Sauripes)는 고대 그리스어 'sauros(도마뱀)'와 'pes(발)'의 합성어이며, 하동엔시스(hadongensis)는 화석이 발견된 경남 하동군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이후 발견된 화석 연구는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질자원연에 정직원으로 입사한 이항재 연구원은 몽골 공룡 화석지 탐사 등 타 연구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척추동물 화석은 풍부하지 않은 편인데다 지원도 쉽지 않았다.

7년 가량이 지난 후 이항재 연구원은 국내 화석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양서류 중 일부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발자국 화석을 연구했다. 공룡 등 연구에 비해 상대적인 비중과 관심은 높지 않았다. 

이후 연구가 본격화되었지만 지속적으로 수행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연구가 축적되면서 이 발자국의 주인공이 도마뱀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도마뱀은 네 발로 걷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수 도마뱀들은 특수한 상황에서 두 발로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마뱀의 화석보존 사례가 매우 드물고, 생존 당시의 이족보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언제부터 뒷다리로 달리는 능력을 진화시켰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발견된 도마뱀 발자국은 구부러진 뒷발가락이 바깥쪽으로 갈수록 점점 길어져 4번째가 가장 긴 전형적인 도마뱀의 뒷발자국 25개, 3번째 발가락이 가장 긴 앞발자국 4개로, 2개의 완벽한 보행렬과 2개의 부분적인 보행렬을 이뤘다.

도마뱀의 이족보행은 이동 속도를 가속하며, 상체를 들어 올려 빨리 달릴 때 나타난다. 연구팀은 보행렬에서 대부분 뒷발자국만 나타나는 것이 사족보행보다 이족보행 패턴에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뒷발자국 사이의 거리가 증가하면서 보행렬의 폭이 좁아지는 점, 발바닥을 디디지 않고 발가락보행을 한 점을 통해 뒷다리로 달린 도마뱀이 이보 행렬을 만든 주인공임을 규명했다. 동일 화석지에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 등을 통해 도마뱀이 황급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했다.

이항재 연구원은 향후 도마뱀 뼈화석을 찾아 완벽한 모습과 상황을 재현할 계획이다.

이항재 연구원은 "화석 뒷발자국의 길이는 평균 2cm 정도에 불과해 꼬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가 약 6.8cm의 작은 도마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일한 화석지에서 함께 발견됐던 소형 익룡 발자국 프테라이크누스 코레아엔시스(Pteraichnus koreanensis)와 수많은 수각류 공룡 발자국은 이 도마뱀이 두 발로 황급히 달아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척추 고생물 연구는 타 분야 연구와 비교할 때 상대적인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면서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고 연구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이항재 지질자원연 지질박물관 연구원이 제1저자로 연구를 수행했다. 이융남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안토니오 피오릴로 박사(A. Fiorillo) 미국 페롯자연과학박물관 부관장, 루 준창 중국지질과학원 박사(L. Junchang)가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1억 1000만년 전 도마뱀은 두 발로 달렸다(Lizard ran bipedally 110 million years ago)'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지난 15일자로 게재됐다. 관련 논문 링크

보행렬을 바탕으로 복원한 달리는 도마뱀.<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보행렬을 바탕으로 복원한 달리는 도마뱀.<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환경 복원도. 전기백악기의 호숫가에서 도마뱀이 소형 익룡에게 위협받아 두 발로 달아나고 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환경 복원도. 전기백악기의 호숫가에서 도마뱀이 소형 익룡에게 위협받아 두 발로 달아나고 있다.<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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