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수놓은 외산 드론···국내 科技는?

PBS 제도, 예산 지원, 각종 규제 등 연구자 발목 잡아
"국가적 이벤트에 국산 기술 활용 못해 아쉬워"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을 시작으로 연일 평창 하늘을 수놓고 있는 드론쇼가 화제다. 1200여대의 드론이 올림픽의 상징 오륜기, 갖가지 동계 스포츠 형상을 재현하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켜보는 정부출연기관의 과학자들은 안타까움이 크다. 평창의 하늘에 국내 과학기술로 드론쇼를 선보일 수 있었지만 규제와 제도에 묶여 손놓고 있어야 했던 서글픈 기억때문이다.

한 드론 연구자는 5년전부터 드론 군집비행(Swarm Flying)을 통한 엔터테인먼트 활용 등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연구는 지속되지 못했다. 과제중심제도(PBS)에 따른 인력,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의 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제도와 규제의 벽은 높기만 했다.

결국 평창 하늘은 외산 기술을 활용한 드론 1218대가 수놓았다. 인텔이 센서기술과 드론 동시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연일 전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드론이 형상화한 오륜기.<사진=인텔 제공>드론이 형상화한 오륜기.<사진=인텔 제공>

◆ 국내 기술로 드론 1218대 못 띄운 이유? "기술 최적화 무관심"

표면상으로 인텔이 드론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와 오는 2024년까지 체결한 글로벌 파트너십 때문이다. 인텔은 자사의 5G 플랫폼, 가상현실(VR), 3D·360도 콘텐츠 개발 플랫폼, 인공지능 플랫폼, 드론 기술을 기타 반도체 솔루션과 함께 올림픽 게임 개선에 우선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규제 등으로 드론 기술 발전의 한계가 존재하며 정책적 지원도 미흡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ETRI,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의 국내 출연연, 산업체 등을 중심으로 드론을 비롯한 무인기 개발이 진행돼 왔다. ETRI는 중장기 계획에 무인기 기술 분야를 넣어서 군집지능화(Swarm Intelligence) 등과 관련된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항우연 연구진도 실내 군집드론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실외 군집드론 기술의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정책적으로 보면 군집비행은 국방,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유용하다. 인텔의 군집비행처럼 3차원 공간에서의 쇼 형태로 활용 가능하다. 과거 1대 비행체가 특정영역에 폭발물을 싣고 비행하는 것과 달리 다수의 비행체를 활용하는 등 국방용으로도 활용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술은 10~20대 규모의 군집비행 정도가 가능한 수준이다. 아직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 국내 산업 여건도 좋지는 않다. 그 이유로는 정부 규제, 출연연 PBS 제도,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관심 부족 등이 꼽힌다.

국내 산업계 드론 전문가는 국내 기술로 드론 군무쇼를 선보이지 못한 이유로 '기술 최적화 무관심'을 꼽았다.
 
항법전문기업인 두시텍 정진호 대표는 "국내에도 인텔 드론 군집비행과 같은 기술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산업용 기술이 아니다"라며 "기술만 있고 구현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술 최적화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드론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센서가 융합된 항법기술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항법기술은 국내 대학이나 출연연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산업용 기술이 아닌 연구용 기술로만 남겨진다.
  
한 예로 국내에서 항법기술이 접목된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반도체에는 3GB(기가바이트) 용량의 프로그램이 담겨진다. 반면 산업용 반도체가 되려면 2~3MB(메가바이트) 수준으로 용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데이터양이 2000배 이상 줄어들어야 한다. 이 기술은 산업용 기술이 아니라 연구용 기술이 되는 것.

정 대표는 "결국 기술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양 2000배 이상 줄이는 기술을 구현하려면 100번~1000번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R&D 과제는 중복성이 걸린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며 "기술을 간소화하고 끊임없는 최적화 과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버전의 경우도 도스(DOS)부터 시작해 윈도97이 탄생하고 윈도 10까지 왔다"라며 "수많은 버전업과 최적화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윈도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존 버전들이 있었기에 새로운 버전이 나온다. 드론 산업도 끊임없는 최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연연의 연구자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핵심 인물이 출연연을 방문해 기술을 시연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지만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예산이 없어 더이상 기술을 진전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면서 "국가적인 이벤트임에도 관심을 돌려 다른 과제를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다른 신기술도 나올 수 없을 것"이라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규제 완화 뿐만 아니라 제반 문제도 해결점 찾아야

인구밀집지역 비행 금지, 일몰 후 비행 금지, 가시권 비행 금지 등은 드론 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로 꼽힌다. 정부차원에서도 규제 완화 등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더 많은 제도 개선을 통해 산업 활성화 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국내 드론 기술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에서 안전과 법 사이에서 올바른 방안을 찾을 필요는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A 박사는 국내 드론 산업이 활성화 되기 위한 방안으로 '규제 완화' 보다는 '주파수 문제 해결'을 내세웠다.

그는 "사실 정부의 규제 때문에 드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각국의 항공법 법규·규제는 대동소이하다"라며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주파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드론이나 무인 비행체가 많아질 경우 수많은 대역의 주파수가 필요하다"라며 "드론을 국경 밖으로 보내려면 위성통신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드론 조종을 위한 국제적 주파수의 통일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텔 기술이 훌륭하지만 R&D 투자, 제도적 지원 등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국내 기술로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 박사는 "정부 등 연구자 등에서 군집비행 등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한편 국가적 이벤트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예외적인 지원 등은 필요하다"면서 "추후 부처간 연계를 통한 지원, PBS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관련 연구 활성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부터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산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과기부는 지난해 말 산·학·연 연구자로 구성된 ‘무인이동체 기술 로드맵 기획위원회를 구성하고 무인이동체 기술혁신과 성장 10개년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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