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만 한다고? 융합·창업이어 30세에 KAIST 강단까지

[과학 청년, 부탁해 ⑦]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최연소 '올해의 KAIST인'
홀로그래픽 신기술 개발···"실생활 도움 주는 연구 지속할 것"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젊은 과학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젊은 과학자들이 사회의 주역으로 속속 진입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적인 마인드로 대한민국의 남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어려운 연구 환경 속에서도 뜨거운 연구 열정을 펼쳐가는 과학 청년 50명을 발굴해 인터뷰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대덕넷은 '과학 청년 부탁해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구성원은 과학기술계 산·학·연·관 전문가 10여명입니다. 전문가분들께 과학자 50명 선정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참고하고 있습니다.[편집자의 편지]

박 교수는 "연구가 즐겁다"며 보다 많은 연구를 하기 위해 새벽 시간 연구실을 찾는다. <사진=KAIST 제공>박 교수는 "연구가 즐겁다"며 보다 많은 연구를 하기 위해 새벽 시간 연구실을 찾는다. <사진=KAIST 제공>

KAIST 대표 상징물 중 하나인 오리연못 바로 옆에 위치한 KI빌딩. 이곳 5층에는 나름 연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연구자들이 모여 있다. 경쟁을 통해 선발된 이들은 연구에 필요한 인력, 공간, 장비 등을 지원받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퇴출되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연구가 재미있다"며 새벽 4시면 출근하는 박용근 교수를 오후 느지막이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른 새벽 출근해 피곤할 법도 한데, 중저음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다.  

그는 올해 초 '2017 올해의 KAIST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한 해 동안 국내외에서 KAIST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교육과 연구 실적이 탁월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의 주인공이 된 것. 그의 나이 37살. KAIST에 따르면 17년 동안 진행해 온 올해의 KAIST인 중 최연소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미국 광학회 이사회에서 석학회원(Fellow)으로 선정됐다. 그간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젊은 나이임에도 석학회원이 됐다. 미광학회 석학 회원 평균 연령대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나이에 비해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은 아닌지? 이목 받는 과학자에게는 어떤 DNA가 흐르는지? 그에게 과학은 무엇인지? 물음표가 한가득 담긴 주머니를 열었다.   

"그냥 빛(광학)이 재미있어요. 어릴 때부터 이유 없이 좋았어요. 다 좋았다고 하는 게 맞겠죠. 과학은 새로운 걸 계속 배워야 하고 이 과정이 어려운 데, 재미가 없다면 할 수 없어요. 재미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사실 상을 받는 다는 것은 부담이죠. 하지만 저에게는 이 재미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상입니다." 

◆ 서른 살에 대학 강단 서···권위 버린 교수 

젊은 과학 시리즈를 연재하며 주인공에게 꼭 묻는 질문에 박 교수는 "젊은 과학은 국가의 미래다"라고 꾹꾹 눌러적었다. <사진=박은희 기자>젊은 과학 시리즈를 연재하며 주인공에게 꼭 묻는 질문에 박 교수는 "젊은 과학은 국가의 미래다"라고 꾹꾹 눌러적었다. <사진=박은희 기자>

박 교수는 학사와 석사에서 기계공학을, 박사에서 의공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물리학과 교수다. 기초와 응용, 한 가지도 하기 힘든데 양쪽 분야를 모든 섭렵한 탓인지 그는 연구를 넘어 창업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도교수님의 영향이 컸어요. 대학원 시절 스승인 마이클 펠트 MIT 물리학과 교수님은 양자광학을 연구하시다가 1980년대 초반 새로운 시도를 하셨어요. 바이오광학 개념이 거의 없을 때 레이저를 암 진단에 써보자 하셨던 분이에요.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를 꾸준히 하셨어요. 또 MIT 학장을 하시다 싱가포르난양공대 총장이 되신 수브라 수레쉬 교수님도 10년 마다 연구 주제를 바꾸어 가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셨어요. 그분들이 지금의 절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양한 도전 속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물리를 하고 생물학 세포 측정에 적용만 하는 것도 융합 연구이다. 하지만 제대로 융합 연구를 하려면, 물리학과 생물학 모두 각 분야 전문가 만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의미 있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며 "그만큼 힘든 건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비빔밥처럼 무조건 섞는다고 융합은 아니다. 잘못하면 이것저것 섞다가 본인의 기반이 약해 질 수 있다.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역량을 두고 주변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맛만 보자고 융합을 하면 깊이가 약해져 실패한다. 내 연구 분야를 확실히 알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른 살에 KAIST 강단에 섰다. 이 또한 도전이었다는 박 교수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나이였다. KAIST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곳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엔 학생과 교수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았기에 부담도 컸단다.

"교수는 학생을 지도해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키워야할 의무가 있죠. 더욱이 KAIST는 국내 최고대학인데, 나로 인해 학생들 배움의 수준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원 과정은 인생에 중요한 시기이고, 더 나아가 학생의 실력은 국가 산업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그의 가르침에서는 권위를 찾아 볼 수 없다. 나이를 떠나 서로 존중해야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고 좋은 연구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과거 양복을 입어야 권위가 서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해요. 교수가 틀린 말하면 당연히 권위가 안서겠죠. 교수가 옳은 이야기를 하면, 학생도 교수를 믿고 따르겠죠. 교수도 학생에게 믿음을 줘야 연구도 재미있고. 그에 합당한 결과도 나오는 거라 생각해요."

◆ 현미경·거울 등 '홀로그래픽' 신기술 개발  

박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는 모습. 권위를 버린 교수로 학생들과 소통을 중요시 여긴다. <사진=KAIST 제공>박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는 모습. 권위를 버린 교수로 학생들과 소통을 중요시 여긴다. <사진=KAIST 제공>

박 교수의 연구 중심엔 '홀로그래픽'이 있다. 어릴 적 그를 설레게 했던 빛의 특성을 활용한 기술을 연구한다. 

"일반인은 홀로그래픽을 어렵게만 여기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빛의 정보는 크게 두 가지죠. 하나는 세기, 다른 하나는 방향입니다. 일반 카메라나 디스플레이 기술은 세기와 방향을 모두 제어하고자 했지만 잘 안됐어요. 저와 연구팀은 빛의 세기와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는 세포와 조직을 실시간 3차원 홀로그래픽으로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 현미경 기술을 상용화 했다. 기존 현미경 기술은 형광 물질 등으로 염색해야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어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하기 어려웠다. 특히 체내에 다시 주입해야 하는 면역세포나 줄기세포 등에는 적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박 교수가 개발한 디지털 홀로그래픽 기술은 레이저로 현미경 수준에서 구현한다. 살아있는 세포와 조직을 염색하지 않아도 실시간 3차원 영상 측정이 가능하고 세포 내부도 관찰할 수 있다. 

그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토모큐브(TomoCube)' 기업을 설립, 미국·일본 등 30여 국가에 3차원 홀로그래픽 현미경을 수출하고 있다.   

"이 기술은 X-ray CT의 레이저 버전으로 보면 됩니다. 세포의 3차원 형상을 빛으로 측정할 수 있어요. 세포를 현미경에 올리고 버튼을 누르면 1초안에 세포의 내부구조를 볼 수 있죠. 동영상도 찍을 수 있어요. 불가능 하다 여겼던 것을 가능으로 바꿔 놓은 거죠."

또 빛을 거꾸로 반사시켜 시간이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역행 거울'도 개발했다. 이론상으로만 제안돼 왔던 시간 역행 거울(위상 공액 거울)은 빛이 거울에 부딪혔을 때 부딪쳐 온 방향으로 빛을 반사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특성을 갖는다. 

많은 과학자가 비선형 레이저 광학 지식을 이용해 시간 역행 거울을 구현하려 했으나 추가 입사 레이저광을 필요로 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구현된 시간 역행 거울을 활용해 모든 생체조직 샘플, 닭가슴살 등에 의해 산란된 빛을 집약시켜 산란 전의 모양을 재현해 냈다. 

그는 "시간 역행 거울은 이미 1960~70년대 학자들이 구현한 기술로 우리가 처음은 아니다. 다만 복잡한 대형 장비와 재료가 필요로 하는 복잡한 것을 간단한 장비로 해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빛의 방향을 잘 제어만 해주면, 일반 거울로도 시간 역전 반사가 가능함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 기술을 박테리아를 감지하는 데 응용, 닭가슴살에 빛을 쪼여 시간 역행 거울에 반사된 빛의 경로가 박테리아의 움직임 때문에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신속 진단 기술 스타트업 '데웨이브톡(THE WAVE TALK)'을 공동 창업했다.

이런 연구성과는 국제적으로 관심거리다. 2017년도에만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지에 '3차원 디스플레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지에 '세포 광조작',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지에 '탄저균 진단'과 관련한 연구 성과가 각각 실렸으며, 뉴스위크(NewsWeek)와 포브스(Forbes) 등 다수의 해외 언론에도 거론됐다. 

◆ "실생활에 도움 주는 연구 하고파"

하루하루가 새롭고 재미있다는 박 교수는 "어제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언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변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도 직업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매력적인 직업이죠. 정말 좋아한다면 목숨을 걸고 해야 할 만큼요. 학생들에게는 천재는 없다고 말해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과 일반 사람들의 문제 해결과정은 동일하다고 합니다. 결국 얼마나 몰입해서 많은 시간을 들였냐가 실적을 좌우하는 것이죠. 연구실 모토도 '3배 더 일하면 최소 2배 실적은 나온다' 입니다."

아이디어는 시도 때도 없이 고민한다. "결과 하나가 나오려면 최소 10개 아이디어 필요합니다. 이 중 5개는 다시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었고, 나머지 3개는 이미 다른 누군가가 했다는 것을 알게되죠. 남은 2개 중 하나는 해보면 잘 안되죠, 남들이 안하는 이유가 있던 것이죠. 결국, 마지막 1가지 아이디어만 구현이 됩니다. 결과물 하나가 나왔다는 것은 최소 10가지 아이디어로 시도를 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노력이 실패해도 실망하지 말라는 그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멘탈도 강해야 한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조금씩 작은 성공을 하다 보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당장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할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어떤 연구를 이어갈지 특별히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그에게 올 한해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시 물으니 "일단은 창업한 두 회사가 자리를 잡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짧게 답한다. 

현재 토모큐브에서는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데웨이브톡에서는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 성공이 곧 사업 성공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투자 업계에서는 교수가 창업하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죠 (웃음). 교수가 혼자 창업을 한다는 것은 힘들어요. 경영 경험이 없으니 모르는 부분이 많거든요. 두 곳 모두 사업 경험이 있는 전문 경영인과 창업을 했어요."

그가 연구 외에도 창업까지 영역을 넓히는 데는 그만의 연구 철학이 담겨있다. "응용이 안 된다고 해서 과학이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없지만요. 저는 과학의 목적은 응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생활에 영향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1~2년 안에 응용이 가능한 연구라면 좋겠지만 10년이 걸린다 해도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술이라면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 교수는 연구의 성과는 결국 노력에 있다고 말한다. 연구하다 실패하더라고 실망하지 말라고 한다. 작은 성공이 모아지면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KAIST 제공>박 교수는 연구의 성과는 결국 노력에 있다고 말한다. 연구하다 실패하더라고 실망하지 말라고 한다. 작은 성공이 모아지면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KAIST 제공>
    
◆ 박용근 교수는

바이오광학분야에서 세계적 전문가로 손꼽힌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나와 미국 하버드-MIT 공동과정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른 살인 2010년 KAIST 물리학과 교수가 된 그는 연구부터 창업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