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은 미래세대 물려줄 현세대의 숙제' 주제로 충남대 산학협력단 주도 한·중 문화유산 포럼 개최
유·무형의 유산, 과학기술로 보존하고 이야기로 재창조 확산해야

과학기술로 백제유적을 관리보존하고 있는 유미솔 백제세계유산센터 학예연구사 <사진=윤병철 기자>
과학기술로 백제유적을 관리보존하고 있는 유미솔 백제세계유산센터 학예연구사 <사진=윤병철 기자>
"돈은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를 다뤄 줄 인재가 없다."
 
문화재에 대한 중국의 고민이다. 세계 4대 성인 중 한명인 '공자'는 중국의 자랑이다. 중국은 산동성 곡부에 있는 공자의 무덤과 후손 마을 등을 2000년 동안 보존 관리해 왔다. 문화재를 파괴하던 공산당의 문화대혁명 때도 간신히 전소(全燒)를 면했다. 당시 무자비했던 홍위병들은 공자의 터를 망치며 양심을 가책했다. 유네스코 평가단이 공자 유적을 방문했을 당시인 1994년에도 전선 지하매설 등 수준 높은 관리 시스템과 700여명의 관리인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데도 인구대국에서 "인재가 모자라다"는 걱정이 나온다. 한국을 찾은 공자 75대 후손이자, 곡부사범대 특임교수인 콩샹린 전 중국공자연구원 부원장이 연단에서 한 말이다.
 
충남대학교(총장 오덕성)는 6일 유성호텔에서 '한중 세계문화유산 포럼'을 열었다. 주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세계문화유산 관리와 관광 활성화 방안'. 한국과 중국에 소재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보존 관리와 관광활성화 기회를 만들고 정보를 교류하는 포럼이다.
 
포럼은 충남대 산학협력단(단장 김영국)과 LINC+사업단·지역문화콘텐츠연구소·공자학원 등 학내 유관기관과 한국유네스코 대전협회·문화재청·충청남도·전라북도·공주시·부여군·익산시 그리고 백제세계유산센터 등 백제권 지자체와 문화기관이 함께 했다. 멀리서는 중국 공자 후손과 학자 일행이 행사장을 찾았다.
 
공자 후손인 콩샹린 전 중국공자연구원 부원장 <사진=윤병철 기자>
공자 후손인 콩샹린 전 중국공자연구원 부원장 <사진=윤병철 기자>
콩샹린 부원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자의 문화재를 소개했다. 산동성 곡부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한 무덤인 공림과 공자 후손들이 거주한 공부가 보존돼 있다. 공자는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철학과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친 성인이라, 정부에서도 매우 극진히 공자의 유산을 보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보존을 넘어 검사와 측정 시스템의 도입이 요구됐다. 중국은 문화유산을 3D 등 디지털 정보로 옮기는 방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과학적인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전문 이론과 설비는 물론,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콩샹린 부원장의 "인재가 모자라다"는 말은 문화재 관련 과학기술인의 부족을 뜻했다. 그는 "세계문화유산은 인류 공통의 재산으로 이를 잘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과 임무로, 한국 유네스코 유산의 관리와 보존 경험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의 보존과 재창조
 
중국에 비해 한국은 반대다. 관리 기술은 있고 예산과 인력은 부족하다. 유네스코 백제세계유산을 관리하는 유미솔 백제세계유산센터 학예연구사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을 소개했다. 모든 세계문화유산에 적용할 수 있는 지표와 특정 유산에 맞는 지표를 개발해 데이터를 활용한 모니터링을 2016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백제 유산은 경기도부터 충청도를 지나 전라도까지 걸쳐있다. 해당하는 지자체의 모니터링 요원이 유적에서 일반지표와 특수지표를 기준으로 모니터링을 돈다. 이상이 생기면 스마트폰으로 해당 영역을 촬영해, 데이터를 중앙 클라우드 서버로 보낸다. 데이터는 지난 데이터와 현재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훼손 영역과 정도를 측정하고 보수를 결정할 수 있다.
 
관광객도 관리 보존에 참여 가능하다. QR코드와 앱을 통해 모니터링에 데이터를 보탤 수 있다. 분석된 데이터는 유네스코 정기보고 기초자료는 물론, 필요사업을 도출하고 예산을 배정하는 근거가 된다.
 
최신호 비코닉스 대표 <사진=윤병철 기자>
최신호 비코닉스 대표 <사진=윤병철 기자>
과학기술은 단지 보존 뿐 아니라, 콘텐츠로 문화유산을 재창조하고 있다. 음성과 이미지로 된 해설과 안내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 유통할 수 있다.
 
정문현 한국유네스코협회 상임이사는 "우리 국민부터 우리 땅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끼는 지 반문한다면 자신 없다"며 "보존을 넘어 가치를 재생산해야 후손에게 제대로 물려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술로 IoT 위치기반서비스 '비콘(Beacon)'이 소개됐다. 비콘은 1회 배터리 충전으로 2년을 작동하며, 최대 200m까지 통신이 가능하다. 관광객이 유적지나 박물관에서 사전 설정된 대상으로 이동하면, 준비된 콘텐츠가 스마트폰 등을 통해 노출된다. 그리고, 다음 볼거리를 안내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서비스를 소개한 최신호 비코닉스 대표는 "기존 입간판 같은 구색용 정보가 아니라, 적재적소로 정보를 제공하고 다음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양방향 콘텐츠가 문화재를 살아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보다 마케팅, 마케팅보다 스토리가 문화 확산에 유리
 
문화유산을 활용한 VR(가상현실)의 활약은 더욱 역동적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크고 작은 상업 영화 CG와 지자체 홍보 VR들을 만든 조성호 매크로그래프 본부장은 "기술보다 마케팅, 마케팅보다 스토리가 유산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라고 주장했다.
 
조성호 매크로그래프 본부장 <사진=윤병철 기자>
조성호 매크로그래프 본부장 <사진=윤병철 기자>
그는 특히 지자체 관광상품에 대한 근거없는 기대와 욕심에 경계를 표했다. "모든 기대를 한정된 예산과 기간에 넣으려는 욕심은, 관광객에게 하나의 인상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다"고 경험담을 말했다.
 
그가 소개한 문화유산 성공 콘텐츠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의 체험 콘텐츠. 포로수용소는 6.25 전쟁당시 함께 수용된 남북한 병사들이 폭동을 일으킨 역사가 있다. 콘텐츠는 당시 현장을 겪어나가는 영화 구성의 VR로, 거제도 유적공원은 물론 전국 각지의 일반 체험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중국 진시왕의 불로초 전설을 활용한 글로벌 콘텐츠도 기대된다. 진시왕은 불로초를 얻고자 수 많은 병사를 아시아 전역으로 보냈는데, 이 궤적은 중국에서부터 한국과 일본, 몽고를 거친다. 이 서사에서 얼마간의 기록이 남겨진 병사 '서복'을 주인공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통할 VR과 게임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포럼을 지켜본 김진서 ETRI 차세대콘텐츠 연구본부 그룹장은 "유형의 문화 만큼, 무형의 문화도 중요하고 더 파급력 있다"고 평가하며 "유산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갖고, 경험의 유산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결국 과학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한편, 중국 일행과 포럼 일부 참가자들은 8일까지 공주와 부여, 전주와 논산 등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돌아보며, 문화유산 보존과 확산에 대한 방안을 다졌다.

백제유산 기관단체와 공자유산 기관단체가 과학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 관리보존과 재창조에 나섰다. <사진= 윤병철 기자>
백제유산 기관단체와 공자유산 기관단체가 과학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 관리보존과 재창조에 나섰다. <사진= 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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