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끼충만' 젊은이들의 무한도전! "불효자 배틀 한판?"

라즈래빗 멤버 10명···"하고 싶은 일 하자" 공감대로 모여
지역 콘텐츠 생산의 주체자로 자리매김···재미·흥미 원동력
라즈래빗은 "어차피 세상은 우리를 주목하지 않으니 세상 눈치 보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라는 모토로 지난 2014년 처음 만들어졌다. 사진에서 서 있는 사람이 방용환 KAIST 전자과 박사과정생이며 앉아 있는 사람 중 왼쪽부터 목공수란 별명을 가진 '김보성', 장난감 덕후 '조봉연', 영업왕 '조영준', 데코 '윤장식' 등이다. <사진=박성민 기자>라즈래빗은 "어차피 세상은 우리를 주목하지 않으니 세상 눈치 보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라는 모토로 지난 2014년 처음 만들어졌다. 사진에서 서 있는 사람이 방용환 KAIST 전자과 박사과정생이며 앉아 있는 사람 중 왼쪽부터 목공수란 별명을 가진 '김보성', 장난감 덕후 '조봉연', 영업왕 '조영준', 데코 '윤장식' 등이다. <사진=박성민 기자>

또라이력[똘아이+에너지] ː 또라이 기운의 총량, 라즈래빗 멤버들이 직접 만든 단어다.
이들은 백만(1,000,000) 또라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라즈래빗 멤버라고 소개한다
.

빌라 건물 계단을 따라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컴컴한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다보니 커다란 철문 앞에서 밝은 전등 하나가 켜진다. 문을 살짝 밀고 고개를 빼꼼 넣어 들여다봤다.
 
일단 가정집은 아니다. 그렇다고 사무공간도 아니다. 한쪽 테이블에는 말끔하게 정장 슈트를 차려입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방금 자고 일어나 동네 마트에 다녀온 듯한 편안한 복장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얼핏 보면 직장인 같아 보이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대학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로 너무나도 다른 포스(?)로 똘똘 뭉쳐 있는 이들의 직업과 전공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외면상 내뿜는 기운은 심상치 않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어차피 세상은 우리를 주목하지 않아. 눈치 보지 말고 놀자."

말 그대로 잘 노는 사람들이 모였다. 목공, 디자인, 연주, 요리, 제빵, 미싱, 연구, 행사기획, HW/SW 개발 등등 재밌어 보이면 뭐든 도전한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다. '라즈래빗' 멤버들이다.

라즈래빗은 '메이커스 그룹'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메이커스 그룹은 시제품을 개발해 창업까지 연계하는 그룹이라고 생각하지만, 라즈래빗의 정체성은 약간 다르다.

'재미'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낸다. 돈과 명예를 바라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며 행위에 만족을 느끼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재미가 없다면 의미도 없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10명으로 구성된 라즈래빗 멤버들은 나이와 직업, 전공, 성격, 취미까지 공통점 하나 없이 모두 다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그룹이다. 그저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는 공감대 하나로 뭉쳤다.

◆ "'라즈베리파이' 이거 먹는 건가요?"···얼토당토않은 멤버 10명 구성

10명의 멤버 중 일부가 라즈래빗 공간에서 저녁시간에 모여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10명의 멤버 중 일부가 라즈래빗 공간에서 저녁시간에 모여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장난감 덕후', '목공수', '영업왕', '명상가', '철권 고수', '장식가' 등등.

라즈래빗 멤버 10명 중 일부의 별명이다. 동질성이 하나도 없다. 때문에 이들이 만든 공간도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대전 서구 갈마동 빌라 골목에 위치한 라즈래빗 공간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목공실, 조립실, 창고 등으로 구분했다.

10명의 멤버들이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을 꺼내 놓고 취미를 공유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심지어 원하는 물건이 있다면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다. 

서로 다른 취미를 가진 이들이 처음 만나게 된 과정 또한 독특하다. 사건(?)은 지난 2014년 여름. 라즈래빗 멤버 중 한 명인 방용환 KAIST 전자과 박사과정생은 당시 '라즈베리파이(Raspverry pi)'에 관심이 많았다.

라즈베리파이는 영국의 라즈베리파이 재단이 학교에서 기초 컴퓨터 과학 교육을 증진시키기 위해 만든 싱글보드 컴퓨터다. 장난감부터 사물인터넷 플랫폼까지 활용할 수 있다.
 
방용환 박사과정생은 '라즈베리파이 스터디'를 구성하기 위해 SNS 페이스북에 스터디 모집 글을 올렸다. 제목은 '라즈베리파이를 알아갈 분들을 모집합니다.'

라즈베리파이에 관심 있는 이공계 전공 학생들이 반응을 보일줄 알았지만, 전공과는 얼토당토않은 구성원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라즈베리파이 먹는 건가요? 저도 알고 싶어요"라고 스터디를 신청한 사람이 있을 정도다.

방 박사과정생은 난감했다고 기억했다. 스터디를 신청한 구성원들을 무시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 그래도 일단 모였다. 라즈베리파이에 대한 개념조차 몰랐으니 스터디는 먼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 처음 만난 지 4개월 동안은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지내왔다. 이때 구성된 10명의 스터디 참가자들이 지금의 라즈래빗 멤버들이다.

이들은 라즈베리파이를 구매하고 설치까지는 마쳤다. 이후에 특별한 스터디를 진행하지 않던 중 한 멤버가 라즈래빗만의 '폭탄주 제조기'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멤버들의 첫 도전이었다.

모두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 SW 전문가, HW 전문가, 제품모델링, 펀딩 등의 각 분야에서 멤버들이 각자 몫을 톡톡히 해냈다. 제안 2주 만에 완제품이 탄생했다.

방용환 박사과정생은 "폭탄주 제조기를 만든 것이 라즈래빗의 열정에 불을 지피게 된 계기였다"라며 "멤버 10명이 스스로의 장점을 부각시켜 원하는 콘텐츠를 만든 첫 사례였다. 폭탄주 제조기를 시작으로 무수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지속가능한 '덕질' 추구···"남들 안하는 콘텐츠 만든다"

왼쪽은 불효자 배틀 행사 포스터. 오른쪽은 불효자 배틀 SNS 투표 과정.<사진=라즈래빗 제공>왼쪽은 불효자 배틀 행사 포스터. 오른쪽은 불효자 배틀 SNS 투표 과정.<사진=라즈래빗 제공>

라즈래빗은 남들이 안하는 콘텐츠를 주체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불효자연합과 함께 '불효자 배틀' 행사도 열었다. 불효자 배틀은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무원과 대기업의 길을 접고 리스크가 존재하는 스타트업을 이끄는 사람들이 모여 '누가 더 불효자인지'를 겨루는 행사다. 

불효자 배틀은 익명의 두 참가자로 구성됐으며 대진은 '박댐'(한국) vs '쪼박'(미국)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현실을 알리고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고취한다는 메시지를 '재미' 형태로 승화시킨 행사다.

행사 진행 과정은 SNS로 실시간 중계했다. 이날 40여명의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성황리에 행사가 종료됐다. 승자는 '박댐'에게 돌아갔으며 불효자 배틀의 패배성금은 소아암센터에 기부로 이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라즈래빗은 ▲모두가 말할 수 있는 블록체인 토론 '블록체인 그거 먹는 건가요?' ▲상업용 공용 화장실 IoT 솔루션 전시 ▲Rasrabbit's Night '썰전 on 13일의 금요일' ▲폭탄주 제조기 전시 ▲대전 플리마켓 2017 참가 ▲페스티벌 쓰레기통 프로젝트 ▲대한민국 과학기술 창작대전 'OpenDrone API'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행사를 만들어 왔다.

라즈래빗은 멤버들만의 공간조차 '새로운 콘텐츠'로 구성했다. 45평 규모의 공간을 하나의 IoT 테스트베드로 구성했다. 내부 90% 이상의 가전제품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동시켰다.

멤버들이 창의적 IoT 활용 아이디어를 제안한다면 곧바로 제작·실험에 들어간다. 지난해에는 KAIST 창업원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해 'Toilet Trouble Hunter'라는 주제로 IoT 센서를 만들기도 했다. 상업용 건물 공용 화장실의 통합적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리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라즈래빗 멤버들은 '라즈래빗타운'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500명 규모의 라즈래빗타운을 만들어 멤버들과 모든 자원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라며 "멤버 10명 중 1명쯤은 성공할 것이다. 나머지 9명은 노후가 보장되는 것이다. 평생 도전을 지속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방 박사과정생은 "라즈래빗의 공통점은 '재미'다. 흥미를 이끌 수만 있다면 뭐든 도전하고 싶다"라며 "꼭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이런 마인드 때문에 지속 가능하다. 콘텐츠 생산의 주체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언급했다.

2017 Rasprabbit's Night '썰전 on 13일의 금요일' 행사 당시의 모습.<사진=라즈래빗 제공>2017 Rasprabbit's Night '썰전 on 13일의 금요일' 행사 당시의 모습.<사진=라즈래빗 제공>



라즈래빗 공간에는 다양한 IoT 기술이 적용된 여러가지 센서·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이중 라즈래빗이 진행한 'Toilet Trouble Hunter' 프로젝트에서 상업용 건물 공용 화장실에 설치되는 'Synthetic센서'를 개발했다.<사진=라즈래빗 제공>라즈래빗 공간에는 다양한 IoT 기술이 적용된 여러가지 센서·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이중 라즈래빗이 진행한 'Toilet Trouble Hunter' 프로젝트에서 상업용 건물 공용 화장실에 설치되는 'Synthetic센서'를 개발했다.<사진=라즈래빗 제공>

라즈래빗 공간의 모습. 공간 내부의 모든 가구는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다. 또한 라즈래빗 공간을 IoT 테스트베드로 만들고 있다. 가전제품 90%가 IoT로 작동한다.<사진=박성민 기자>라즈래빗 공간의 모습. 공간 내부의 모든 가구는 멤버들이 직접 만들었다. 또한 라즈래빗 공간을 IoT 테스트베드로 만들고 있다. 가전제품 90%가 IoT로 작동한다.<사진=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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