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서평]화학 교과서는 살아있다

저자: 문상흡·박태현, 출판: 동아시아
교과서에 나오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재미난 화학 이야기
저자: 문상흡·박태현, 출판: 동아시아.<사진=YES24 제공>저자: 문상흡·박태현, 출판: 동아시아.<사진=YES24 제공>
◆ 화학을 좋아하게 되는 책


흔히 '화학' 하면 100여 가지의 원소 기호와 원소 번호로 이루어진 주기율표, (+)이온과 (-)이온이 결합하는 복잡한 화학 반응식이 떠오른다. 그런 이유로 화학 시간이 되면 머리가 아파오고 시험 때가 되면 그 복잡한 내용들을 외우느라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공부를 좋아서 하면 된다. 머리 좋은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공부를 좋아하게 될까? 이에 대한 답도 역시 간단하다. 공부를 재미나게 하면 된다. 재미가 나서 하다 보면 저절로 좋아하게 되고, 그러면 공부도 잘하게 된다.(서문 중에서)

서문에서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 좋아서 하고 즐겁게 하면 된다고 말했듯이 〈화학교과서는 살아있다〉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는 화학적 작용과 원리를 밝힘으로써 화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런 목적 아래 대한민국 최고의 화학공학 교수들이 모여 고등학교 화학 교과서의 전 분야를 망라해 화학의 기초부터 응용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한국화학공학회 50주년 기념으로 발간된 도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에는 자신이 러시아의 마지막 공주인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한 한 여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동원된 DNA 지문법, 수백 년 동안 예수의 시신을 감쌌다고 믿어왔던 천 조각이 가짜라는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기여한 탄소연대측정법, 철의 제련 기술이 없어서 스페인에게 정복당했던 잉카제국의 비극과 철 생산에 쓰인 촉매의 발견, 오늘날 흔하게 쓰이는 알루미늄 금속을 애지중지했던 나폴레옹 3세, 총알도 뚫지 못하는 방탄복을 입고 멋진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가 현실이 되는 케블라(kevlar)에 관한 이야기, 갈증을 단번에 해소하는 스포츠 음료의 비밀, 환경오염과 화석연료 고갈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줄 물로 가는 자동차, 노벨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탄생시키고 제1차 세계대전을 지속시킨 암모니아 합성법에 관한 뒷이야기, 나노 입자를 이용해 자외선 차단제를 만드는 기술, 세상을 이루는 물질인 원소의 이름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희토류 원소, 원자폭탄 같은 무기로 발전하여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옴과 동시에 산을 뚫고 길을 내는 데 사용되어 인간의 노동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축복을 함께 가져다준 화약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고 만나는 수많은 일들이 결국 화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재미있는 예화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담았다.

◆ '화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깊이를 더해주는 책

과거에 화학이라는 학문의 주된 관심은 '어떤 물질이 왜 특정한 형태를 가지며, 그러한 성질을 나타내게 하는 특징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서로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물질을 형성하고 분해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는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즉 고전적인 화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들에 관해 규명하고 그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었다면 현대의 화학자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물질의 합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요리·발효·야금술 같은 인류문명의 초창기부터 시작된 화학적 공정이 발전을 거듭해 현재에는 화학공업의 대표적 산물인 비닐·테플론·액정·반도체·초전도체 등을 합성해내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20세기에는 복잡한 생체화학을 이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인간의 질병과 건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화학이 화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화학(chemistry)은 화학공학(chemical engineering)으로 발전해나간 것이다.
 
책은 화학의 그 같은 발전상을 하나하나 담고 있다. 인간의 DNA 염기서열을 밝히는 인간 지놈 프로젝트의 성과로 가능하게 된 개인의 유전자 정보 분석 서비스를 내용으로 하는 "천 달러 지놈 시대와 우리의 미래(박태현)",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한 질소비료를 가능하게 한 암모니아 합성 공정의 매개가 되고 현대 물질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석유화학 제품을 가능하게 한 여러 가지 촉매의 이야기를 담은 "마법의 촉매(이관영)", 나노 기술을 화학에 접목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 "DNA 세계에 불가능은 없다-DNA 나노 로봇(박태현)", 화석연료의 고갈과 대체 에너지, 환경오염을 해결해줄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물의 전기분해를 다룬 "새로운 프로메테우스를 기다리며(문상흡)", "바이오 에너지-옥수수로 가는 자동차(성종환)" 이제는 단순한 전화기를 넘어 개인용 PC, 카메라, 게임기 등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의 에너지원 문제를 다룬 "충전이 필요 없는 스마트폰(탁용석)", 방탄복, 자동차 부품, 일상용품, 인공심장 등등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분자 화학제품의 이야기를 다룬 "총알도 뚫지 못하는 방탄복(하창식)" 등은 화학이 화학이라는 학문적 영역을 넘어 인류의 생활, 나아가 생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대의 국가는 어쩌면 화학의 발달정도가 산업발달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을 즈음이면 인류문명이 '철기시대'에서 화학을 기반으로 하는 '중합체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현대 학문의 새로운 패러다임, 통섭(consilience)의 결정체

현대의 학문이 개개의 영역에서 머물지 않고 주변 학문과 교류하고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며 서로 발전해 나간다. 『화학교과서는 살아있다』는 그 같은 통섭의 미덕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화학과 나노 기술의 접목, 화학과 생명공학, 화학과 바이오 기술, 화학과 신재생에너지 등, 한 가지 학문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주변 학문들과의 접목을 통해 화학공학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런 경향은 학문적 영역의 통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들의 사유 방식과 서술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화약의 원리와 역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와 스페인의 연합군을 물리친 넬슨 제독이 이끈 영국 해군의 승리가 양적으로 우세한 함포에 힘입었음을 밝힌 "천사와 악마가 함께 준 선물, 화약(문상흡)", 가황의 원리를 발견한, 굿이어의 노력, 라듐으로 노벨상을 받은 퀴리부부의 연구가 관조(serendipity)에서 비롯되었다는 "마징가 제트의 한글 선생님 만세!-치글러-나타 촉매(하창식)" 등은 화학과 관련된 내용을 역사적 사실이나 자칫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상적인 내용과의 접목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이렇듯, 자신의 학문을 넘어서 타 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 동아시아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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