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로봇에 속속 합류,산업 선점 노력
학생 경연 대회와 잇단 대형 전시회 등 대중화 움직임도 주목

연말 즈음에 도쿄에서 열린 '국제산업로봇전(iREX) 2017'은 로봇 혁명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알려주었다.

격년제로 열리는 국제로봇전의 올해 회차는 22회. 첫 시작은 44년전인 1973년이다. 아무리 아톰 등의 만화가 시대를 풍미했다고는 해도 산업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시기이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은 가능성을 보고 40여년을 한 길로 걸어왔고, 그 결과 세계 최대의 로봇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아직도 인간이 바라는 공상과학 수준의 로봇이 이뤄졌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매회 비약적 발전을 하며 이상적 로봇을 접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로봇과 AI의 만남. 알파고가 세상에 충격을 준 것이 2016년 3월. 그 충격을 반영해 올해 출시된 제품 가운데는 AI를 적용한 로봇들이 선보였다.자동화 기계와 유사하던 로봇에 지능이 더해지며 한결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로봇과 AI가 만나며 생긴 결과는 로봇이 학습을 통해 장인의 솜씨를 구현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야스카와 전기에서 출품한 절삭용 로봇의 경우 학습 첫 날에는 장인의 솜씨와는 한창 떨어져 있었으나 15일째는 매우 유사하게 작업했다.(사진 참조).

야스카와 전기에서 개발한 산업용 로봇이 AI 기능을 탑재한 모습.그래프의 하얀선이 숙련자의 작업 그래프.파란선이 로봇의 움직임.학습 1일차에는 로봇의 움직임이 숙현자의 솜씨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15일째는 상당히 유사하게 작업해 냈다.이로써 장인들의 솜씨도 로봇이 익힐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사진=대덕넷>
야스카와 전기에서 개발한 산업용 로봇이 AI 기능을 탑재한 모습.그래프의 하얀선이 숙련자의 작업 그래프.파란선이 로봇의 움직임.학습 1일차에는 로봇의 움직임이 숙현자의 솜씨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15일째는 상당히 유사하게 작업해 냈다.이로써 장인들의 솜씨도 로봇이 익힐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사진=대덕넷>
카와사키 중공업에서 전시한 '석세서'(succesor,후계자)란 로봇의 경우도 원격으로 장인의 손 움직임에 따라 작업하며 장인의 패턴을 익히며 점점 비슷한 수준의 숙련도를 보이게 됐다. 로봇이 학습을 통해 솜씨를 익힌 다음에는 거꾸로 사람 초보자를 가이드할 수도 있다. 특히 원격 작업의 경우는 물리적으로 조작 공간과 작업 공간이 떨어져 있어도 생산이 가능해져 작업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도 보인다.

일본로봇공업협회장인 이나바 요시하루 화낙 회장은 전시회 주관사인 일본공업신문 기고에서 "로봇과 AI의 만남으로 생산현장에서 은퇴하는 장인들의 세밀한 손맛을 형식지로 바꿀수 있게 됐다"며 "일본이 제조업에서의 우위를 지속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볼수 있는 것은 전통의 부품 및 소재 강자였던 전문기업들의 로봇 시장 참여이다. 이전부터도 꾸준히 로봇 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으나 로봇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며 100년  가량의 역사를 가진 부품 및 소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로 창업 100년을 맞은 SINFONIA는 발전용 모터 중심에서 화상처리를 기반으로한 부품 구분 시스템으로 전시회에 참가했다. 80년 역사의 히로세 전기는 자신들의 특기인 커넥터를 기반으로 로봇에 특화된 신제품을 출시했다. 일본 최고의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인 덴소도 반송용 로봇 등을 선보였다.

또한 로봇과 인간의 공존이 모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협동 로봇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로봇과 인간은 분리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 로봇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로봇 주위에는 펜스를 치고 사람은 그 펜스 밖에서 작업을 했다.

그러나 사람이 약간의 도움만 주면 로봇의 작업 능률이 훨씬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로봇의 안전도도 높아지며 협동 로봇이 이번 전시회에서는 대거 선보였다. 안전책으로 로봇의 힘을 약하게 하고,외관을 부드러운 소재로 감싸고, 사람과 가벼운 접촉을 하거나 사람이 건드리기만 해도 동작을 멈추도록 만들며 인간과 로봇이 협동하는 시대의 도래를 미리 보여주었다.

서비스 로봇의 등장도 이번 전시회의 특색이다. 특히 농업분야에 있어 다양한 로봇이 등장했다. GPS 수신기를 장착해 입력된 넓이의 공간내에 있는 잡초를 베어내거나, 밭이랑을 만들고, 파종을 하며 수확까지 하는 로봇들이 선보였다. 딸기나 토마토 등을 숙성도에 따라 선별해 수확하고 포장까지 하는 로봇 시스템도 나왔다. 일본은 특히 일본판 GPS인 미치비끼에 따라 2018년에는 오차 범위가 6cm로 줄어들며 무인 작업 로봇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일본의 지방도 로봇에 관심을 갖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도 전시회에서 볼 수 있었다. 로봇 특화지구로 지정된 후쿠시마현과 아이치현은 물론이고 도치기, 가나가와, 기타큐슈, 사이나마, 나가사키 등등도 참가해 기업들의 유치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은 로봇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더 나아가 세계 로봇 표준화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적극적으로 로봇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로봇 올림픽으로 기치를 내건 가운데 올해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로봇 관련 국제행사를 계속 기획하고 있다.

2018년에는 월드로봇서밋을 10월 도쿄에서 연다. 이때는 로봇 경연과 전시회를 동시에 개최한다. 세계 로봇 대표주자들을 초청해 세계 로봇들의 집합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2019년에는 iREX가 열리고, 2020년에는 후쿠시마와 아아치현에서 로봇전이 열린다. 세계 선도를 하려는 장기 플랜이 세워졌고 하나하나 착실히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로봇과 관련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종 경연대회도 열리고 있다. 'ロボット競技大会'란 키워드로 구글을 검색하면 20년이 넘는 각종 대회가 즐비함을 알 수 있다.특히 고교생과 실업계 고등학교, 전문학교, 대학 등의 대회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일본은 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라 하여 단순작업을 로봇 자동화로 처리하고, 보다 복잡한 것은 인공지능으로 판단하게 하는 시스템을 사무에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90%가량 높아지는 경우가 자주 보고된다.

로봇을 통한 시간의 단축과 공간의 초월성은 24시간 세계 어디서나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 2018년에 작동하도록 추진하는 일본판 GPS는 오차 범위가 6cm이다. 우리가 미국의 GPS를 받아쓰며 10m 오차를 보이는 것과는 천양지차이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이나 드론을 통한 배달이 오차범위 10m는 사고를 내거나 이웃집으로 배달되는 오작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오차 범위 6cm는 정확한 작업이 가능하다.

게다가 여기에 무인 기능이 덧불여질 경우 가공할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일본의 건설 기계 생산업체인 고마츠의 경우 무인 굴삭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무인 굴삭기에 작업 면적과 굴삭 깊이 등을 입력해 놓으면 전천후로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경쟁력이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은 일본판 GPS를 아시아에 보급할 계획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일본발 로봇혁명은 결국 생산혁명으로 연결된다. 로봇에 자율 기능과 AI가 결합되고, 거기에 부품 및 소재 분야의 강점이 덧붙여지며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일본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시급히 요구된다.

차별화를 통해 우리만의 특성을 강화시키며 전략적 차원에서의 연대 혹은 협력을 통해 우리 나름의 시장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산업혁명 이상의 로봇혁명, AI혁명으로 새로운 차원의 단계에 들어섰다. 이 경쟁에서 우리의 자리는 어디인지 고민하며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시회를 참관한 김봉태 ETRI 소장은 "로봇의 급속한 발달은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져준다"며 "대덕의 과학자들이 산업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며 우리 나름의 길을 모색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에서는 각종 로봇경연대회가 열린다. 사진은 최근에 고교생을 대상으로 열린 결승전 대회의 한 장면.<사진=NHK 화면 캡쳐>
일본에서는 각종 로봇경연대회가 열린다. 사진은 최근에 고교생을 대상으로 열린 결승전 대회의 한 장면.<사진=NHK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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