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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N 식당 가보셨어요" 국제과학벨트 성공 가늠자?

대전과총, 중이온가속기 '라온' 구축 관련 포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냐"가 라온의 가치 증명

'CERN의 역사는 식당에서 이뤄진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사진=홍승우 교수 제공> 'CERN의 역사는 식당에서 이뤄진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사진=홍승우 교수 제공>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 가면 꼭 식당을 가보세요. 온갖 사람들이 식당서 종일 아이디어를 나눕니다. 여기서 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라온의 성공도 어쩌면 식당에 달렸을지 모릅니다."

이 같은 이색 주장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5일 열린 대전과총(회장 박윤원) 지역혁신포럼은 현재 건설 중인 과학벨트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현황과 활용을 알아봤다.

라온의 개념설계자인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강연에 올라, 과학벨트를 '은하도시'에 비유하며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룬드(Lund)를 아세요? 스웨덴의 작은 도시인데, 유럽의 과학자라면 이곳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룬드는 '중성자 파쇄 기술'을 활용한 '유럽공동 재료물리학 연구시설(ESS)'이 들어찰 곳이다. 홍 교수는 유럽 과학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룬드를 중이온가속기가 생길 과학벨트와 대전에 비견했다. 

이어 그는 CERN에 대해 "도시를 감싸는 커다란 입자가속기보다 더 놀라운 식당을 만난다"고 소개했다.

CERN에 있는 큰 식당에는 종일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시끄럽게 대화를 벌인다. 그중에는 아직도 현역인 노벨상 수상자가 있으며, 많은 회의와 토론도 식당에서 펼친다고 한다. 홍 교수는 이런 열린 소통의 문화와 장이 CERN에서 노벨상을 연속으로 배출하는 비결로 봤다.

"사람들과 한참 떠들고 있는 내 옆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지나갑니다. 그의 팔을 당겨 대화에 끌어들입니다. 해외 손님과도 식당에서 편하게 첫 미팅을 갖습니다. 이렇게 열리고 섞이는 문화가 과학벨트 설계 당시 우리 과학자들이 꿈꿨던 '별이 탄생하는' 은하도시입니다. 과학벨트가 잘 되려면 사람들이 끓어야 해요."

포럼에 참석한 이상민 국회의원도 CERN의 식당 문화를 옹호했다. 이 의원도 "식사 때가 지난 오후 3시인데도, 인종도 개성도 다양한 사람들이 그 허름한 식당에서 대화를 끊지 않더라. 선진 과학의 풍토를 봤다"고 상기했다.

2021년 완공목표로 대전 신동지구에 건설 중인 중이온가속기 '라온' <그림=중이온가속기 구축단 제공>2021년 완공목표로 대전 신동지구에 건설 중인 중이온가속기 '라온' <그림=중이온가속기 구축단 제공>

정순찬 라온 건설구축사업단장은 "현재 라온이 목표로 계획대로 잘 시공되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라온을 쓰려고 모이냐가 라온의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우리 독자 기술로 완성할 세계최고 수준의 연구시설이다. 고에너지 고출력의 중이온 빔을 쏴서, 희귀동위원소와 신물질 등을 발견한다. 이로 기초과학과 의학 등 응용연구를 부흥하고 전 세계 과학자들의 방문을 유도하는 목적이 있다.

라온은 지난 2009년 과학벨트 종합계획이 확정된 후 예산과 기간, 부지 등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현재는 대전과 세종 사이 신동지구에 2021년 완공목표로 1조4000여억원을 들여 시공이 한창이다. 현재 준공을 앞둔 대전 엑스포 부지 내 기초과학연구원(원장 김두철·IBS), 응용연구의 산실인 대덕연구단지와 삼각축을 이뤄 한국 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기대를 받고 있다.

문창범 중이온과학연구협의회장은 "라온으로 한국도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기초연구 선진국 클럽에 진입한다" 며 희귀동위원소 가속기 세계지도를 펼쳐 보였다. 이어 그는 "우리도 별의 탄생과 우주 기원에 대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 셈"이라고 기뻐했다.

라온은 일본 리켄에 있는 중이온가속기보다 출력이 100배 이상 높아, 완공될 경우 "일본 가속기는 문을 닫을 판"이라는 평가가 참석자 사이에서 나왔다.

반면, 또 다른 참석자는 "포항 가속기 대비 10배의 예산이 들어간 라온이 자칫 유지비 예산 블랙홀이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미 경남지역에 포진한 중입자·양성자·방사선 가속기들이 국제적 과학시설 허브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라온 같은 '빅사이언스'가 이해 관계자들의 '카르텔' 사업으로 전락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지속성 여부 등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대전과총은 이날 라온의 현황과 활용안 등 포럼 실황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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