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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기극복 상징 'DARPA'

[새통사 지식공유] 글 : 하원규 ETRI 박사
DARPA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유연한 스피드 경영, 실패 긍정 문화
인터넷과 GPS 개발 등 경이로운 첨단과학 연구 집단으로 변신에 성공한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국가위기를 배경으로 'DARPA가 상상하면 그 기술은 현실이 된다'는 신화를 창조했다.

세계 제2차 대전과 냉전체제 등을 배경으로 미국은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영향력이 지대한 경제구조, 글로벌 패권체제가 구축됐다. 1958년 당시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한 사건은 당시 미국사회를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스푸트니크 쇼크'를 계기로 적국에 의한 'Technical Surprise'를 차단하고, 미국의 적국에 대한 기술적 서프라이즈를 창조한다는 미션을 부여한 DARPA가 창설된다. 이후 DARPA는 1962년 쿠바위기, 베트남 전쟁, 1990년 걸프전, 2001년 9.11테러 등 국내외적 위기를 배경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대하고 첨단과학기술 산실로서 세계적 위상을 구축해 왔다고 할 수 있다.

DARPA의 실적은 인터넷의 기반이 된 ARPANET, GPS등 당초 군사용으로 개발했으나, 냉전의 종식과 함께 민간에게 개방함으로써, 인류 사회에 큰 임팩트를 가져다주는 이노베이션을 실현했다. 스텔스 기술, 암시기술, 방공미사일 정밀 기술, 무인항공기 개발 등 군사과학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수술 지원 로봇 '다빈치', 음성 지원앱 'Siri'등도 DARPA가 관여하는 프로그램 성과의 일환이다.

2001년 9.11테러를 미국은 '제2의 진주만 공격'으로 간주했다. 이를 배경으로 DARPA는 전정보인지(TIA: Total Information Awareness)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완벽한 정보인지 능력을 갖는 생각하는 컴퓨터 시스템 'SoS : System of Systems'의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DARPA는 외골격(Fabric Exoskeleton)으로 무장한 미래의 슈퍼 병사를 위한 Man-Machine 기술,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브레인 칩 개발 프로젝트인 NESD(Neural Engineering System Design), 아폴로 계획, 인간게놈 계획에 필적하는 BRAIN Initiative등과 같은 거대과학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면서 뇌전쟁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딥마인드사 등 최강AI기업, 미국의 거대 인터넷 복합기업 등과 연계하여 CMS(Complementary Learning System)이론에 바탕을 둔 범용AI기술 확보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이론은 인간의 기억은 대뇌피질과 해마가 연계하여 실현된다는 조건하에, 심층강화학습과 외부기억을 갖는 초저전력‧고성능 뉴럴 네트워크기술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처럼 DARPA는 미래의 신산업혁명의 견인차로서 보이지 않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 미국 위기극복 방식의 상징 'DARPA'

이처럼 DARPA는 미국이 국내외적으로 직면하는 국가 안보위협을 배경으로 미국의 기술적 우위성을 확보하는 래디컬 이노베이션의 듬직한 보루이자, 그것을 수행해 낼 수 있다는 상징적 존재로서 위상을 확보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10-20년 후의 SF를 실현하는 군사과학기관으로서 세상의 상식을 뒤엎는 참신한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DARPA가 개발한 인터넷, GPS, 로봇 등이 제3차 산업혁명의 게임 체인저였다면, 차세대 GPS, 우주기술, 빅데이터 해석, 사이버 관련 첨단기술은 제4차 산업혁명의 게임체인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개발과 획득에 관여하고 있는 전정보인지 시스템, 뇌의 전쟁, 합성 생물학, 차세대 의료‧병사 시스템 등은 포스트 4차 산업혁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미 국방에 있어서 DARPA가  Radical Innovation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산업혁명과 인류발전에 큰 혜택을 주는 혁신적 연구의 요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특별한 연구 집단으로서의 특징과 혜택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단기적인 프로그램과 너무 기초과학적인 프로그램은 지양하면서도 야심적인 기술목표(Ambitious Technical Goals)를 추구한다.

매년 30억 달러의 연구예산이 할당되는 DARPA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유연한 스피드 경영, 실패를 긍정하는 문화 등을 연구철학으로 삼는다. 특히 DARPA는 유연하고 독립적이며 걸출한 프로젝트 매니저 중심의 조직운용을 그 특징으로 한다. DARPA의 조직 운용은 국가안전보장 최우선, 국민적 합의, 국방기술 과제해결을 위한 명확한 조직 목표를 공유하면서 100여명의 PM에게 드림팀을 구성하고 운용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준다.

DARPA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PM은 아이디어 탐색, 프로그램 기획 입안, 마일스톤에 의한 진척관리, 연구자금 조정과 제공, 연구 수행과 평가 관리 등을 주관한다. 한마디로 PM에게 프로젝트 선정, 입안, 수행에 이르는 전 과정에 커다란 재량권이 부여된다. 바로 이러한 걸출한 PM에 의한 재량권이 10-20년 후의 현실로 만드는 혁신적 기술을 배태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의 군사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인류의 발전으로 공헌하도록 하는 선순환 생태계로 이어진다.

지금까지의 고찰을 기반으로 DARPA의 선택을 강제하는 현재 및 미래의 위기유형은 제2의 스푸트니크, 제2의 쿠바위기, 제3의 진주만 공격,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향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동시에 이와 같은 X-Event가 발생하면,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DARPA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고, Strategic Surprise, Technical Surprise 창출자로서의 DARPA의 역할에 기대를 걸게 된다.

앞으로 DARPA는 브레인 패권전쟁, NBIC의 군사과학화, 블록체인 플랫폼의 고도활용, 양자통신과 양자 컴퓨팅의 게임체인저의 역할 등에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 우리에게 주는 함의

현재 및 미래에 맞닥트리게 될 전형적 위기유형은 직간접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의 시대 정신을 일깨우고, 우리의 책임과 사명이 어깨를 짓누르게 한다. 북한의 핵무력화 완성은 제2의 쿠바 위기, 신형 ICBM의 도발은 제3의 진주만을 촉발할 수 있는 잠재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초강국의 길을 선택한 중국의 첨단기술 전략도 제2의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의 연쇄도발을 계산된 위협(Calculated Risk) 또는 살라미스 전술의 일환으로 치부하는, 일종의 선유적 대북 학습에 익숙해진 상황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 유형은 문명사적 대분기와 지정학적 역습의 위기(Imposed Crisis), 패권 게임과 주변화로 자초하는 위기(Invited Crisis), 적극적인 도전과 응전으로 상황을 주도하는 위기(Constructed Crisis)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기가 심상치 않는 상황으로 내몰렸을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표자의 사견일 수도 있지만, 18세기 제국주의 희생 국가가 되기 직전의 상황을 그린 '1894년 조선의 여름'과 '2017년 대한민국의 여름'은 역설적일 정도로 시공을 초월한 데자뷰적 요소가 많은 것 같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물리적 제국주의로 전 세계에 짓눌렀다면, 21세기 제4차산업 혁명은 디지털 제국주의의 모습으로 전 세계에 미증유의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작금의 위기 유형과 신산업혁명은 대처 여하에 따라, 위기의 싱귤래리티가 될 수가 있고 기회의 싱귤래리티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을 전제로 범국가차원에서 다수의 번영(Mass Flourishing)을 위한 혁신과 도전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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