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기계연 책임연구원, '고효율 저전력 플라즈마-촉매 방식 스크러버' 개발
반도체 생산과정 발생하는 지구온난화 물질 제거 본격화, 기존 대비 1/3 수준 전력 실현

반도체 공정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스크러버 연구개발 주역 '이대훈' 기계연 책임연구원<사진=윤병철 기자>
반도체 공정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스크러버 연구개발 주역 '이대훈' 기계연 책임연구원<사진=윤병철 기자>
 
지난10월 반도체 수출 비중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의 16%를 넘어선 것으로 발표됐다. 내년에는 수출비중이 20% 더 늘어날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예측한다. 컴퓨터 대중화의 시작과 더불어 1992년 수출 비중 1위(한국무역협회 기준)에 올라선 반도체 생산은 스마트폰을 거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실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도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반도체는 가공과 세정, 냉각 등 생산공정에서 다양한 화합물질이 동원되며 지구온난화물질을 배출한다. 물론 반도체 생산공정은 오염물질 제거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제거설비에도 많은 에너지가 동반되고, 폐수 등 불필요한 부산물이 배출된다. 국가 환경과 국민 건강은 물론 온난화가스를 의무적으로 줄여야 하는 ‘파리기후협약’ 가입국인 우리나라는 더 효과적인 지구온난화물질 저감 의무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이하 기계연)의 이대훈 박사 팀이 개발한 '고효율 저전력 플라즈마-촉매 방식 PFCs 스크러버'가 반도체 배출 오염물질의 효과적인 저감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반도체 생산공정의 배출 오염물질 제거에 기존 투입 1/3 전력으로 '플라즈마 스크러버' 성공
 
스크러버(Scrubber)는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배출된 가스에서 과불화탄소(PFCs)등 오염물질을 분리 제거하는 장치다. 과불화탄소는 매우 안정된 화학물로, 특히 사불화탄소(CF₄) 제거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소법과 촉매법, 플라즈마 방식 등 다양한 스크러버 기술이 동원되지만 각 기술별로 한계점이 있다. 이 가운데 플라즈마 방식이 오염물질 제거에 가장 효과적이나, 동원되는 에너지가 크고 전극 내구성이 약해 현장 적용사례가 드문 편이다.
 
플라즈마(Plasma)는 초고온 상태에서 전자와 이온이 분리된 전기적 중성 상태로. 핵융합 반응부터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에 쓰이고 있다. 독보적인 플라즈마 반응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이대훈 기계연 연구팀은 스크러버 한계점을 해결해 현장 수요에 대처할 연구개발에 나섰다.
 
기계연은 2008년부터 플라즈마 스크러버를 개발해 왔다. 플라즈마가 길게 뻗도록 유도하는 회전 아크(Arc) 방식의 스크러버를 만들어, 고온의 반응량을 형성하고 오염물질 제거효율을 높였다. 개발 당시 200lpm급에서 14.5Kw 전력으로 92%의 분해율에 성공했다.
 
여기에 이대훈 박사 연구팀은 촉매반응을 융합하고, 저 전력에서도 반응성을 높이는 고도화를 실현했다. 기존보다 낮은 플라즈마 발생 에너지를 들이고도 난분해성 물질 분해율을 더 높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저 전력에도 운전이 가능하도록 플라즈마와 촉매 반응기의 최적화 설계를 계속 이어왔다. 전 단계 스크러버에서 실현된 14.5kW 보다 1/3 수준으로 낮은 5kW급 교류(AC) 전원공급 조건에서도 동일한 분해율을 얻어냈다. 이에 더해 전극수명을 연장하고, 반응기 형상을 개선해 내구성도 강화했다.

또한, 과불화탄소의 분해 과정에서 분리된 불소 고정을 위해 수소화합을 유도하는 물을 공급하는데, 물은 플라즈마 발생을 불안정하게 한다. 연구팀은 새로운 반응기 구조로 기존 공정의 1/10 정도만 물을 쓰면서 방전 문제를 해결했다.
 
이 결과, 사불화탄소를 처리하는데 4kW급 전력을 투입하고도 90% 이상의 분해율을 달성했다.
 

이번에 개발한 '고효율 저전력 플라즈마-촉매 방식 PFCs 스크러버' <사진=윤병철 기자>
이번에 개발한 '고효율 저전력 플라즈마-촉매 방식 PFCs 스크러버' <사진=윤병철 기자>
기술 만큼 경제성 실현이 상용화 조건 "엔지니어는 상용화 문제 해결사"
 
"기술적으로 우수해도 비싸면 시장에 나설 수 없어요. 현장에서 부담되지 않을 가격과 공정이어야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더 나은 스크러버 개발을 위한 연구과정에서 이대훈 박사는 '경제성'을 고민했다. 해당 과제에서 비용을 낮추는 요소는 전극 내구성과 전원장치 등인데, 1년 만에 연구개발 목표를 달성했다. 이 박사는 "기계연에서 10년을 축적한 스크러버 연구개발 경험과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플라즈마-촉매 융합 스크러버' 기술은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시제품 실증 단계에서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원장 조용현∙이하 실용화진흥원)의 '공공연구성과기술사업화지원'을 받았다.
 
연구팀은 2017년에 1차 목표를 달성하고, 수요시장이 다른 3곳의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2차 년도에는 고객사 조건에 맞는 스크러버 양산품 개발이 목표로, 가장 진도가 빠른 데모제품이 내년 상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스크러버는 국내 주요 반도체 공장을 우선 타킷으로, 대만과 일본, 중국, 미국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주요 생산국의 수요를 염두하고 있다. 관련한 국내외 특허등록도 마쳤다.
 
이 박사는 "3년 들여 특정 기술을 개발하면, 상품화를 위한 추가적 과정이 그 때부터 적어도 2~3년은 걸려야 겨우 성공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대부분 연구과제 종료로 기술개발 지원도 끝난다"며 "연구가 상용화 되려면 시간과 재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진흥원 지원과 검증은 연구와 실용사이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넘게 해주는 단비와 같다"고 평가했다.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학부시절부터 기계 외에 화학이나 전자 등의 연구에도 참여해 온 경험이 많았다"고 했다. 그간 경험이 기계장치와 촉매화학, 연료전환 등이 융합된 이번 연구의 성공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박사는 엔지니어라면 호기심으로 문제를 찾고, 찾은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연구개발에 임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또한 "과제 목표의 달성이 아니라, 상품이 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기술이전한 기업들이 상용화에 성공해, 그 매출이 연구소 예산보다 많아졌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남들은 이런 저를 영업사원 같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저는 상용화가 중요한 엔지니어 입니다."

이 박사는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 청정환경시스템 부교수로 연구실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칠판 상단엔 '세상 모든 버너와 반응기에 우리 플라즈마를 넣겠다'는 연구실 모토가 자리한다<사진=윤병철 기자>
이 박사는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 청정환경시스템 부교수로 연구실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칠판 상단엔 '세상 모든 버너와 반응기에 우리 플라즈마를 넣겠다'는 연구실 모토가 자리한다<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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