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포항지진 긴급 포럼 개최 속 유발지진 가능성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 "기초 지질 조사, 인력 양성 등 시급"

경주에 이어 포항 지진으로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지질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2000년대 이후 지열발전처럼 액체 주입과 관련된 유발 지진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미국 오클라호마 셰일가스 채굴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인도 코이나 지진 등 자연 상태에서 물을 주입하거나 뺄때 응력에 영향을 끼치며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열발전소 사업에도 1만2000톤의 물이 주입되며 규모 2.6 지진에 이어 규모 3.4 지진으로 이어졌다. 결국 지열발전소와 물 주입 과정이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와 근접한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지열발전에 따른 유발지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포항 지역에 대한 기초 지질 조사 자료 부족과 지열 발전소 건립 당시 지하 단층 구조나 지질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또 지열발전소에 따른 유발 지진이라는 정확한 과학적 입증이 필요해 섣부른 판단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포항지진은 본진과 여진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67차례(26일 기준) 발생했다. 이 여파로 사상 처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포항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전문가, 부처관계자 등 33명으로 구성된 중앙재난피해합동조사단을 파견해 피해조사에 착수했으며, 결과가 확정되면 오는 12월초까지 '포항 지진 피해 복구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4일에는 대한지질학회,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대한지질공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는 과학계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지진 원인과 효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한 논의 과정서 지열발전으로 인한 유발지진 가능성이 관심을 모았다.

◆포항 지진 발생위치는?···지진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엇갈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신중호)와 기상청(청장 남재철)이 공동으로 포항지역 주변 근거리의 지진 관측자료를 추가적으로 활용하여 포항지진의 발생위치를 정밀도를 높여 분석한 결과, 포항지진의 본진 위치는 기상청이 발표 했던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약 1.5km 이동한 36.109°N, 129.366°E으로 분석됐다.

양 기관이 포항지진 본진과 규모가 큰 여진을 발생시킨 단층운동 특성을 단층면해방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본진의 단층면해는 북동 방향의 역단층성 우수향 주향이동단층이며, 규모 4.3의 여진은 북북동 방향의 역단층으로 조사됐다. 특히 진원지 서쪽의 상반 지반이 동쪽 하반 지반을 타고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 현재까지 발생한 규모 3.5이상의 주요 여진들은 본진과 달리 주향이동단층으로 분석되었으며 여진들의 발생위치․주향․경사 등을 고려하면 본진과 연계된 주단층면 외에 주변의 소규모 단층들이 추가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포항 지진 발생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지각 변화와 함께 지열발전소 건설 등으로 인한 유발지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포항 흥해 지역에서 운영해 온 임시지진관측망 8개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포항지진은 지하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되며, 지하 단층이 포항 지진 발생 후 역단층성 주향이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준기 서울대 교수는 "지진파 전파, 지진원을 합친 관측자료를 활용해 포항 지진 모멘트 텐서를 분석한 결과 이번 지진은 복잡한 단층면에서 발생했을 가능성, 고압 유체 영향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이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으로 전환되었으며, 그 여파가 지속되어 역사상 전례없는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유발 지각이 변위하는 등 응력 환경이 복잡해졌다. 지진파가 늦게 도착하고 지각이 약해지면서 응력이 발생하고 새로운 단층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서 "울산 앞바다, 보령 앞바다 등 역사에서도 전례가 없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사진=홍태경 연세대 교수 발표자료>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사진=홍태경 연세대 교수 발표자료>
전문가들은 지열발전소와 관련된 유발지진 가능성도 인정하면서 보다 심층적인 조사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과학자는 과학적모델을 만들고 검증하는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지열발전소와 관련된 유발지진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이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진한 교수는 "전세계적으로도 액체 주입(Fluid injection)과 관련된 유발 지진이 지난 200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인도 코이나 지진 등에서도 유발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면서 "특히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와 근접한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유발지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액체 주입 발생 과정 중 발생한 지진, 지열발전소와 근접한 진원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유발지진 가능성도 거론된다.<사진=이진한 고려대 교수 발표자료>
전세계적으로 액체 주입 발생 과정 중 발생한 지진, 지열발전소와 근접한 진원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유발지진 가능성도 거론된다.<사진=이진한 고려대 교수 발표자료>
강태섭 부경대학교 교수는 "지진이 발생하기 위한 지진 모멘트 액체 주입량은 수백만톤이 주입돼야 가능하지만 포항에서는 실제 수천톤 주입에 불과했기 때문에 의구점이 있다"면서 "하나의 사건보다 포항 지역에 존재하는 확인되지 못한 지하 단층의 준비된 작용과 액체 주입이 함께 이뤄진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기복 서울대 교수는 스위스 바젤과 비교하며 지열발전소와 유발지진에 대한 연관성에 의문을 제시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포항지열발전 사업인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사업 부분 연구 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민 교수는 "지난 2006년 스위스 바젤에서 실시된 지열발전소 사업에서 1만 2000톤의 물이 주입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2.6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면서 "이어 약 5시간 후에 좀 더 큰 규모인 3.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열발전소와 물을 주입하는 과정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유발지진 수리자극을 공부한 전공자로서 바젤과 달리 주입 기간 동안에는 아무런 지진이 없었고, 지난 4월 3.1 지진이후 2.8이 높은 5.9 지진으로 높아졌다는 사실이 학자 입장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연관성을 입증하게 되면 세계에서도 획기적인 연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 지진을 계기로 대형설비사업 시 철저한 지질학적 기초 조사와 지진안정성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지질 조사 인력 양성부터 활성 단층 지도 등에 국가적 지원과 과학계의 관심이 이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 원자력발전소에만 국한되어 활성단층을 조사해 왔으며, 전국 활성단층지도 제작도 예산, 기간이 부족해 중단된 바 있다"면서 "올해부터 활성단층 지도 제작이 단계별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부지 선정이나 지질 조사 등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부지부터 정하고 건립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거대 토목공사시에는 반드시 지질 조사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포항을 비롯해 지역 기초 지질 조사 자료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찬동 충남대 교수도 매립지 아파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매립지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확하게 설계한다면 구조적으로 충분히 지진 등을 대비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지질 조사를 제대로 진행해서 설계 지침을 마련하고 단층 운동 등에 대해서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계에서 논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국내 지진학자들도 이번 지진에 대해 당황하고 있으며, 지진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직 결론을 찾을 때가 아니다"라면서 "모든 과학적 모델을 놓고 검증하면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민 대한지질학회 회장은 "지진 원인 분석은 학문적인 가치가 있지만 지진 대비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 알권리 차원에서 이에 대한 논의의 장 마련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항지진 긴급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포항지진 긴급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일본 첨단기술관에 전시중인 지열발전소 관련 자료.<사진=대덕넷>
일본 첨단기술관에 전시중인 지열발전소 관련 자료.<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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