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연구진, 방선균서 암전이 저해와 항균 작용 효과 화합물 연구
지난 2013년부터 착수···균주 배양 등 인내심 갖고 연구 수행

"연구단에서 매년 샘플을 채집하러 현장에 가지만 다양한 샘플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족과 여행을 가는 등 다양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교회 수련회를 간다고 한 연구원에게 샘플 채집을 부탁했고, 이 샘플이 연구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장재혁 생명연 박사는 연구 과정에서 샘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생명연 연구진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샘플을 확보에 나섰으며, 장시간의 균주 배양 연구 등 끝에 새로운 화합물을 발굴해 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장규태)은 항암물질연구단(단장 안종석)이 울릉도 토양에서 분리한 토종방선균들로부터 새로운 화학골격을 갖고 있으며, 항암이나 항균작용 등에 효과가 있는 울릉가마이드 A와 B(Ulleungamide A, B), 울릉마이신 A와 B(ulleunmycin A, B), 울릉고사이드(Ulleungoside)라는 새로운 미생물 대사산물을 발굴했다고 20일 밝혔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생리활성물질들은 항암제나 항생제 등의 의약품으로 개발되어 왔다. 이 물질들은 다양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어 신약개발을 시작하기 위해 중요한 물질로 활용된다.

이 물질들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은 기존에 발굴되지 않은 새로운 화학구조를 지니는 화합물을 발견하는 것이다. 기존 약물과 차별화되는 작용기작을 갖는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생명연 항암물질연구단은 이러한 이유로 울릉도 뿐만 아니라 국내의 다양한 환경으로부터 미생물을 분리, 배양해 다양한 질환치료제로 개발 가능한 신규물질인 해남인돌(Haenamindole, 해남 퇴적물유래 곰팡이), 금사놀(Geumsanol, 금산 인삼밭 토양유래 곰팡이), 보성가제핀 (Boseongazepine, 보성 녹차밭 토양유래 방선균)과 같이 그동안 연구되지 않았던 지역의 미생물을 찾고, 지역 이름을 딴 화합물을 국제 저널에 게재한 바 있다. 

특히 울릉도는 육지와 달리 다른 토양을 갖고 있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미생물을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이러한 미생물들의 활용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생명연 연구진은 지난 2013년부터 미생물에서 유래된 생리활성물질을 찾기 위해 직접 울릉도 토양샘플 채집 활동에 나섰다. 

연구진은 토양이나 해양 등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서식하는 방선균을 연구했다. 방선균은 항생제를 포함한 여러 생리활성물질을 생산하는 능력이 있어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미생물 자원으로 활용된다. 

채집된 약 200여종의 방선균은 다양한 미생물 분리법을 통해 분리됐다. 분리된 방선균에 대한 배양조건의 다양화, 전체 게놈 서열 분석,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 등의 복합 탐색 과정을 거쳤다. 

특히 연구진은 일반적인 실험처럼 2주 동안 균주를 배양시킨 이후 이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균주를 2달 이상 배양시키는 등 인내심을 갖고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발된 화합물질들을 울릉도의 지명에 따라 각각 울릉가마이드, 울릉마이신, 울릉고사이드라고 이름 지었다.

물질들의 분석 결과, 울릉가마이드는 세포 독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항생활성을 나타냈다. 또 울릉마이신은 암전이 억제제로서 항생제 내성 세균의 증식 또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릉고사이드의 경우에는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등의 다양한 생리활성을 지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조사되지 않았던 울릉도 토양으로부터 미생물을 분리해 새로운 이차대사산물을 발굴해 울릉도 토양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분리된 화합물을 통해 이제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화학골격을 지니는 화합물을 찾아내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화합물의 화학적 다양성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향후 신규 화합물의 추가연구를 통해 새로운 항생제와 항암제 개발 등 신약 물질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으로 발생하는 균인 슈퍼박테리아는 최근 감염률이 급증하고 있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암세포가 인체의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 증상으로 암에 의한 사망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암 전이 치료에도 활용이 기대된다.

장재혁 박사는 "샘플링한 균주들은 조건에 따라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생명연이 보유한 유전학적 방법을 활용해 구조적 다양성을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물질은행(Library bank)'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문연구단 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유기화학·천연물화학 분야 전문지 '오가닉 레터스(Organic Letters)'와 '천연물저널(Journal of Natural Products)'에 발표됐다. 

울릉도의 토양 방선균을 활용해 진행된 새로운 생리활성물질 발굴 연구.<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울릉도의 토양 방선균을 활용해 진행된 새로운 생리활성물질 발굴 연구.<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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