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 연구진, 긴급 인명구조 신기술 개발
연천에 테스트베드···소방청 인명구호팀 등과 기술 실효성 검증

오래되고 낡거나 지진과 같은 재해 발생으로 붕괴되는 시설물에 고립된 인명을 신속·안전하게 구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직무대행 정준화)은 이주형 지반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대형빌딩, 지하철, 터널 등의 붕괴 시 고립된 인명을 신속 안전하게 구호할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건설연 연구진은 연천 SOC실증연구센터에 실제 토공 붕괴현장과 유사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13일부터 굴착 실증실험을 개시한데 이어 17일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특수구조단 인명구호팀이 참가한 가운데 기술 실효성을 검증했다.

지난 2010년 칠레 광산 매몰사고 등에서 개념적으로 선보인 드릴링 구조기술이 선보였지만 각종 방해물이 많고 구조가 복잡한 건물이나 시설물 붕괴사고에 대한 첨단 구조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경주·포항 지진 발생과 함께 노후 시설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심에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많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강진이 발생할 경우 붕괴사고로 인한 대형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연에 의하면 이러한 건물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경우는 30%에 불과하다. 공항과 철도 등 공공시설물 내진설계 비율도 50%에 불과하다. 특히 1988년 내진설계 도입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사실상 지진에 무방비 상황으로 분석된다.

각종 지하시설물들이 갈수록 깊이 매설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 구호방식으로는 지하 깊은 곳에 매몰된 피해자를 찾아 구조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에 개발된 긴급 인명구조 기술은 드론·공간정보·정밀굴착·굴진(掘進)관리기술 등 건설연의 기술을 활용해 4단계 임무를 실행하고 1차적으로 매몰자 생존 골든타임인 초기 72시간의 안전 과 생명선을 확보한 후 일주일 내에 최종 구조하는 것이 목표다. 

긴급구조 기술 1단계에서는 사고 발생 시 우선 드론으로 현장을 탐색하고 3차원 건물붕괴 형상 정보를 취득한 후, 무선통신 기반 매몰자 위치 탐지기술을 활용해 12시간 내에 위치탐지와 구호지점 예측을 실행한다.

2단계에서는 사고발생 후 72시간 이내에 정밀굴착기술, 철근 콘크리트 벽체 관통기술, 굴진 현황관리 기술 등을 활용해 공기·물·통신선이 100mm 규모의 1차 생명선(라이프라인)을 설치해 생존 매몰자의 안전을 우선 확보하게 된다.

3단계에서는 생존자 운반에 필요한 대형 장비를 매몰지점으로 투입하는 통로인 직경 1000mm 내외의 2차 생명선을 구축하고, 마지막 4단계에서는 사고 발생 후 7일 이내에 매몰 공동 안정화 기술을 활용해 인명구조를 진행한다. 

건설연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구조를 담당하는 특수구조대원과 소방관계자와의 의견수렴을 거쳐 도시탐색 매뉴얼 개정방안 협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주형 연구위원은 "현재 기술로는 지진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지진 조기경보 연구뿐만 아니라 재난 발생시 가급적 빨리 매몰지역에서 인명을 구하는 연구도 중요하다"면서 "이번 기술을 통해 붕괴현장의 인명손실을 30% 이상 낮추고 구호비용도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차 생명선 시추 개념도.<자료=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1차 생명선 시추 개념도.<자료=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도심지 지하붕괴 인명탐지와 긴급구호 단계별 처리 모습.<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도심지 지하붕괴 인명탐지와 긴급구호 단계별 처리 모습.<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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