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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갈 물린 '지질자원연' 냉가슴 앓이

[기자수첩] 지진·북핵 도발 등 과학기술역할 점점 커지는 상황
정부체계보다 국민의 알권리·안전 우선해야
포항 지진으로 대한민국 전역이 흔들렸다. 진앙지인 포항 도심은 건물이 파손되며 부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16일로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전국민이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포항 지진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과학계의 역할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정확한 정보와 대응체계 제공으로 국민의 지진 관련 과학적 이해를 높이고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진관측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자원연)은 대국민 공식 브리핑이나 발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질원연 소속 지진전문가 역시 공식 설명에 나서지 못했다. 지질자원연이 과학적 정보를 즉시 공개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진·지진해일·화산의 관측 및 경보에 관한 법률(이하 지진관측법)에 따라 기상청장의 승인 없이 관련 자료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통일되지 않은 의견이 여러 창구로 나갈 경우 국민이 체감하는혼란이 커진다는 이유에서 창구를 일원화 했다.

지질자원연은 지난 9월 북한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발생한 지진시 북한의 6차 핵실험에 의한 함몰 지진을 관측했고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기상청은 함몰 지진이 없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결론은 함몰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과 엇갈린 해석으로 돌아온 것은 지질자원연에 내려진 '경고' 판정이다. 지진관측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이번 포항 지진 발생으로 전국민이 불안에 떠는 가운데 지질자원연은 어떤 공식 브리핑에 나서지 못했다. 지진이 일어난지 하루가 지나서야 공식 자료를 배포했다. 국민의 알권리보다 정부체계를 우선한 셈이다. 그렇다고 지질자원연을 탓할 수 없다. 

지질자원연은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규정된 전문 지진 관측기관이다. 전국 40곳에 지진 관측소를 운영하며 데이터를 확보, 기상청에 정보를 공유한다. 특히 '현장정보 체계가 강화된 하이브리드 지진 조기경보기술'을 자체 개발, 명실공히 과학 기반의 지진전문 연구기관인 것이다.

자연재해, 북핵 등 국가 위기시 정확한 분석을 위해 과학기술의 역할은 중요하다. 국민은 당연히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각종 자연재해, 사회 문제 발생 시 과학기술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충분한 역량이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인 역시 적극 참여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본다.

국회 신용현 의원은 지난 10월 지진 등 관측 결과가 국방, 학문, 연구의 목적일 경우 기상청장 승인 없이 발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진관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학술 목적의 지진 관측 결과는 누구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에서다.

신용현 의원에 의하면 개정안은 다음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이후 논의를 통해 개정여부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포항 지진에 어느때 보다 신속하게 대처했다. 국민의 알권리, 국민의 안전 중요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번 지진관측법 개정도 그런 취지에서 속도를 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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