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가속기연 '일시 정전' 후 가동···양성자가속기 내진 정상
"전국 재난재해 안전한 연구시설 없다···경각심 놓지말 것"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일시 정전' 이후 정상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일시 정전' 이후 정상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포항가속기연구소, 원자력발전소, 양성자가속기 등의 연구시설은 피해 없이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은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규모 5.4 지진은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발생 위치는 위도 36.12도, 경도 129.36도이며 발생 깊이는 9㎞이다.

지진 진앙지와 가장 인접한 연구시설인 포항가속기연구소(소장 이기봉) 방사광가속기는 큰 피해 없이 가동 중이다. 지진 발생 직후 연구소 내에 순간 정전 현상이 발생했지만 1시간 이내 복구됐다. 정전으로 인한 연구장비 피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사광가속기 연구실에서 연구했던 남상훈 연구위원은 "순간 정전으로 인해 연구장비가 잠시 멈췄지만 이내 정상 복구됐다. 피해라고 보기 힘들다"라며 "지진 발생 순간 비상연락망 등 안전재해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진을 감지하고 곧바로 책상 밑으로 대피한 뒤 통제에 따라 야외로 자리를 이동했다"라며 "당시 경주 지진인 줄 알았지만, 긴급 문자를 보고 포항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전국에 재난재해에 안전한 연구시설은 없다. 경각심을 항상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도 지진 발생 즉시 관련 시설의 안전변수를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원자력연 또한 안전에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대전 본원에 위치한 연구용원자로 하나로 내진 설계는 0.2g을 기준으로 한다. 이번 지진 발생 당시 원자로실에서 관측된 최대 지반가속도는 0.0043g으로 확인됐다. 현장 점검 결과 지진에 따른 영향은 없었다.

경주에 위치한 양성자가속기 또한 내진설계 기준 0.2g이다. 현재 자체 진동감지기가 0.008g의 진동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가동 중지된 상황이다. 양성자가속기도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용환·이하 원안위)도 이번 지진 관련 현재까지 원자력발전소(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포함) 안전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원안위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안전성 확인을 위해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 원자력발전소로 사무처장과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를 파견해 점검할 예정이다.

실험실에서 지진을 감지한 김승환 POSTECH 교수는 이전과 달라진 대응 속도를 언급했다. 그는 "이번 지진은 지난해 경주 지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진앙지와 가깝고 지표면이 낮아져 진동이 크고 오래갔다"면서 "경주 지진 때는 많이 놀랐지만 이번에는 매뉴얼에 따라 평소 대비 훈련처럼 신속하게 대응하는 등 지진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포항공대는 가속기나 실험실, 건물 등 피해는 없었다"면서 "하지만 포항 지진은 경주 지진과 다른 단층대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단층대 이동 등과 같은 기초연구가 좀 더 이뤄지며 지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지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국민들도 지진 위험지대임을 알아야 한다"라며 "여진은 지금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적어도 4주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과거 경주 지진에 비해 지진 규모는 작지만 발생 깊이가 얕아 에너지가 표면으로 더 많이 전달돼 그 피해는 경주 지진과 비슷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반도에서 지진이 계속 일어났지만 주기가 길었다. 이는 지진이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축적된 시간이 길었다는 의미다. 지진이 다가올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태평양 주변으로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등 전 지구적으로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시기가 있다"며 "이는 지구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으로 이 경우에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원전과 관련해서는 "원전은 규모 6.5에 대비해 만들어졌기에 이번 지진에는 안전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과거 400여년 전 규모 7이상 지진이 발생했기에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진 위치 및 진도 정보.<사진=기상청 제공>
지진 위치 및 진도 정보.<사진=기상청 제공>

기상청에서 발표한 지진정보.<사진=기상청 제공>
기상청에서 발표한 지진정보.<사진=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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