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엽 뇌연구원 등 한미 연구팀, 국제 학술지 발표
로바스타틴 약물로 실험동물에서 효과···치료기술 개발 기대

한국과 미국의 공동 연구진이 FDA 승인을 받아 사용되고 있는 콜레스테롤 조절약이 뇌전증(간질)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따라 향후 신경발달장애아동의 주요 증상인 뇌전증의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뇌연구원(원장 김경진)은 정의엽 뇌질환연구부 연구원이 장용회(Jiang Yong-hui) 미국 듀크대 교수와 함께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약인 로바스타틴이 실험동물에서 뇌전증 발생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9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신경발달장애를 연구하는데 쓰이는 대표적인 실험동물인 '엔젤만 신드롬(Angelman syndrome) 마우스'를 이용해 시판 중인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제인 로바스타틴이 뇌전증 증상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엔젤만 신드롬 마우스는 신경발달장애를 대상으로 한 질환모델동물로 80~90%가 뇌전증 증상을 갖고 태어난다. 

연구팀이 이 실험동물에게 강한 소리를 일으키자 뇌전증 증상이 나타났지만, 로바스타틴을 투여한 쥐는 증상이 상당히 억제됐다.

실제 기존 치료제가 다른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사이클로파이록스(Ciclopirox)라는 무좀연고가 에이즈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며, 비아그라 역시 기존 협심증 치료제가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약으로 개발됐다.

정의엽 연구원은 "뇌전증 증상이 있는 아동은 적절한 조기 치료가 뇌발달과 인지기능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며 "로바스타틴이 왜 뇌전증 억제 효과가 있는지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신경발달장애 아동의 뇌전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저널인 '뉴로바이올로지 오브 디지즈(Neurobiology of Disease)' 최신호에 발표됐다. 

정의엽 뇌질환연구부 연구원이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뇌연구원 제공>
정의엽 뇌질환연구부 연구원이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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