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준 한서대 교수, 환경단체 추천으로 시민검증단서 검증 활동 수행
부가적 차원에서 진동대 실험 제안

"시민검증단에 참여한 전문가로서 여러 달에 걸쳐 하나로 내진성능에 대해 분석·검증한 결과, 이상이 없었습니다. 12월에 진동대 실험이 남아있지만 당장 재가동에 돌입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박인준 한서대 교수는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의 안전성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의 가동이 3년째 중지된 가운데 박 교수는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하나로 내진보강 전후 건물의 벽체, 기둥 등과 지반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실제 지진과 거의 유사한 상태의 조건을 가정한 가력 실험에서도 구조물의 안전성이 검증되었으며, 누설률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검증단으로 활동하며 부가적인 안전성 입증을 위해 진동대 시험 등을 제안한 박 교수를 만나 학자의 입장에서 본 하나로의 안전성과 재가동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지반·내진설계안전성 등 확인···"검증단, 재가동에 이견 없어"

내진 전문가인 박인준 교수는 시민검증단에서 하나로 원전보강 검증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박 교수는 환경운동연합 추천으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에 합류했다.

박 교수에 의하면 시민검증단 활동은 원자력연 현장 방문 검증 뿐만 아니라 전문위원이 소속된 기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뤄졌다. 검증단 위원들과 원자력연 전문가들은 수시로 만나며 자료 제출과 답변이 반복됐다.

내진 전문가 박인준 한서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내진 전문가 박인준 한서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박 교수는 "원자력연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더이상의 피해를 막아보자는 의지가 눈에 보일 정도로 성실하게 임했다"면서 "사실 은폐나 방해 등은 못 느꼈다. 오히려 자유로운 출입, 성실한 자료 제출, 원자력연 연구진들이 검증단 위원들의 소속 기관으로 찾아와서 설명하고 자료를 제출할 정도로 최대한의 편의가 제공됐다"고 강조했다.

하나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연 측에서 내진 성능 향상의 일환으로 벽체 일부를 하이브리드 트러스라고 불리는 시공 공법으로 보강하는 과정을 거쳤다. 

기존 하나로의 안전성은 원자력연 측이 지진보다 훨씬 센 힘으로 정적하중 실험을 완료해 안전성이 이미 입증됐다. 떨리면서 오는 지진을 모두 합산해서 미는 실험을 통과한 것이다.

박 교수는 검증단에서 활동하며 이와 별개로 추가적인 진동대 실험을 제안했다. 이 실험은 직접 흔들어보면서 지진 후의 현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 실험은 안전성을 확인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외부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을 한번에 해결하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검증단은 연결볼트(Anchor bolt), 보강재 등이 진동이 왔을 때 동하중을 견디고 결합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 내진설계, 누수율 실험 등의 안전성을 현장탐방과 자료 등을 통해 확인했다. 또한, 지반조사보고서 확인 결과 보통암 이상인 경암에 가깝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증단은 12월 초순에 부산대에서 대형 진동대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조건부 재가동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전체회의서 일부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거론한 삼중수소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시민 검증단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무조건 원자력 시설에 대한 반대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결과를 토대로 안전하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면서 "원자력연 역시 원자력시설을 국민들에게 감추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안전성과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안전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3년째 재가동 못해···원안위 결정도 연기

하나로는 원자력연에 있는 순수 국내 기술로 건설된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지난 1995년부터 의료용·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와 중성자를 생산해왔다.

하나로는 내진보강공사 등을 이유로 3년 동안 가동이 멈춰있는 상태다. 지난 2014년 전력계통 이상으로 일시 가동을 멈췄다. 이듬해 3월 원안위가 원자력연에 내진성능 보강을 요구해 내진보강설계와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마쳤다. 이후 재가동을 시도 했지만 시민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원안위는 안전규제 심사와 현장검사 등 원자력안전관련 기술기준 적합성을 평가했고, 별도로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 등 시민검증단이 원자력연에 추가 검증을 요구해 적합성 확인을 추진해 왔다. 

대전광역시는 원자력시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대표, 시민단체, 전문가, 시·구의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을 발족하고 하나로원자로 내진보강공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용후핵연료 등 4개 분과를 운영해 검증작업을 수행해 왔다.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은 지난 9월 열린 전체회의에서 보강공사의 내진보강 공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안위의 하나로 외벽체 '종합누설률시험(ILRT)'에도 이상이 없다는 등 결과를 제출했다. 대전시는 법적으로 하나로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러한 결과를 제출했다.

이에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김용환)는 지난 달 27일 열린 제74회 위원회를 열고 하나로 원자로 건물의 내진보강에 대한 심·검사 결과를 통해 내진보강을 적합하게 마쳤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재가동 여부는 다음 회의로 연기된 상황이다.

한편, 원자력연 측은 암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하지 못하는 등 의료·연구·산업 분야에 피해가 누적되고 있으며, 시민검증단의 안전성 검증도 이상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만큼 하루 속히 하나로가 재가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이번 진동대 실험은 부가적인 안전성 확보 측면이었지만 이를 적극 수행해서 안전성을 재확인했다"면서 "국가 차원의 기초·응용 기술 개발과 국민 의료 복지 차원에서 재가동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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