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국감 종료···"내년엔 정책 국감 돼야"
홀대 받은 '과학현장'···탈원전·북한 핵실험 등 주요 화두로

2017 국회 과기정통분야 국감을 받은 유영민 과기부 장관과 소속 고위 관료들 <사진=김지영 기자>
2017 국회 과기정통분야 국감을 받은 유영민 과기부 장관과 소속 고위 관료들 <사진=김지영 기자>
문 정부에서 처음으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과학기술계 연구현장이 주된 현안이 되기 보다는 탈원전, 북한 핵실험 등 '보여주기식' 정치적 이슈가 화두로 다뤄져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가운데 북핵문제 등으로 국방과 과학을 하나로 보며 연구에 힘이 모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분야 소관 전체기관을 대상으로 한 종합국감을 진행, 올해 국감을 사실상 마무리 했다. 지난 12일 시작된 과방위 국정감사는 일찍이 '가계통신비 인하' 등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되며 현장의 궁금사항은 시작부터 묻혔다.

종합국감은 과기부에 대한 1차 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를 재점하고 놓쳤던 부분을 되짚는 자리였지만, 지금껏 국감에서 참석하지 않았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출석하며 이들에게 관심이 쏠렸다. 

이런 탓에 과기현장에서는 정권 교체 후 처음인 국감 역시 이전과 크게 달라진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거론된 과기계 문제는 오래 전부터 언급된 내용을 재탕하는 경우에 불과했다. 연구현장에서 궁금증을 키웠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석 장기화 치닫는 과기계 인사, 과학기술혁신본부 역할론 등 과기계 향방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대안마련은 부족하기 그지 없었다. 

또 '국감이슈'로 보도된 상당수 과기계 현안은 현장에서 의원들의 입을 통해 질의되기 보다는 자료 배포에 그친 경우도 상당했다. 파행도 되풀이 됐다. 19일 열린 국감에서는 오후 회의가 1시간 이상 연기됐으며, 자유한국당의 국감 보이콧 선언으로 종합국감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1차관 과학기술 분야 보다 2차관 ICT와 정보통신 분야의 통신비 문제, 망중립성, 댓글 등에 너무 국민적 초점이 모아지다 보니 중요한 과기 이슈가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북핵, 탈원전 등 현안이 너무 커 과학계 이슈가 묻힌게 사실이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국감은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개정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정책 국감이 되어야 한다. 올해 역시 의원들의 보여주기식이 강했다. 내년에는 정책 국감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 북핵 이슈로 과학기술과 국방 연계 '한 목소리'
 
하지만 올해 북핵문제로 과학기술과 국방을 같이 바라본 질의들이 등장했다.

6차 북핵 실험 후 그 징후를 알아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신중호·이하 지질연)은 지진자료를 독자적으로 알리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기상청에서 취합 발표했다. 이후 지질연에서 자체적으로 올린 지진해일과 화산 등 측정 자료도 '기상청 일괄 보도 지침' 위반으로 정부 경고를 받았다. 
 
의원들은 이 같은 사실을 거론하며 "통합 발표를 이유로 연구소의 고유 전문성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진에 관해서는 지질연의 고유 전문성을 인정하고, 부처 칸막이를 없애 데이터를 교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조언이다.

핵실험 후폭풍이나 폭탄으로 전개되는 EMP(전자기파 공격)에 대한 대응도 주목됐다. EMP는 강력한 전자기파 발생으로 사정권에 포함된 모든 전자기기를 먹통으로 만든다.

북핵 실험 당시 유영민 과기부 장관은 "주요 모든 통신시설을 보안점검 했다"고 발표했지만, 송의경 의원(자유한국당)이 밝힌 바에 의하면 효과적인 대응과 대책이 거의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과기부에서는 5가지 중점 계획안을 내놨지만, 구축계획은 없다. 송 의원은 최소한 EMP 대비 시범사업 실시를 요청했다.
 
국방 분야 연구개발에 허점도 발견됐다. 북한은 이미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우리보다 나은 로켓 추진체를 앞세워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약 등에 묶여 고체연료 추진체 등 의미 있는 발사체 개발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경진 의원(국민의당)은 "과기부가 소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청와대와 국방부의 결정에 관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환경 이슈···기타공공기관 제외, 예산권 등 지속 목소리
 
북핵과 탈원전, 방송통신 이슈에 가려 연구환경 문제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끊이지 않고 기타공공기관 제외, 예산권 확보 등 연구 현장에서 가장 기다리는 사안들이 다뤄졌다.
 
최근 정부가 내년 예산 R&D 연구비 증가를 약속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공공부문 GDP 대비 비율은 24.7%로, 미국 34%·독일 29.2% 등 선진국에 비해 모자란 실정이다.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공공부분 연구개발의 비중을 대폭 늘려야, 제대로 된 공공적 성과가 나오고 국방과도 연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편성 권한이 있는 기재부가 세운 예산안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과기부도 분발하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의원들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재부의 월권을 넘어서지 못하면 과기부의 철학은 실현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예산권 관련 법안은 현재 기재부의 반대 입장으로 계류 중이다.

반대로, 정부 R&D 인건비와 전체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은 "일년동안 과제는 5만 개가 되지만 별 쓰임 없이 사장되는 실정이고, 실적만 채우는 특허는 오랫동안 지적 받고 있다"며 연구 현장의 자성을 요구했다. 
 
이 밖에 학생연구원의 처우 개선과 비정규직의 재원 대책도 강하게 요구됐다. 최근 발표된 '비정규직 채용 가이드라인'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예산 확보가 안된 상황으로 과기부와 출연연 간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오는 11월 9일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와 과학계협의체, 과방위 의원이 중심이 돼 정규직 가이드라인·성과 연봉제·임금 피크제 등 과기계 난제가 얽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대한 개정안 토론이 열릴 예정이다.

연구현장의 과학기술정책 관계자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출발과 철학, 앞으로의 활동 등에 관한 구제적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과학기술계의 자율성보장을 위한 법 개정 노력, 도전적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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