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 30일 코엑스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개최
노벨상 수상자 5명 초청···16개국 70여 명 연사, 2000여 명 전문가 참여
세계 석학들 '고령화 문제' 과학·사회 측면 탐구

과기한림원은 30일 코엑스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노벨상 수상자 5명을 비롯해 2000여 명의 과학기술 관계자가 참여했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과기한림원은 30일 코엑스서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노벨상 수상자 5명을 비롯해 2000여 명의 과학기술 관계자가 참여했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일부 사람들이 과학을 폄하하는 경우가 있다. 각종 거짓 이론과 정치인들의 모순들로 과학자들이 많은 의심을 받아왔다. 과학적 허구 전파를 막아야 한다. 과학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가치를 문화로 확산시켜야 한다."(세르주 아로슈 박사(Serge Haroche) 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과학이 거짓이라고 비난받는 경우도 있었다. SNS를 통해 허구성 오해들이 퍼지고 있다. 과학의 힘으로 과학폄하를 극복하는 사례를 보여야 한다. 모든 것은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로버트 후버 박사(Robert Huber)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세계 석학들이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은 30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7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Nobel Prize Dialogue Seoul 2017)'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The Age to Come'을 주제로 고령사회를 과학과 사회문화 측면에서 탐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행사는 세르주 아로슈(Serge Haroche·2012년 노벨물리학상), 아다 요나트(Ada Yonath·2009년 노벨화학상), 핀 쉬들란(Finn Kydland, 2004년·노벨경제학상), 리처드 로버츠(Richard Roberts·1993년 노벨생리의학상), 로버트 후버(Robert Huber·1988년 노벨화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 5명과 노화 분야 세계적인 석학들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70여 명이 연사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 과학의 가치를 젊은이에게···지식의 전파 긴요

세르주 아로슈 박사가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과학과 문화의 가치를 지키기'의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세르주 아로슈 박사가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과학과 문화의 가치를 지키기'의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이날 행사에서 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세르주 아로슈가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과학과 문화의 가치를 지키기'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세르주 박사는 글로벌 '과학폄하' 현실을 짚었다. 아프리카 에이즈 감염자를 위해 과학자로부터 만들어진 에이즈 백신이 한동안 허구라고 의심받았다.

또 일부 정치인들이 과학적 거짓 이론을 확산하면서 세계적 지구온난화 참여가 결여되기도 했다.

그는 "과학은 모함의 일부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과학적인 이론이 인터넷에서 거짓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학은 불신의 대상이었다"라며 "물리학과 화학은 인간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학문이라고까지 비난받았다"고 말했다.

세르주 박사는 이런 이유를 '정치인의 과학교육' 부족을 꼽았다. 그는 "정치적 리더가 과학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부분 정치 리더들은 과학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물부족·에너지고갈·핵무기확산 등을 과학자와 정치인이 함께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모든 사람에게 열어놔야 한다. 민주주의를 근거해 중요한 의미를 판단하고 현명한 정치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과거 역사·문명·가치 등을 교육하면서 대안적 사실에 빠져들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그는 젊은이들에게 과학 가치를 꾸준히 전파할 것을 요구했다. 세르주 박사는 "청소년 교육에 방대한 지식이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라며 "과학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가치를 문화로 전달해야 한다. 과학자들도 지식 전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노화 연구' 新 학문 될 것···건강수명·기대수명 같아진다"

'인간의 고령화가 미래사회에서 중요한 이유'의 주제로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박상철 석좌교수 ▲리처드 로버츠 ▲톰 커크우드 ▲줄린 지라트 순서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인간의 고령화가 미래사회에서 중요한 이유'의 주제로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박상철 석좌교수 ▲리처드 로버츠 ▲톰 커크우드 ▲줄린 지라트 순서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노화는 기초적 연구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하나의 학문 분야로 적립될 것이다. 심장질환·뇌질환 등 노화·노후 관련 질병 연구가 확대될 전망이다. 인류의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이 같아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인간의 고령화가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이유'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줄린 지라트(Juleen Zierath) 스웨덴 칼롤린스카 연구소 교수 ▲리처드 로버츠(Richard Roberts) 박사 ▲톰 커크우드(Tom Kirkwood) 뉴캐슬 대학교 교수 ▲박상철 DGIST 석좌교수 등이 무대에 올랐다.

먼저 줄린 교수가 노화는 질병이 아닌 '자연적 생명현상'임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노화를 질병으로만 생각한다면 생존 연장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화는 자연적 생명현상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삶의 질이 하락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에서 식량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식량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품질 영양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전자 식품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이 있다"라며 "과학적 사실에 대한 막연함을 극복하지 못하면 인류 발전의 소중한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톰 교수는 노화 연구의 새로운 학문 탄생을 예고했다. 그는 "노화는 21세기가 밝혀야 할 가장 큰 과제"라며 "노화의 메커니즘은 쉽게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메커니즘의 상호작용까지 이해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 새로운 학문 분야로 적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철 석좌교수도 세계적 노화 연구의 출발을 알렸다. 그는 "인류는 지난 2000년 동안 '영원히 사는 약'을 발견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생명의 본질인 DNA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우리가 DNA를 알았다. 노화 연구의 새로운 출발이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포·줄기세포 등 다양한 기법의 노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동물실험에서도 일부 성공했다"라며 "머지않아 노후 세포를 제거하는 기법 등의 회춘 기술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교수는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만은 의미가 없다. 건강수명이 동시에 연장돼야 한다"라며 "노화 연구 목표는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건강한 삶의 기대수명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철 원장은 공식 프레스 브리핑을 통해 "과학기술이 산업·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사회 속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공장기를 비롯해 유전자치료·세포치료 등 건강한 삶 속에 과학기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발표세션·패널토론 이외에도 분과세션·종합토론 등의 일정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 뒤를 이어 세계과학한림원 대표단이 참여하는 국제정책 포럼 '2017 세계과학한림원서울포럼'이 10월 31일과 11월 1일 양일간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다. 오는 행사는 '건강 100세를 위한 미래과학기술'을 주제로 관련 분야 토론과 최신 연구성과 발표가 마련된다.
 

'노벨상 수상자는 어떻게 탄생하나'의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 왼쪽은 리처드 로버츠, 오른쪽은 줄린 지라트 순서다.<사진=박성민 기자>
'노벨상 수상자는 어떻게 탄생하나'의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 왼쪽은 리처드 로버츠, 오른쪽은 줄린 지라트 순서다.<사진=박성민 기자>
이날 행사에서 '노벨상 수상자는 어떻게 탄생하나'의 주제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에는 리처드 로버츠(Richard Roberts) 박사와 노벨생리의학상 심사위원이자 前 심사위원장이었던 줄린 지라트(Juleen Zierath) 교수가 참석했다.

노벨상 수상 뒷이야기를 Q&A로 담았다.  

Q. 노벨상을 같은 사람이 두 번 받을 수 있나?

A. 줄린 지라트 : 노벨상 수상자는 후보자 추천 권한이 있지만, 자신을 추천할 수 없다.(같은 업적으로 두 번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인물이라도 두 가지 이상의 업적을 이뤘다면 두 번 수상할 수 있다.

Q. 노벨상 수상자들의 특징은?

A. 리처드 로버츠 : 노벨상을 받으려면 운이 좋아야 한다. 노벨상 수상자들 누구도 자신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구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연구 결과에 봉착해야 한다. 당시 실험이 실패라고 생각하겠지만, 왜 실패인지 다시 생각해본다면 새로운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된다.

A. 줄린 지라트 : 노벨상 수상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연구결과가 나왔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더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 수상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 차이다.

Q. 노벨상 수상 국가적 환경은?

A. 리처드 로버츠 : 과학자라면 예상하지 못한 연구 결과가 나와도 지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 보통 펀딩받는 절차를 보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연구를 설명하며 자금을 요청한다. 사실상 원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펀딩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이에 대해 지속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시간이 주어진다.

Q. 노벨상 수상자 선정 절차는?

A. 줄린 지라트: 매년 하나의 절차로 시작한다. 노벨상 수상자를 추천받는다. 매년 300명 정도가 추천된다. 그중 75명이 새로 추천되는 사람들이다. 이후 철저한 방식으로 모든 후보를 평가한다. 우선 조건은 발명 혹은 발견을 해야 한다. 하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든지 패러다임 시프트가 되든지 둘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다. 하나의 발견·발명에 대해서 최대 3명이 수상할 수 있다.

Q. 노벨상 추세는?

A. 줄린 지라트: 노벨상 추세를 읽기는 쉽지 않다. 노벨상은 과거를 보기보다는 미래를 본다. 적어도 생리학 의학 분야에서는 여성 수상자가 많다. 추세라기보다는 현실인 것 같다. 또 북미지역 출신이 수상을 많이 하지만 최근에는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도 수상자가 배출되고 있다.

Q. 한국은 노벨상 언제 받을까?

A. 줄린 지라트: 노벨상은 국적에 상관이 없다. 의학·생리학 분야는 발견, 화학 분야는 발견·개선, 물리학 분야는 발명과 발견 등으로 정해 수상한다. 출생지와 성별 등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해 특정 분야에 대해 미리 선택하지 않는다.

A. 리처드 로버츠 : 한국은 비교적 연구 자체에 대한 역사가 짧다. 젊고 재능있는 과학자를 배출하고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젊은이가 흥미를 느끼도록 무엇이든 지원해야 한다. 상업적 결과물을 내라고 하면 결코 안 될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16개국 70여 명의 연사와 2000명 청중이 참여했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이번 행사에는 16개국 70여 명의 연사와 2000명 청중이 참여했다.<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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