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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핵심 병기', 연구장비 강국 지름길 "협력 문화"

23일 기초지원연 분석과학국제학술대회 참석차 韓찾은 석학과 좌담회가져
"美 과학커뮤니티 역할로 지원 강화···싱 정부 장비개발에 5년간 100억원 지원"
국내외 분석과학전문가들은 연구장비 강국을 위해 연구자의 역할과 산학연관의 협력문화를 강조했다. 왼쪽부터 페니쿡 싱가폴국립대 재료공학과 교수, 라발레스티어 美국립고자기장연구소 센터장, 김성훈 서울대 제약학과 교수.<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내외 분석과학전문가들은 연구장비 강국을 위해 연구자의 역할과 산학연관의 협력문화를 강조했다. 왼쪽부터 페니쿡 싱가폴국립대 재료공학과 교수, 라발레스티어 美국립고자기장연구소 센터장, 김성훈 서울대 제약학과 교수.<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올해 노벨화학상이 극저온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에게 돌아갔는데 우리 연구소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장비를 개발 중이라 관심이 높았었죠. 연구장비 개발은 정부, 연구소, 대학, 산업의 협력이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 응용초전도센터(ASC)의 데이빗 라발레스티어 센터장은 연구장비 개발의 핵심요소로 '협력'을 강조했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생체분자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3차원으로 관찰하는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3명)에게 돌아갔다.

연구성과는 극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움직이는 생체분자를 잠시 얼려서 멈추게 한 후 원자 수준의 3차원 생체구조를 볼수 있는 것으로 생화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수상자들의 연구는 X선부터 시작해 전자현미경, 극저온전자현미경으로 연구장비 이용이 확대된다. 자크 두보쉐, 요아힘 프랑크, 리처드 헨더슨은 극저온전자현미경 고안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 노벨 화학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연구장비는 연구자의 연구성과와 비례하며 기술력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이 고도화 될수록 연구자들의 장비개발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존 장비로는 연구성과의 차별화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선진국 정부와 과학계에서 연구장비 개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산업 응용연구 정책으로 연구장비 개발에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연구장비 개발보다 해외 장비 구입이 장려되기도 했다.
 
연구장비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2015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내 연구장비개발사업단이 처음 발족됐다. 정부 역시 연구장비 개발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 장비 개발 연구자, 장비 기업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연구장비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다. 무엇보다 연구자, 산업, 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기성과, 개별연구에 익숙한 한국의 과학계에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로 넘어서야 할 산이기도 하다. 

지난 23일 '2017년 KBSI 분석과학국제학술대회' 기조강연차 한국을 찾은 데이빗 라발레스티어(David C Larbalestier)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 센터장, 스테판 페니쿡(Stephen J. Pennycook) 싱가폴국립대 재료공학과 교수와 김성훈 서울대 제약학과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갖고 각국의 연구장비 정책과 한국이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연구장비 성능 "연구자, 정부 역할 중요"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에서 주사전자현미경 그룹을 오랜기간 이끌기도 했던 페니쿡 교수는 연구장비 성능 개선에 연구자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장비를 직접개발 해 연구한다면 좋겠지만 실제 어려운게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장비 부분들의 성능을 추가할 수 있는 정도의 기술만으로도 장비 업그레이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니쿡 교수는 산학, 산산 협력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장비기업도 작은 회사들이 많지만 해외(미국)의 큰회사로부터 투자 받아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까지 성공하고 있다"면서 "산학협력 시 한쪽의 이익이 아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연구개발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들었다.

라발레스티어 센터장은 연구장비 연구소와 정부의 역할을 언급했다. 그는 "연구장비는 부가 장치 개발로 성공한 작은 기업들이 많다"면서 "기초지원연처럼 관련 연구소에서 다양한 첨단 장비를 대학교, 연구자에게 제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장비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 장비를 자체개발해 해결하기도 하는데 원자 현미경이 그런 경우"라면서 "기초지원연은 대형연구장비와 시설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해야 연구장비 강국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교수는 연구소, 대학, 기업의 협력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 실험실, 기관에서 모든 시스템을 갖추고 장비를 개발하기는 어렵다"면서 "최고 기술을 보유한 대학, 기업, 연구소가 협업을 할 때 연구장비 개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 연구장비 개발 정책 "과학커뮤니티의 역할 필요"

"연구장비 개발 관련 아이디어가 있고 사업화 계획이 명확하다면 5년간 1000만 달러(한화 100억원 이상)를 지원하는 정책이 있어요."

현미경 분야의 대가인 스테판 페니쿡 교수는 싱가포르의 연구장비 개발 정책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페니쿡 교수에 의하면 싱가포르는 연구장비 개발을 위해 최대 10년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5년 사업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면 5년을 더할 수 있어 최대 10년동안 장비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국립과학재단(NSF)의 이해 속에 지원받고 있다. 라발레스티어 센터장은 "미국립고자기장연구소의 경우 대형연구시설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운영과 예산의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연구소에서도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며 경제성을 확보하고 NSF가 우리의 연구성격을 이해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력파 검출 시설이나 양자물질의 특이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고자기장연구시설 등 필요성을 美한림원에서 나서서 정부를 설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 연구장비의 해외 진출 전략 "가격보다 성능"

연구자들이 연구장비 구입시 가장 우선시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페니쿡 교수는 '성능'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상당수 연구장비 기업은 같은 성능에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전략을 내세운다. 하지만 연구자는 연구를 위한 장비 구입시 '성능'을 가장 우선시 한다는 것. 성능 면에서 큰 차별화가 없다면 연구자들이 굳이 장비 기업을 바꾸지 않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페니쿡 교수는 "장비 성능은 무조건 세계 최고여야 한다. 미국과 싱가포르도 한국처럼 공개입찰 방식이 있는데 성능이 월등히 우수한 장비라면 심사위원을 설득해 장비를 구입하기도 한다"면서 성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페니쿡 교수는 "한국은 지금까지 잘해 왔듯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한다면 연구장비분야에서도 잘 해 낼 것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라발헤스티어 센터장은 한국의 서남 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서남이라는 회사는 규모가 작은 초전도선재 기업인데 선재 공급량에서 이미 세계 2위"라면서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훈 교수는 성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연구자 환경도 작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자들이 성능이 우수한 장비 구입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연구비 규모 등 연구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장비 구입시 고려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은

페니쿡 교수는 싱가포르 과학기술정책을 미국과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큰 산업에 크게 투자한다면 싱가포르는 순수 기초과학과 산업에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 투자로 취업 인구가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투자를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싱가포르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기초과학과 취업인구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라발레스티어 센터장에 의하면 미국립고자기장연구소는 전세계 연구자가 이용하는 시설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연구소라 할 수 있다.

라발레스티어 센터장은 "한국은 과학과 산업이 연계될 수 있도록 산업지역에 고장기장연구소를 구축하는 것으로 아는데 좋은 접근"이라면서 "미국과 한국의 협력도 적극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교수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부나 정권이 바뀌면 연구환경도 달라지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정책에 앞서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지난 23일과 24일 오창센터에서 분석과학분야 세계적인 석학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KBSI 분석과학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좌담회 모습.<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좌담회 모습.<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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