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현 경기대 교수, '선택적 투과 기능' 나노소재 합성 원천기술 개발
소재 자체가 '옴니포빅', 원단부터 필터·방충망 등 응용 무궁무진

"정말 물은 안 통하고 바람만 통한다는 소재인가요?"

"네, 응용성과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물방울이 또르르 망 위로 흐른다. 물 정도는 쉽게 빠져나갈 정도의 구멍이었지만, 물은 유리창에 흐르듯 망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물방울을 손으로 눌러봤다. 옆으로 퍼질 뿐 구멍으로 새진 않았다. 기존 방수포와 분명히 다른 소재.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스마트 쉴더, 원하는 어떤 물질이라도 '흘리고 또는 막아주고'
 
'방수'하면 오랫동안 기능성 섬유 시장을 장악해 온 미국 듀폰사의 '고어텍스'가 있다. 옷에는 물론이고 장비 등에도 쓰인다. 고가에 특유의 독점성 때문에 업계에선 '슈퍼 갑'이다. 유통횡포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어사에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을 정도다.
 
고어텍스의 원리는 간단하다. 물방울의 크기와 수증기의 크기가 서로 다른 점을 착안해 필름막에 중간 사이즈의 구멍을 많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허점이 있다. 공기가 잘 안 통해 오래 입고 있으면 덥고, 자주 빨면 필름이 상해서 조심스럽게 세탁해야 한다. 어쨌거나 원단 업계는 이 기술을 극복할 제품 개발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고어텍스를 능가할 신제품이 나올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스마트 쉴더'가 그 주인공이다.
 
주상현 경기대학교 전자물리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스마트 쉴더는 공기와 가스는 통과시키고 물과 기름은 튕기듯 흘러내리게 하는 소재로 만들었다. '옴니포빅(Omniphobic 발수발유기능을 동시에 띄는 성질)' 처리된 나노소재를 섬유형태로 제작해, 소재 '한 가닥 한 가닥'이 자체 방수·방오 기능을 갖췄다.
 
섬유자체에 방수·방오 기능이 있기 때문에, 최종 제품은 스크래치나 마모, 세탁 등 지속적인 마찰과 자극에도 기능성을 잃지 않고 찢어지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스마트 쉴더의 특수성은 '선택적 투과'라는 높은 응용성을 동반한다. 기존의 방수·투습 원단은 분자크기의 미세한 구멍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내부의 열기를 잘 배출시키지 못하고, 표면이 젖으면 투습능력이 상실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세탁 시 주의 요함'이란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스마트 쉴더는 일반 방충망과 같은 크기의 구멍을 가지고 있어 수증기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되는 열기까지도 쉽게 배출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구멍의 크기는 소재배합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 생활용에서 산업용 필터 상용화에 경쟁력을 갖췄다.
 
판매예상 비용도 기존 제품의 20%에 불과해, 관련업계는 이 기술이 본격 상용화 되는 2018년 방수 ·방오의 신병기로 기대하고 있다.
 

선택적 투과 기능성과 옴니포빅 기능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스마트 쉴더 <그림=주상현 교수 제공>
선택적 투과 기능성과 옴니포빅 기능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스마트 쉴더 <그림=주상현 교수 제공>
원하는 물성 갖는 나노소재 필러를 주 재료와 합성··· 독보적 기능 탄생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표면제어 처리를 연구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벗겨지는 한계를 지닌 표면의 나노소재를 주 재료와 아예 '임베디드 스트럭처'(내부삽입구조)로 합성해 보자. 초기 모델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1년 동안 수많은 실험을 거쳐 최적값을 찾았습니다."

스마트 쉴더를 개발한 주상현 교수는 나노공학 전공으로 나노물성에 밝아 이전부터 다양한 나노응용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번 스마트 쉴더도 이런 연구개발 과정에서 탄생했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나노소재 필러를 주 소재와 최적화 된 비율과 방법으로 혼합하는 것이 이번 연구개발의 핵심이었다. 투과를 기대하는 물질 속성에 따라 합성 조건을 달리하면 다양한 종류의 기체, 액체를 선택적으로 통과 혹은 차단시킬 수 있는 스마트한 필터링이 가능하다. 
 
나노필러는 섬유를 시작으로 콘크리트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특성을 갖는 나노필러를 주 재료에 최적값으로 배합하면 된다. 이것은 후발주자가 모방하기에 어려운 기술이다. 응용 제품과 특허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 쉴더는 용도에 따른 주 재료와 나노소재 배합을 통해 다양한 응용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 배합의 묘가 원천기술이다. <그림=주상현 교수 제공>
스마트 쉴더는 용도에 따른 주 재료와 나노소재 배합을 통해 다양한 응용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 배합의 묘가 원천기술이다. <그림=주상현 교수 제공>
◆ LED조명용 필터부터 글로벌 정유사와 필터 개발까지 '연구성과 실용화' 쾌속 순항
 
2017년 6월 출원한 특허는 이런 공정과 소재에 대한 원천기술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에도 이런 기술은 최초인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응용제품은 '외부 LED조명용 필터'다. 조명 내부의 열기를 배출하면서 비나 먼지는 막아줘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조명필터는 대부분 비싼 로열티를 치르는 고어텍스를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 쉴더로 만든 필터가 상용 보급되면, 저렴하고 더 좋은 성능으로 시장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
 
이번 연구개발 성과는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의 '2017년 연구성과사업화지원사업 기술업그레이드R&D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LED용 필터는 현재 기술이전이 진행중으로, 스마트 쉴딩 관련 기술이전액만 총 14억원 정도 발생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미국의 정유사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바이오디젤사가 각각
주상현 경기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사진=윤병철 기자>
주상현 경기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사진=윤병철 기자>
주 교수 연구팀과 협약을 맺고 필터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2019년까지 후속 연구개발을 통한 다양한 기술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주 교수는 "스마트 쉴딩 기술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대표적인 실용화 기술로, 기초과학의 탄탄한 토대에 공학의 실용성을 더한 융합연구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며, "장영실이 우리들에게 시간을 선물했듯이 세상과 소통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 연구결과가 논문이나 특허 실적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창의적 융합연구를 지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 교수는 30억원 규모의 '나노스케일 표면제어' 연구실을 운영한다. 여기서 이번 기술개발이 탄생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주 교수는 30억원 규모의 '나노스케일 표면제어' 연구실을 운영한다. 여기서 이번 기술개발이 탄생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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