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 시기 일부 엿본 연구소 전시대비 현장
전시 주요 타격지 대덕특구 '어느 연구소도 예외 없어'

"핵 탄도미사일이 완성을 앞뒀다"는 북한의 도발이 '레드 라인'까지 차올랐다. 이번 추석 황금연휴에도 북핵도발이 일어나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어떻게 할까? 

지난 '6차북핵 실험'시기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안보대비철저'란 공문이 하달됐다. 내용은 주요 보직자의 '통신축선상 대기'로, "여차하면 소집할 수도 있으니 24시간 전화 잘 받자"는 내용이다.

지진을 연구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신중호)이나, 방사능을 측정하는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성게용)등은 분주했지만, 다른 출연연들은 '대기'만 했다.

이런 가운데 출연연의 안보교육과 비상대비 훈련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는, 모두의 참여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누구는 불려오고, 누구는 모르고···안보에 '열외' 있나

문제는 열외 인력이다. 출연연이 행하는 을지연습에서 일부 훈련은 비정규직 인원이 참여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침 비상소집훈련은 정규직 인원 대상이다. 각 팀별 '비상대비반'은 정기적 인원파악이 가능한 조직이어야만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따라 T.O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비상체계에 포함시킬 수 없도록 돼있다.

여기서 허점이 발생한다. 프로젝트에 따라서 비정규직 연구인원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곳도 있다. 비정규직도 수년 이상 연구직에 종사할 수 있다. 장비시설을 다루는 기술원은 비정규직이 더 많은 포지션을 차지한다. 비상사태 발생시 최대한 많은 인원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 교육과 훈련도 받아놔야 실전에 강할 수 있다. 제도가 현장에 맞지 않는 예시다. 

또한 정규직도 일정문제로 참석하지 못하거나, 또는 업무를 핑계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구성원도 있다는 것이 안보 교육의 난처함이다. 참석을 못한 구성원에 대해서는 교육했던 자료를 온라인으로 전달해, 자가학습을 유도하는게 현장의 방편이다. 그러나, 안보에 적극적인 일부 출연연은 교육과 훈련 참석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출연연 밖의 안보현장을 견학하는 경우도 신청자에 한해서다. 특별히 지침이나 동기가 없다면 바쁜 일정을 잠시 놔두고 견학에 나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참가 인원을 강제적으로 규제하거나, 평시에 훈련과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고 안보 담당자들은 입을 모았다.
 
조승훈 과학기술통신부 비상안전기획관은 "한번이라도 해보고 들어본 사람이 생존에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훈련을 거듭하는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연구원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연구원들이 국가적으로 보장한 훈련기간 동안만이라도 그 목적성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연연에서 실시하는 비상대비 훈련들 <사진=기계연·표준연 제공>
출연연에서 실시하는 비상대비 훈련들 <사진=기계연·표준연 제공>
위험 가능성 높지만 실전경험 없는 연구현장···책임자의 안보 관심과 의지 절실
 
이런 위기감은 핵폭탄처럼 그 파괴력이 극치에 다다른 '무기의 문제'고, 무기는 결국 '과학기술의 결과물'이다. 현대전은 최신예 무기로 포문을 연다. 이런 무기는 누가 만들고 운용하는가? 과학기술인이다.
 
전쟁이 나면 과학기술인은 '행정안전부 소관 비상대비자원 관리법'에 따라, 전장에 바로 투입되지 않는다. 대신 '병력동원(전시근로)소집 후순위 대상직위'으로 전쟁을 지원한다. 또한, 일부 과학기술인은 전시에 우선보호 대상자로 신변보호를 받는다. 
 
출연연 소속의 과기인들도 각 소속원에서 매년 을지연습과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 등을 통해 가상 대응절차훈련을 실시한다. 원내에 소화전을 실제 발사해 볼 수 있는 별도의 시설 있기도 하고, '시민안전센터' 등에서 단체로 훈련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훈련이 중요한 이유로 S 출연연 안전책임은 "소화기로 쉽게 불을 끌 수 있을 것 같아도, 실제 해보면 소화기 열개는 동원해야 겨우 끌 수 있는 게 실전이다. 창문 옆에 붙어있는 완강기도 평소 훈련경험이 없으면, 재난 시 완강기를 놔두고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난대응과 달리 '안보'는 체험훈련이 어렵다. 그래서 보통 교육과 견학으로 진행된다. 출연연마다 횟수의 차이는 있는데, 대게 을지훈련 기간내 이뤄진다. 4시간 정도를 할애해 동영상 시청이나 탈북자나 현역 군인 등을 초청한다. 또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 '천안함'이나 '계룡대' 같은 안보현장을 방문한다.
 
요즘 북핵이슈는 강연의 좋은 소재가 된다. K 출연연 안보팀장은 "지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이슈로 탄도진행과정과 위험성을 영상자료로 교육시간을 가졌더니 경각심 형성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실제체험 제반을 위해 'VR'로 체험표준안을 만들어 각 연구소에 전파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10월 말 과제가 완성돼 공개할 '위험성 분석 표준안' 세부과제로 '안보재난대응 표준모델'을 배포하면, 해당 기관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결국 이런 콘텐츠와 인프라도 활용하는 '기관장의 의지'라고 안보 담당관들은 강조했다. 기계연의 원내 소화 체험장은 당시 임용택 원장의 아이디어로 마련됐다. 표준연의 소방센터체험도 2014년 강대임 원장 재임시절부터 시작돼 신규직원들은 필수로 이수하고 있다. 
 
안보담당관들은 기관장과 책임급에 대한 안보와 재난 교육을 더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83년 '북한 미그기 귀순 사건' 이후로 전국 경보발령을 경험한 지 30년이 넘게 흘렀다. 당시 현장에 있던 연구원들은 이미 은퇴 세대다. 지금 연구현장에 있는 세대는 실전 경험이 없다.
 
F 출연연 안전보안팀장은 "연구소들 특성에 따라 안보의식과 대응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덕연구단지는 다 같은 안보 위협 사정권이다. 의식과 대응에는 어느 연구기관이든 민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군본부와 맞닿아 있는 대덕연구단지는 연구개발의 집적지로 북한이 노릴만한 타격 타킷이다. 예전에는 그 특수성으로 고층건물도 못 올렸고, 지금도 '드론' 하나 맘대로 띄우지 못한다. 대전시는 '국방산업의 허브'로 나섰다. 환경이 이러니 '북한' 소리만 들려도 전방에 있는 군인 못지않게 항상 긴장할 곳이 대덕단지다.
 
조승훈 과기부 기획관은 "평시 아무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안보재난대비의 근본이다. 이것을 표가 안 난다고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방심하다가 실전에서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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