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중소기업융합중앙회 대전세종충남연합회 조찬 강연
'기업가는 사람에 집중해야'···기업의 본질 강조

"기업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요? 아닙니다. 사람을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곳입니다. 사람이 오래 머무르면, 돈은 어느새 먼지처럼 뒤에 쌓여 있습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기업가들에게 던진 화두. 企業(기업)=人(인)+止(머무를지)+業(업)
 
말 그대로다. 어디에도 '이윤'이란 단어는 안 보인다. 이른 아침부터 조찬모임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입에서는 작은 탄성이 나왔다.
 
이업종 기업들의 교류모임인 '중소기업융합중앙회 대전세종충남연합회'는 6일 오전 7시 대전 유성 아드리아호텔' 에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을 초청, 9월 포럼을 가졌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자신의 지혜를 나누는 조찬 강연이 '순수하게 즐기는 몰입의 시간' 이라고 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자신의 지혜를 나누는 조찬 강연이 '순수하게 즐기는 몰입의 시간' 이라고 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한국콜마(회장 윤동한)는 화장품과 의학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업계의 큰 형님이다. 국내외 500여 브랜드 화장품과 의약품, 의약외품 등이 한국콜마에서 생산된다. 6일 기준 한국콜마 그룹의 3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2조원이 넘는다. 윤 회장은 대웅제약 부사장을 지내고 1990년에 충청남도 연기군(현 세종시)에서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그는 세종시에 있는 본사의 머릿돌 '우보천리(牛步千里)'를 스크린에 띄우며 요즘 시국을 염려하는 청중들의 마음부터 달랬다.
 
"사장님들 요즘 불안하시죠? 큰 위기일수록, 대세를 따르면서 천천히 순리대로 풀어 가십시오. '우생마사(牛生馬死)'라고 큰 물이 닥치면 헤엄 잘치던 말은 죽고, 헤엄 못하던 소는 삽니다."
 
윤 회장은 "오랫동안 '사람'이 무엇인가에 집중했다"며 기업을 경영하면서 깨달은 기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사람은 줄여서 '삶'이다. '人間(인간)'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좋은 삶이란 인간이 함께 더 잘 살 수 있음을 말한다. 삶이란 현재와 미래 사이를 연결하는 관계의 일들로, 이를 풀어가는 힘은 '꿈'이다. 이 꿈과 현실의 간격을 좁히려면 순수한 마음의 시간인 '몰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 윤 회장의 지론이다.
 
"배우면 지식이 생깁니다. 지식을 익히면 지혜가 됩니다. 지혜를 쌓으면 기술이 됩니다. 기술을 오래 닦으면 도가 틉니다. CEO 여러분은 자신의 분야에서 도사입니다."
 

중소기업융합중앙회원들은 '학습하는 CEO가 기업의 미래'라고 여긴다. <사진=윤병철 기자>
중소기업융합중앙회원들은 '학습하는 CEO가 기업의 미래'라고 여긴다. <사진=윤병철 기자>
콜마의 성공작 중엔 '베이비 파우더'가 있다. 창업 3년 후 일반적인 베이비 파우더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성분은 미네랄, 쉽게 말해 돌가루였다. 소비자의 호흡기 건강을 염려하던 그가 만든 것이 가루가 무거워 날리지 않는 '고체형 베이비 파우더(Pressed Powder)'다. 그것을 들고 미국 '존슨앤존슨'에 갔더니, 독점으로 백만개를 공급하게 됐다. 이 제품은 스테디셀러다.
 
요즘 흔한 'BB크림'도 콜마의 대표작이다. 원래 독일에서 햇빛차단용으로 쓰던 의약품을 바르기 쉬운 화장품으로 진화시켰다. 이처럼 기존에 있던 '하찮은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 이것이 기업의 힘이고 이 힘은 몰입의 결과라고 윤 회장은 강조했다.
 
"여러분은 왜 이른 아침에 이곳까지 달려와 제 이야길 듣습니까? 분명히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죠. 직원의 자식이 출근한 부모를 두고 '돈 벌러 갔다' 가 아니라 '어디 회사에 일하러 갔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기업, 지금 하고 있습니까?"
 
윤 회장은 '사람들이 꿈을 간절하게 원하기에 몰입할 수 있는 곳'을 제대로 된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기업은 저절로 돈도 벌고 변화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에 독서를 매우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1년에 책을 67권이나 읽은 독서왕이 탄생했다고 자랑했다.

많은 중소기업들의 고민인 인재 영입에 대해서 윤 회장의 답은 정공법이다. '누군가 우리 기업에 들어오면, 인재라고 여기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창업 당시 신생 기업에 들어오겠다는 지원자들은 대부분 연기군 지역 출신이거나 지방대생이었다. 연구 인력은 학교 아닌 '전공 학점'을 보고 뽑았다.

윤 회장은 그렇게 뽑은 직원들이 꿈을 갖고 자발적 몰입을 할 수 있도록 사람에 집중했다. 인사분야는 본인이 직접 챙겼다. 퇴사를 원하는 직원과는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대부분 상사 때문에 퇴직했다. 팀을 이끄는 리더에게 질책 대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같은 책을 주며 본인이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하도록 믿어줬다. 그리고, 사람의 장점을 보도록 스스로도 노력했다. 나름의 '구르는 재주'들이 다 있었다. 그 장점을 파악해 거기에 맞는 일을 줬다. 직원들은 몰두했다. 

그렇게 지낸 초창기 직원 대부분이 20년을 일했고, 그들이 지금의 한국콜마를 키웠다고 윤 회장은 자부했다.
 
"직원들의 장점을 찾으십시오. 모든 사람에겐 고유의 능력이 있어요. 그 능력을 알아주고 칭찬해서, 직원이 자발적으로 일에 몰입하게 하는 것. 이것이 CEO 본연의 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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