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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글로벌 무한분쟁시대 '예측가능성' 대두

특허계, FTO(Freedom-to-operate:IP실사·특허침해분석) 검토건 크게 늘어
특허시장 니즈에 빅데이터·알고리즘 동원...요즘 스타트업도 IP준비 필수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그 어느때 보다 지식재산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지식재산권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지식재산 창출과 수요가 풍부한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대전입니다. 대전은 'IP 허브시티' 조성을 꿈꾸며, 글로벌 ICT 지식재산 영역을 선도하기 위해 한걸음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전테크노파크와 대덕넷은 앞으로 지식재산권 전문가 인터뷰와 다양한 사례취재를 통해 국내 지식재산 서비스 산업 현황을 진단하고 대전 지식재산 서비스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세계시장 출항에는 '특허 함단'이 필요하다. <사진=대덕넷DB>세계시장 출항에는 '특허 함단'이 필요하다. <사진=대덕넷DB>

특허는 배타적인 권리다. 14세기, 우리가 고려시대 때 서양에서는 이미 특허권이 시행됐다. 이로부터 60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가 누리는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는 특허가 있다.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자신의 특허를 지킬 의지와 자신을 가지고 전선에 뛰어든다는 말과 다름없다. 특허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 간 연도별 특허 분쟁 심판건수는 년 1~2만건일 정도로 흔한 일이다.

그 중에 종종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은 세상의 이목을 끄는 특허 분쟁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무용담은 아주 드문 경우'라고 박창희 특허법인 플러스 대표변리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박 변리사는 "대개의 특허분쟁은 깔끔한 승패로 떨어지지 않으며, 수년의 지난한 싸움을 견뎌야 하는 전쟁"이라고 실상을 밝혔다.

특허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는 없다

기술 하나만 믿고 시장에 뛰어든 용감한 창업가는 특허 분쟁이라는 뜻밖의 늪에 빠져 제대로 사업도 못해보고 사장되기 십상이다. 또한 분쟁의 관계는 대개 서로 동종 사업을 영위하는 갑을관계거나 협력사인 경우도 상당하다. 그래서 지난한 분쟁 중에 극적인 합의를 하거나, 분쟁 뒤에도 애매한 동반자 역할을 지속하기도 한다.

유명한 소송전 '애플 대 삼성'이 그런 예다. 천문학적인 배상금과 함께 스마트폰이라는 세계의 필수재를 걸고 수 년간 치열한 재판을 펼쳤다. 총칼만 안 들었지, 기업은 물론 국가적 출혈을 우려할 전쟁 수준이었다. 재판은 삼성이 졌지만, 모순되게도 애플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삼성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특허 분쟁을 자주 다투는 관계였다. 그러나 박 대표는 "비록 작은 기업이라도 중요 기술에 대한 특허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권리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면 대기업에의 대응에도 결코 밀리지는 않는 것이 최근의 변화이다."고 말한다. 요즘은 대기업도 합당한 거래액으로 기술을 인수하거나 기업합병을 진행한다. 여기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무리한 분쟁을 일으킬 경우 사회적인 지탄을 받아 이미지에 금이 갈 수도 있다.

특허분쟁은 그래도 상대가 눈에 보이는 싸움이다. 상대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미리 싸움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의 수요와 공급이 복잡다단해지면서 재화와 서비스의 경계가 점차 세밀화 된다. 본인 발명이 새로운 것이라 여겨도, 지구 반대편에서 그와 유사한 발명이 있기 마련이다. 현대의 글로벌 경영에선 흔한 사례다. 그래서 특허를 내기 전 비슷한 유형이 없는지 사전조사와 검토, 즉 선행기술조사를 시행하는 것은 상식이 되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애플과 삼성의 특허분쟁은 삼성이 특허로 중무장한 제품을 만들고도, 미처 애플의 선행 특허를 놓친 사례였다.

이렇게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난 뒤에 분쟁보다 예방이 더 중요함을 기업들이 알게 됐다"고 박 변리사는 설명했다.

특허 분쟁의 예방 검토 FTO가 대세

선행기술조사에서 더 나아가 내가 앞으로 사업을 전개할 때 특허권을 침해해 분쟁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특허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을 'FTO(Freedom To Operate: 자유실시 여부 또는 특허침해분석)'라고 한다. 선진국에선 이미 일반화된 사업화 과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그 실효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알만한 A기업에서 외국 기업과 합작 법인기업을 만들 때다. 외국기업은 기술실사를 와서 4일 중 3일을 미리 준비된 FTO 검토보고서를 확인하고 질문과 답변 확인으로 소모했다. 그 후로도 이 FTO 이슈로만 1년을 타진했다. 당시 대기업 연구원들도 FTO 검토가 이정도로 중요한지를 체감했다고 한다. 외국 기업의 실사단에게는 기술의 독창성은 이미 전제되어 있다고 보고, 결국 권리침해가 이슈의 시작과 끝이었다. 부품 하나라도 다른 회사의 특허침해로 걸리게 되면 제품 자체를 못 팔게 된다. 그걸 지독하게 겪고 난 후 A기업은 연구과제들에 대하여 FTO를 검토하는 것이 필수 과정이 됐다.

다른 사례. 신약 개발 건은 공공지원에서도 큰 규모에 속한다. 지원 단계마다 검토도 까다롭다. 의사와 약사, 교수와 변리사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단계마다 지원 타당성을 검토한다. 이들 중 변리사가 의사나 학자보다 원리와 기술을 더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수 천억원 사업의 중지와 대책마련을 건의할 수 있다. 그때는 FTO에 문제가 있을 때다. 사업단들이 대부분 준비를 잘 하지만, 막상 기술의 실시 또는 제품 완성단계에 가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주요 특허로 업을 유지하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나 외국기업과 사업을 벌이자면 FTO만큼 든든한 무기가 없다. 특허 하나만 있으면 침해를 피할 수 있다는 착각은 사업 경험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특허를 사업화 하거나 기술이전을 해본 노련한 기업은 여러 관점에서 확보한 특허들로 구성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은 물론이고, FTO를 의무사항으로 여긴다. 세계시장은 특허 함단을 거느리고 출항해야 안전하다.

스타트업도 시작부터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요즘은 스타트업을 키우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안에 FTO 확보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최근 대전의 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도 세계시장에 나설 만한 뛰어난 특허를 1년 동안 꼼꼼하게 다듬어 FTO를 확보했다. 우수 기술 특허로 선정돼 대전테크노파크의 공공지원도 받았다. 어서 시장에 나가고 싶은 창업주들에겐 지난한 과정이었겠지만, FTO를 확보한 이상 어떠한 시비에서도 자유롭고 글로벌 대기업과도 당당하게 사업을 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셈이다.

박 대표는 FTO를 마련할 여건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특허청 산하기관인 특허전략원과 지식재산보호원, 대전지식재산진흥원 등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FTO의 준비를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좋은 기술이 있다면, 그걸 알아보는 투자자가 있고 그 투자를 매개해주는 제도도 완비돼 있다. 기술 창업이라면 내 기술을 정확하게 어떤 기술인지 다듬고 준비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전은 IP문화가 앞서 있다"고 창업가들에게 조언했다.

FTO는 사업할 기반 기술의 정확한 정의부터 시작한다. 다음, 정의된 기반 기술들과 다양한 기법으로 다른 특허와 비교한다. 국가별 조사도 들어가고, 논문도 검색한다. 문제되는 특허보다 논문이 앞서 있으면 非침해 증거로 삼을 수 있다. 4천개 사례를 검토한 경우도 있고, 기술을 이전하고도 특허 침해를 2년간 검토한 경우도 있다. 외국 특허의 권리범위 해석 등 판단이 애매하면 해당 국가 변리사를 통해 검토한다.

이처럼 FTO가 일반화 되면서 세계시장 진출 전략도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특히 중국에 진출할 기업이라면 특정분야는 우리보다 더 앞선 경우가 많아 선행 특허 조사 범위가 상당하다. 이에 더해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특허도 검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국의 사례를 전수 조사하는 빅데이터와 분석 알고리즘이 특허계에도 동원되고 있다.

FTO 분석 등 지식재산 정보 검색가공분석 시스템용 단독 서버를 갖추는 것이 '요즘 특허법인의 풍경'이라는 박창희 특허법인 플러스 대표변리사. <사진=윤병철 기자>FTO 분석 등 지식재산 정보 검색가공분석 시스템용 단독 서버를 갖추는 것이 '요즘 특허법인의 풍경'이라는 박창희 특허법인 플러스 대표변리사. <사진=윤병철 기자>

특허 분쟁과 예방을 사례를 들며 FTO 경향을 설명한 박 변리사는 그래도 기업이 창업의 근본을 잊지 말길 당부했다. "본질은 보유기술이지, 분쟁회피가 아니다. 관련 특허가 벌써 있다고 연구개발을 포기하면 안 된다. 단계별로 특정 이슈에 대해 확인하면서 구체적인 연구개발과 FTO를 만들어 나가면 극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회피 방법이 없다면 협상 등 다른 방식이 등장한다. FTO는 어디까지나 예방"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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