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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국방 따로따로···안보 위기 '뿌리'

[긴급 좌담上]국방과학 전문가 머리 맞대 '국가안보 인식' 논의
민군 R&D 협력 '걸림돌' 조명···"국가 30년 미래戰 대비해야"
진행=길애경 기자, 정리=박성민 기자 sungmin8497@hellodd.com 입력 : 2017.09.05|수정 : 2017.09.07
북핵 문제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주변국들의 긴장감도 커지는 가운데 국내 과학기술계도 국가안보 인식 제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과학계에 국가안보가 결여된 본질적 문제를 진단하고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 초청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긴급 좌담上·下 편으로 나눠 ▲현장 문제진단 ▲전문가 대응 방안 등의 순서로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편집자의 편지]

대덕넷은 5일 오전 10시 30분 본사 회의실에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 ▲최영명 前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홍성범 STEPI 국방과학기술정책단 박사 ▲조영득 KAIST 총학생회장 등이다.<사진=윤병철 기자>대덕넷은 5일 오전 10시 30분 본사 회의실에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 ▲최영명 前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홍성범 STEPI 국방과학기술정책단 박사 ▲조영득 KAIST 총학생회장 등이다.<사진=윤병철 기자>

"일본은 2000~3000톤급 심해무인잠수정 개발에 착수했다. 소형원자로기술과 심해기술을 접목해 적어도 1년 내에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우리는 세계 최고 소형원자로기술이 있지만 선박에 적용하려는 시도조차 안한다. 민군 R&D 협력 부재의 대표적인 사례다."

"6.25 전쟁이 일어난지 60년이 훌쩍 지났다. 남북은 아직 휴전 상황임에도 국민 모두에게 위기의식이 없다. 과학기술계에도 안보불감증이 만연하다. 휴전이라는 키워드를 잊은지 오래다."

"지난 2006년 오스트리아 과학기술회의에서 북한의 1차 핵실험 소식을 접했다. 당시 세계 사람들이 남북문제를 언급하며 한국 사람 보다 위기의식을 크게 느꼈다. 반면 우리는 5차 핵실험까지 커다란 위기의식이 없었다. 그나마 6차 핵실험 이후 위기의식을 조금 갖는 듯하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국방과학 전문가들이 진단한 과학기술계 현안이다. 만연하게 퍼져있는 안보불감증이 적신호 수준을 넘어섰다고 경고하며 국가안보 인식을 제고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현장 문제를 진단했다.
 
대덕넷은 5일 오전 10시 30분 본사 회의실에서 '북한 핵실험 이후 과학기술계 국가안보 인식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다. 토론에는 ▲김용환 KIST 안보기술개발단 단장 ▲조영득 KAIST 총학생회장 ▲최영명 前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 ▲홍성범 STEPI 동북아사업단 단장(순서 가나다순) 등이 참여했다.

긴급 좌담회 참가자들은 과학기술계의 국가안보 인식 제고를 위해 현장 문제진단과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사진=윤병철 기자>긴급 좌담회 참가자들은 과학기술계의 국가안보 인식 제고를 위해 현장 문제진단과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사진=윤병철 기자>

1. "국방부·합참·방사청에 과학자 단 한 명도 없다"

이날 참여자들은 국내 과학기술계가 낮은 국가안보 인식을 보이는 이유로 '민군 R&D 협력 부재'를 꼽았다. 특히 국방부를 비롯해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등에 과학기술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거 ADD(국방과학연구소) 출신 과학자가 국방부 장관 보좌관을 맡았던 선례 이외에는 국방에 과학자가 참여한 사례는 전무하다. 특히 방사청에서 미래기술을 기획하는 기술기획과에도 과학자는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첨단 무선통신 기술의 발전에도 군대에서는 10년 넘은 구닥다리 무선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학기술계가 국방의 영역을 군대와 ADD로 한정 짓는 인식이 팽배해 민군 R&D 협력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용환 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국방 전문조직에 과학기술인이 없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며 "과학기술계와 국방이 남남으로 떨어지게 된 상황을 관행적으로 지켜만 봐 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홍성범 단장은 "ADD의 경우 R&D를 하면 실용화 단계까지 나와야 한다. 하지만 출연연은 실용화 전 단계까지 나오는 형태"라며 "국방 R&D와 민간 R&D 속성은 완전히 다르다. 민군 협력이 어려웠던 이유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ADD는 여러 본부로 나뉘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체계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라며 "개념을 설계하고 디자인, 제작, 시험평가까지 담당한다. 미래 기술을 고민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2. "국방 R&D 과제 오버헤드 5%···참여할 이유 없다"

출연연 연구자들이 국방 R&D에 쉽게 참여할 수 없는 이유로 '오버헤드'(간접연구비)가 지적됐다. 출연연 R&D 과제 오버헤드는 15~40% 수준이지만 국방부 과제는 5% 수준이다. 출연연 과학자들이 굳이 국방 R&D를 따내려는 노력이 없는 이유다.

국가 R&D 예산 부분도 언급됐다. 국내 총 20조원 R&D 예산 가운데 '민간 R&D' 예산은 17조원이며, '국방 R&D' 예산은 3조원이다. 특히 국방 R&D 예산 중 83%가 체계기술 개발 비용이다. 핵심부품 R&D에는 4000억원이 배정되며, 이 중 신무기 개발 예산은 500억원 남짓이다. 핵심·원천·응용 기술을 담당하는 출연연 연구자가 '국방 R&D'에 참여할 틈이 비좁다는 해석이다.

김용환 단장은 "과학기술 예산 20조원 중 민군 협력 예산은 1000억원 미만이다"라며 "첨단과학군으로 거듭날 수 있는 레이저건, 무인고속정, 무인전투기, 핵잠수함 등에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홍성범 단장은 정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국방기술력 강화를 위한 국가과학기술자원 총동원체제 구축'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7년이 지난 이후 맥락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민군 협력 R&D 시스템은 그대로다"고 언급했다.

또 최영명 前 소장은 "출연연은 국방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 이후 '국가안보'와 '삶의 질 향상'을 중점으로 둘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라며 "과학기술인이 국가안보 인식 제고를 할 수 있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 "실패 용인 없다···눈치만 보는 국방 R&D"

좌담회에서 민군이 협동한 융합클러스터 사례가 공유됐다. 2년 동안 70여명의 민군 전문가들이 참가한 융합클러스터에서 국방 관계자들은 'R&D 아이디어'가 없었다.

민군 양쪽에서 아이디어가 샘 솟아야 하는 상황에서 국방 관계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상황. 실패에 용인 없는 '감사원 감사'에 걸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과학기술 R&D를 하지 않고 실무만으로 진급이 가능한 상황에서 굳이 R&D에 실패해 구설수에 오를 이유가 없기 때문.

김 단장은 "실패가 용인되는 기획을 하는 곳이 고등기술원이다"라며 "국방부 산하 독립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은 국방 R&D 기술 체화 부족을 지적했다. 그동안 국방 자체 R&D에 높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해외 국방 기술을 사들이면서 자체 기술축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홍 단장은 "일본은 해외무기 구입보다 자체개발 국방 R&D 비용이 3~4배 더 들어도 연구를 강행했다"라며 "반면 한국은 기술 자체가 체화될 여지도 없었다. 핵심 기술은 못 사 오고 껍데기만 사 온 격이다. 오랜 기간 기초적인 마인드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영득 총학생회장은 "북한 핵실험 이후 학생들이 느끼는 위기의식도 적은 것 같다"라며 "탈핵을 비롯해 박기영 교수 사태 등에서는 많은 말이 나왔지만 정작 국가적 위기에서는 언급을 안 하고 있다. 안보불감증을 떨쳐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북한이 핵을 쏜다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우리는 핵을 머리에 이고 핵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라며 "후손에게 굴욕적인 삶을 물려줄 것인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책임이다. 첨단과학기술 개발로 안보를 튼튼히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식"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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