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엠, 샤워 가능한 깁스 '오픈캐스트' 출시···"순수 국내기술로 개발"
박종칠 대표 "8년 넘게 연구···깁스 혁신적 변화 유도할 것"

#. 70대 여성 A씨는 길을 걷다 다리를 접질리며 발등에 골절을 당했다. 반깁스 상태로 입원치료 중 이던 A씨는 일주일 만에 피부에 수포가 생겨 적잖은 고생을 했다. 부기가 빠지면 깁스를 할 예정이지만 답답함과 가려움이 예상돼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 30대 남성 B씨 역시 운동 중에 골절 부상을 당해 4주 이상 깁스를 하게 됐다. 골절 부위를 원통형으로 빈틈 없이 둘러 싸 통풍이 잘 되지 않아 피부에 땀이 차고 가렵지만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 시원하게 씻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깁스에 물이 들어갈 까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골절상 치료에 빠질 수 없는 '깁스'. 더 이상 깁스의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피부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샤워도 가능한 새로운 깁스가 시장에 나왔다.  

국내 벤처기업 오픈엠(openM·대표이사 박종칠)이 8년 넘게 공을 들여 연구 개발한 '오픈캐스트(OPENCAST·개방형깁스)'가 바로 그것. 그물 구조의 오픈캐스트는 그동안 깁스 환자가 겪어야했던 불편을 말끔히 해소하기에 충분한 제품이다.  

환자가 오픈캐스트를 착용한 모습. <사진=오픈엠 제공>
환자가 오픈캐스트를 착용한 모습. <사진=오픈엠 제공>
신소재가 사용된 오픈캐스트는 80~90도로 가열하면 부드러운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다. 부드러워진 캐스트를 환부에 착용한 채 10분 정도 식히면 환자에게 맞는 깁스가 완성된다. 

피부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목욕도 가능하다. 필요시에는 탈부착을 할 수 있다.  

오픈캐스트는 뼈대 역할을 하는 심(Core)을 성질이 다른 외피(Skin)로 감쌌다. 녹는점이 서로 다른 물질을 각각 뼈대와 표면에 활용해 형상을 유지도 변형도 할 수 있도록 한 것. 여기에 피부와 닿는 면은 패드(pad)를 붙여 피부에 영향이 없도록 했다.  

특히 마름모 모양의 형태는 외부 압력에 따라 세로로 서기도 하고 가로로 눕기도 해 환부가 들뜨지 않고 밀착이 가능하도록 했다.  

박종칠 대표는 "제품 속엔 녹는점이 낮고 딱딱한 물질을 넣고, 겉은 녹는점이 높고 말랑말랑한 수지로 둘러쌌다. 고온에서 환부에 따라 모양을 잡고 상온에서 열이 식으면 그 모양대로 굳어지는 원리"라며 "단순해 보이지만 어려운 기술이 상당히 들어갔다"고 말했다.  

◆ 그물형 구조···새로운 깁스 패러다임 제시 

"다리 골절로 깁스를 한 적이 있어요. 샤워도 못하고 답답하기 그지없었죠. 불편함을 없애 줄 깁스는 없는 걸까 생각하다 깁스를 유심히 살피게 됐어요. 왠지 해결책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2~3년 정도면 새 깁스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8년 넘게 연구를 하고 있네요."

박 대표는 깁스 치료 후 170년을 굳건히 지켜온 깁스 역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재 연구가였던 그에게 깁스의 불편함이 오히려 새로운 깁스를 만들 수 있다는 자극이 된 것. 그는 2~3년 내에 깁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예상외로 적당한 소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픈캐스트는 모양은 원통인데 신으면 어디든 다 맞는 망사스타킹과 원리가 같아요. 망사스타킹을 자세히 관찰하려 많이 샀는데요. 연구비로 망사스타킹을 사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사비로 많이 샀네요.(웃음) 고기 잡을 때 쓰는 그물도 수천만원 어치는 사서 살펴봤죠." 

깁스 연구를 하며 박 대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기술권리'였다. 소재, 구조, 원리 등 오픈캐스트에 들어간 기술이 모두 신개념에 해당하는 국내 순수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술 보호를 위해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해 8개국에 25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했으며 그 중 12건은 등록된 상태다. 

"그동안의 깁스 기술을 살펴보면 반복적으로 감고, 자르고 붙이고, 굽거나 깎는 방법에 불과했습니다. 세월은 변했지만 기술에 변화는 없었던 거죠. 새로운 기술이라 소개된 깁스도 개선안에 불과해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오픈캐스트는 기존 깁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깁스입니다."

박 대표는 오픈캐스트의 원천기술과 기술권리를 활용해 향후 다양한 제품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금은 6종의 사이즈로 팔과 다리를 중심으로 장착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인체는 물론 스포츠, 일상생활 용품까지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고는 습하면 무겁고 눅눅해지며 부딪치면 깨치기도 쉽습니다. 목 깁스의 경우는 기성품에 불과해 환자가 불편함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오픈캐스트는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기에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됩니다. 숨어있는 환자의 니즈를 찾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미처 몰랐던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소재→'오픈엠' 개명···"제품 가치로 승부 할 터"

오픈엠은 올해 초 큰 변화를 맞았다. 8년 가까이 사용해 왔던 '우리소재' 기업명을 '오픈엠(openM)'으로 바꾸고, 사업장도 확대 이전했다. 사업을 나선지 10년 가까이 지났지만,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다름 없다. 박 대표는 오픈캐스트를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알리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말한다. 

박 대표 스스로도 개발팀장에서 사업부장으로 역할도 달리했다. "지난해까지는 기술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될 만큼 기술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8년이 넘은 기업이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같습니다."

현재 외과전문병원과 종합병원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홍보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미리 알고 오픈캐스트를 찾는 경우도 상당하다.  

최근에 대학병원 2곳에서 임상시험 중간 결과도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박문석·이경민 교수팀이 성인을 대상으로, 계명대 동산의료원 소아정형외가 이시욱 교수팀이 소아를 대상으로 진행, 고정력이 충분하고 불편함이나 부작용이 줄어 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두 병원 연구팀은 "그동안 사용한 깁스 방식이 골절 치료에 큰 발전을 가져온 것은 맞지만 통기성, 편리함, 환자의 심리적 만족도, 절단톱의 위험성 등 개선할 사항이 많았다"며 "오픈캐스트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 기존 깁스가 담당했던 영역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국내·외 의료 관련 전시회는 물론 국제의료기기 및 병원설비 전시회, 유럽정형외과학회 등 세계 시장에서 제품을 알리고 있다. 

넘어야 산이 많지만 이제 시작이다. 국내 깁스 시장규모는 1000억원 미만, 도매가 기준으로 200억 수준에 불과하다. 이도 중국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로 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이에 박 대표는 OECD 국가로 시장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OECD 국가 깁스 시장의 시장 도매가 기준은 약 6000억원 규모로 이 중에서 최소 30%의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자 한다.  

오픈캐스트는 소재의 특성상 가격대가 15만~20만원 수준으로 일반 깁스와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박 대표는 이 또한 걸림돌이 아닌 신시장을 여는 기회라 말한다.   

"오픈캐스트는 신소재를 사용하고 공정과정 등을 거치면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오픈캐스트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하고 구입할 의사가 있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가격이 절대적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치가 있다면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 박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지켜온 경영철학 'First', 'Only', 'Best'를 강조했다. 오픈캐스트를 개발하며 지켜온 중요한 요소들로 앞으로 나아갈 기업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세상에 하나뿐인 소재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나가고자 합니다. 오픈캐스트는 대량생산의 장점과 맞춤의 필요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술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대량맞춤(Mass-customization)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린 만큼 오픈캐스트의 가치를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알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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