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공학과 큐브위성 '링크' 발사 100일 기념···"성과 나눔을 문화로"
방효충 교수 연구팀···동료 연구자 30여명 초청 '조촐한 파티' 열어
참석자들 '우주탐사 단초 제공' 평가···연구팀 "新 우주문화 만들겠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큐브위성 '링크' 발사 100일을 기념해 지난 29일 교내에서 조촐한 기념 파티를 열었다. 행사에는 관련 산업체와 학과 교수, 학생들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이 '100일 떡'을 손에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큐브위성 '링크' 발사 100일을 기념해 지난 29일 교내에서 조촐한 기념 파티를 열었다. 행사에는 관련 산업체와 학과 교수, 학생들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이 '100일 떡'을 손에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100일을 축하합니다."
"벌써 100일이 됐네요."

곳곳에서 축하 인사가 연신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도 싱글벙글. 이웃 학과에 떡도 돌리고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KAIST 내에 특별한 '100일 잔치(?)'가 열렸다.

29일 오후 KAIST 기계공학동 4층 회의실. 삼삼오오 모여든 산업체 관계자, 교수, 학생들로 북적인다. 집안에 경사라도 난 듯한 표정으로 박수갈채를 멈추지 않는다. 주변 동료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메시지도 아끼지 않는다.

경사의 주인공은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연구팀. 연구팀이 지난 5월 18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저궤도로 쏘아 보낸 큐브위성 '링크'가 8월 25일 발사 100일을 맞았다. 연구팀은 이웃 연구자들과 작은 성과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링크의 발사 100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100일 떡'도 함께 돌렸다.

이날 방효충 교수는 링크의 발사 준비 과정부터 발사 후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을 때의 연구팀 분위기, 일부 작동되지 않은 부품으로 난항을 겪었던 과정, 100일 동안 큐브위성이 보내온 데이터 자료 설명, 이외에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 등을 생생하게 전했다.

◆ "5년간의 땀과 노력···교신 성공 후 '꿈은 이루어졌다' 느꼈다"

큐브위성 링크는 지난 2016년 8월 9~12일 동안 네덜란드로 보내져 탑재체 시험을 진행했다. 링크의 이동 과정을 찍은 사진.<사진=연구팀 제공>
큐브위성 링크는 지난 2016년 8월 9~12일 동안 네덜란드로 보내져 탑재체 시험을 진행했다. 링크의 이동 과정을 찍은 사진.<사진=연구팀 제공>
"링크의 발사 100일을 축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궤도에서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을 때의 기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입니다."(임이랑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생)

링크는 지난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최한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방효충 교수 주도 아래 임이랑 박사과정생이 '아스트리스(ASTRIS)' 팀을 구성하고 큐브위성 '링크'를 제작했다.

큐브위성 링크의 모습. 링크는 'Little Intelligent Nanosatelliteof KAIST'의 약자다.<사진=연구팀 제공>
큐브위성 링크의 모습. 링크는 'Little Intelligent Nanosatelliteof KAIST'의 약자다.<사진=연구팀 제공>
큐브위성은 가로×세로×높이 각각 10cm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규격화된 무게 1kg 내외의 초소형 위성을 말한다.

10cm 정육면체를 1유닛이라고 부른다. 링크는 이를 2개 이어붙인 2유닛이다. 무게는 2kg.

항우연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한 링크는 이후에도 유럽우주국(ESA)의 주도로 저궤도 우주 환경을 조사하는 '큐비50(QB50)'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큐비50 프로젝트는 전 세계 대학에서 개발한 큐브위성 50기를 동시에 우주로 쏘아올려 지구 대기를 관측하는 위성 네트워크 프로젝트다.

링크는 지난 4월 18일 미국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의 로켓 아틀라스 5호에 실려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발사됐다.

이후 한 달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문 뒤 5월 18일 우주 저궤도 공간으로 진입됐다. 한국시각으로 오전 10시. 이후 1시간 만에 호주에 있는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다. 당시 연구팀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축제였다. 지난 5년간의 땀과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였고 그 감격의 열기는 쉽게 잊을 수 없다고 연구팀은 회상한다.

큐비50 프로젝트 참가팀 중 국제우주정거장 궤도에 진입한 큐브위성은 총 28기다. 이중 지상국과 교신이 된 큐브위성은 19기다. 링크도 이에 포함된다. 교신이 된 19기 중 14기의 큐브위성이 과학임무 센서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큐브위성 링크가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가고 다시 저궤도로 보내지는 과정.<사진=연구팀 제공>
큐브위성 링크가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가고 다시 저궤도로 보내지는 과정.<사진=연구팀 제공>
우주 저궤도로 불리는 고도 200~350km는 미지의 우주로 불린다. 인공위성이 저궤도로 내려왔다가 본궤도로 복귀하려면 연료 소모가 크므로 일반 인공위성으로는 대기 탐사에 한계가 있다. 그만큼 저궤도에 대한 탐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큐브위성이 저궤도로 진입해 '열권'의 온실가스 분포와 플라즈마 농도 측정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방효충 교수는 "큐브위성 링크가 재부팅되는 현상과 통신 충돌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라며 "하지만 국내에서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한 큐브위성은 링크가 처음인 만큼 의미가 있다. 큐브위성의 설계·시스템·통신 등의 직·간접적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과학계 성과 나눔을 문화로" 이웃 연구자들의 훈훈한 격려
 
"항공우주공학과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연구소·산업체보다는 대학이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입니다. 세상에 제대로 작동하는 인공위성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변수가 많죠. 큐브위성의 첫 도전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

"우주에 대한 꿈을 꿔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엔지니어들은 주변을 살펴볼 여력이 없었죠. 산학연관 관계자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겠습니다."(한재흥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학과장)

임이랑 박사과정생을 비롯한 연구팀들의 모습. 링크가 로켓에 실리기 전 최종점검과 센서를 보수하고 있다.<사진=연구팀 제공>
임이랑 박사과정생을 비롯한 연구팀들의 모습. 링크가 로켓에 실리기 전 최종점검과 센서를 보수하고 있다.<사진=연구팀 제공>
큐브위성 링크 발사 100일 파티에서는 이웃 연구자들의 훈훈한 격려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향후 큐브위성 연구에 대한 기술적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응원의 목소리 속에는 과학계 작은 성과를 함께 나누며 서로 힘이 되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아스트리스 팀의 팀장을 맡아온 임이랑 박사과정생은 "학생들의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만들어낸 성과다. 추후 후배들의 도전에도 서포터즈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싶다"라며 " 우주에 대한 염원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산업계 종사자는 "우주 진출은 기술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꿈과 상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인문계와 함께 우주 미래 비전을 스케치하고 우주 진출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공감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방 교수는 이번 큐브위성 발사 성과로 국내에 새로운 우주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와 시각이 필요하다"라며 "실패 자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도 한다. 선진국이 우주로 진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비전이 없다. 연구팀도 적극적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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